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울산문수월드컵 경기장에서 울산현대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2007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성인 축구 역사상 초유의 5명 퇴장과 함께 몰수패로 얼룩진 챔피언 결정전이 되었다.

 

무엇이 김창겸 감독과 수원시청 선수들의 이성을 잃게 하였을까? 경기 전부터 승격이 가능한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챔피언에 올라야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수원시청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했던 건지도 모른다.

 

이쯤해서 과연 내셔널리그 팀 중 K-리그에서 자생력을 갖출만한 팀이 있는지 의문을 가져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자생력을 갖출만한 잠재력을 가진 팀은 거의 없어 보인다.

 

설령 K-리그 승격을 앞둔 내셔널리그 팀이 축구 발전 기금과 K-리그가입비, 연간 운영비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구단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팀이 장기적인 리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승격한 팀 대부분은 재정에서 스폰서나 해당기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을 땐 재정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 문제는 승격할 팀의 문제뿐만 아니라 K-리그 몇몇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의 공통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내셔널리그 팀 대부분은 클럽 성향의 팀보다 공기업 성격의 팀들로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몇몇 팀을 제외하고 연고 정착에 실패했고 제대로 된 프런트나 구단 운영능력을 지닌 팀들도 없다. 하지만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위 사항에서 적어도 재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한국 축구계에서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구단주이기 때문이다.

 

한 리그에 한 명의 구단주가 두 팀을 운영한다는 건 분명 리그의 흥미를 반감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포조선을 서울로 연고 이전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구단주가 둘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6강 플레이오프제에 울산현대는 안정권에 들었고 울산현대미포조선은 2경기를 남기고 대전, 전남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하자. 미포조선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3점만 획득하면 안정권이라 할 때 미포조선의 남은 경기 상대가 울산현대와 전남이라면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예상 가능한 경기가 될 것이다.

 

두 해째 잡음과 보기 흉한 상황이 끊이지 않는 승격문제를 정말 축구팬들이 원하는 것일까? 무리해서 몸집을 불리려 하기보다 우선 K-리그와 내셔널리그의 내실을 다진 후에 제대로 된 승강제를 시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은 아닐까?

 

경기 후 미포조선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서 올라가면 뭐하냐?” 고 말한 수원시청의 주장 박희완의 말이 애처롭게 들리는건 어쩌면 우승해도 승격하지 못하는 다른 내셔널리그 팀들을 대변하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2007.11.27 09:25 ⓒ 2007 OhmyNews
수원시청 울산현대미포조선 승강제 김창겸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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