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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는 오늘도 결국 리모콘의 OFF 스위치를 누르고야 만다. 그녀는 요즈음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를 켰지만,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어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순간 손에 땀을 쥐고 있던 그녀가 마주하는 것은 중간광고의 경쾌한 CM송이다. 결국 짜증이 난 미래는 더 이상 광고를 견디지 못하고 TV를 꺼 버린다.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에 DMB방송, 이제는 IPTV까지 방송 매체가 매우 다양해졌지만 아직까지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상파 방송이 계속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타 채널 방송에 비해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보호하고 내용 면에서도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등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중간광고를 볼 수 있었던 곳은 케이블 방송이나 유선 방송이었고 지상파 방송에는 스포츠중계나 대형 이벤트 행사 프로그램에서나 가능했는데, 결국엔 지상파 방송에까지 중간광고가 도입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시청자 중에 과연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지금까지 방송의 공공성 운운하며 공익방송을 자처하던 지상파 방송이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흑석동에 사는 손기은씨(25)는 "평소 케이블에서 재미있는 영화 좀 보려하면 중간에 맥 끊기게 광고를 내보내는 게 짜증나서 지상파 방송을 즐겨보고 있었는데, 이제 지상파마저 중간광고를 시행하면 짜증나서 TV를 보겠냐"며, 시청자로서 중간광고 도입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앙대학교 학생인 김은주(22)씨는 “프로그램 전에 하는 광고를 보며 기다리는 것도 모자라 방송 중간에도 수십 초, 길게는 수분에 이르는 광고방송을 참아야 한다면, 차라리 나중에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던지, 아예 돈 더 지불하더라도 중간광고 없는 IPTV를 이용하던지 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방송사가 중간광고 핑계로 내세우는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이나 ‘타 매체의 등장으로 인한 지상파 방송사의 현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그리고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을 위한 재원마련’이라는 점에 시청자들은 과연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케이블 TV나 위성TV의 등장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던 시청률을 얼마간 빼앗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보다 시청률 면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몇몇 전문 채널을 제외하고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다루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전송한 것에 불과하다.

TNS미디어코리아 시청률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004년 지상파 4개 채널의 점유율은 무려 74%였다(<디지털시대의 방송편성론> 한진만 외, 2006). 따라서 ‘지상파의 위기’가 중간광고 도입의 근거가 되기에는 그 설득력이 매우 약하다. 시청자가 피부로 느끼는 방송사의 중간광고 도입은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의 현저한 질적 향상’도, ‘지상파 방송사의 회복된 위상’도 아니다. 그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방송 도중에 광고가 나오면 마냥 앉아서 광고가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 뿐이다.

방송사별 광고수익. 한국방송광고공사 홈페이지 ‘신탁현황 조사’ 참고
 방송사별 광고수익. 한국방송광고공사 홈페이지 ‘신탁현황 조사’ 참고
ⓒ 한국방송광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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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11월까지의 현재 지상파 방송의 광고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2006년 1~11월)에 비해 KBS2TV의 경우는 약 640억 원, 그리고 SBS의 경우는 약 360억 원 정도가 감소했다. 그나마 MBC만 지난해보다 300억 원 가량 이익을 보았는데, 여기에는 2006년 평균 시청률 38.4%에 이어 2007년에도 3월에 종영될 때까지 45.5%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에 오른 드라마 ‘주몽’의 이례적인 선전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IPTV나 DMB 등 새로운 매체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갈수록 지상파 방송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지상파방송의 광고 수익도 계속 감소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원확보를 위해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것이 지상파 방송의 진짜 속셈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의 광고료 책정은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천차만별인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시간대별로 평균 시청률 고저에 따라 등급을 매겨 광고료를 책정하는 고정요율제이다. 방송광고의 단가는 하루 방송시간 중에서 평균 시청률이 높은 시간이 당연히 고액이 된다. 이것을 SA타임으로 하여 순차적으로 시청률이 낮아짐에 따라 SA․A·B·C의 네 단계로 구분하고 요금도 그에 따라 저렴해진다(아래의 <표1>참고).

각각의 요금제도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겠지만, 지금의 고정요율제에서 자유경쟁의 원리에 따른 프로그램 시청률 위주의 광고요금제로 전환하는 것이 논란이 되는 중간광고 도입을 대체할 수도 있다.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지상파 방송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말이다.

      
 표1. 방송사의 광고단가(전국방송 기준, 단위:원))
ⓒ 광고주협회(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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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김승수 교수는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10월17일자 <미디어오늘> 기고문에서  "가뜩이나 수용자들이 다른 미디어나 경쟁 채널로 이탈하는 마당에 지상파방송이 중간광고까지 함으로써 수용자 복지를 빼앗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중간광고를 통해서 버는 돈 보다 국민의 시청습관을 강제로 변경시키는 부당한 행위로 인해 방송사들이 잃어버릴 것이 훨씬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연 중간광고만이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살릴 대책이었으며, 공익방송이 가야 할 길일까.


태그:#중간광고, #지상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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