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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나 테마가 비슷해 그게 그것 같은 여행지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특색이 발견되는 게 여행의 묘미다.

 

서해안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행지가 어디일까? 연륙교가 놓여 있고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안면도다. 넓은 갯벌과 단단한 모래밭, 풍경이 아름다운 해수욕장, 솔 향이 물씬 풍겨오는 소나무 숲,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황홀한 일몰, 낚시꾼들에게 사랑받는 작은 포구가 바다여행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남북으로 기다란 안면도는 우리나라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닮아 동쪽은 높고 서쪽은 낮다. 이런 지형 때문에 해수욕장을 비롯한 이름난 볼거리들이 서쪽에 몰려 있어 여행객들은 주로 서쪽 바닷가를 찾는다. 그래서 동쪽에는 아무리 보석같이 아름다운 관광지가 있더라도 그냥 지나치기 쉽다. 섬 속의 섬 '황도',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안면암'이 바로 그런 여행지이다.

 

안면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섬이 안면도이고, 안면도의 한쪽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섬이 황도다. 1982년 황도교가 완공되어 안면읍과 연결되기 전만해도 황도는 큰 섬에 딸린 면적 2.5㎢의 작은 섬이었다.

 

태안군 안면읍에 속하는 황도는 안면도의 최북단 동쪽의 간석지 안에 위치한다. 천수만이 바로 앞이라 양식업이 활발하고, 섬 전체가 낮고 평탄한 지형이라 농산물도 많이 생산된다. 매년 음력 정월 초이튿날과 초사흘에 마을의 태평과 번창을 기원하는 황도붕기풍어제(충남 무형문화재 12호)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며 안면도를 대표한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당산에서 비치는 밝은 빛 때문에 무사히 돌아온 일을 기리기 위한 풍어제이다. 교접하지 않은 황소를 제물로 쓰고 바다에서 시작해 섬 한가운데에 있는 당집에서 끝을 맺는 풍어제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황도만이 갖고 있는 자랑거리다.

 

 

창기 방향으로 좌회전해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굽이를 몇 번 돌아야 하는 황도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농촌풍경이다. 창 밖의 경치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황도교를 만난다. 건너편의 섬 황도와 안면읍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라 더 좁고 길게 느껴지는데 지금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리를 건너 황도에 들어서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놀란다. 첫째는 작은 어촌마을에 들어선 펜션들이 만든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이다. 둘째는 황무지가 황금의 섬이 되어 황도(黃島)로 불렸을 만큼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언덕 사이로 난 좁은 길과 논밭 주변의 집들이 농촌을 닮은 마을을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나타난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크고 화려한 펜션들이 바닷가 언덕 위에서 천수만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건너편으로 간월도가 보인다. 산이 없고 평평해 밭이 많은데 보리가 익을 때 온 섬이 누렇게 보여 황도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황도는 단일 면적당 바지락 생산량이 전국에서 가장 많아 소득이 높은 곳이다. 서산AㆍB지구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멀리 보이는 간월도까지 수십만 평이나 되는 갯벌을 만들었다. 대규모 바지락 어장이 형성되며 황도는 황금의 섬으로 탈바꿈했다. 강씨들이 많이 사는 강똘마을을 비롯해 집너머, 은거지, 살마끔, 진살마 등 마을 이름도 독특하다.

 

 

황도 입구에서 77번 도로를 따라 안면읍내 방향으로 2.6㎞ 가면 안면도 특유의 소나무 숲을 만나는데 왼쪽으로 안면암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1㎞ 들어가면 작은 삼거리를 만나고, 그곳에서 좌측으로 비포장 길을 1.3㎞ 더 가면 눈앞이 탁 트이면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안면암이 나타난다.

 

 

바닷가 언덕에 위치한 안면암은 역사가 채 10년이 되지 않은 신흥사찰이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이어진 길을 따라 마당에 들어서면 모양이 다른 8개의 석상이 입구에서 맞이한다. 공양처, 불자수련장, 소법당, 대웅전과 불경독서실이 있는 4층의 본관 옆에 용왕각과 삼성각이 우뚝 서 있다.

 

최근에 지은 사찰임을 표시라도 내려는 듯 웅장하고 단청도 화려하다. 바다와 맞닿은 기암절벽 위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낭랑하게 풍경소리를 내는 여수의 향일암이나 백제 멸망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작은 몸집으로 백마강을 지키고 있는 고란사와 같은 사찰을 생각하고 여행길에 나선 사람이라면 실망한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은 암자 앞 바다에 있다.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그 위에 물이 들어오면 둥둥 뜨고 물이 빠지면 갯벌에 자리를 잡는 부영교가 놓여 있다. 나무로 발판을 만든 다리가 건너편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섬까지 이어지며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안면암을 찾는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암자 앞 바다를 가로지르는 부교를 건너 200여m 거리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좁은 부교를 건너다 보면 자주 사람들과 마주친다. 어깨를 돌리거나 움츠리면서 내가 먼저 양보하면 서로 편하게 건널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

 

조기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이 섬 전체에 조기를 널어 말려 ‘조구널’이라 불리는 이 섬은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한 개의 큰 바위섬이다. 여우섬으로도 불리는데 오랜 세월 바닷물이 깎아놓은 암벽이 절경이다. 어린이들과 같이 섬 주변에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어 더 즐겁다.

 

 

조구널 방향에서 바라본 안면암의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깊은 산속의 고즈넉한 사찰처럼 작고 아담했더라면 더 멋진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른 새벽에 안면암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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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면도, #황도, #황도붕기풍어제, #안면암, #조구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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