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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페인트때로 범벅된 장갑. 새장갑이지만 끼고 한두시간이면 이렇게 된다. 이 장갑 하나로 하루 종일 끼고 일한다
▲ 일할때 쓰이는 장갑 기름때, 페인트때로 범벅된 장갑. 새장갑이지만 끼고 한두시간이면 이렇게 된다. 이 장갑 하나로 하루 종일 끼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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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내 손톱을 보았다. 손톱이 있는 사이사이 검은 알갱이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자세히 보니 페인트 알갱이였다.

하루 종일 면장갑 두개 끼고 일한다. 덜 마른 페인트에 장갑이 닿으면 손바닥이고 등이고 손가락이고 덕지덕지 붙어서 쉬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두개 끼고 일하는데도 검은 페인트 알갱이들이 손톱 사이사이 침범하여 달라붙는다.

손등과 손바닥에 붙은 검은 페인트는 수세미로 비누칠해서 박박 문지르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후에야 떨어진다. 하지만 손톱 사이사이 낀 검은 페인트 작은 알갱이들은 수세미로 아무리 빡빡 문질러도 쉬 떨어지지 않는다. 우릴 고용하고 있는 사측은 노동자를 손톱의 때만큼이나 여길까?

날이 추워도 작업시 선풍기를 틀어야 한다. 안틀면 페인트가 마르지 않고 흘러 나와 냄새가 지독하고 손에 떡칠이 된다.선풍기를 틀면 많이 말라 나온다
▲ 대형 선풍기 날이 추워도 작업시 선풍기를 틀어야 한다. 안틀면 페인트가 마르지 않고 흘러 나와 냄새가 지독하고 손에 떡칠이 된다.선풍기를 틀면 많이 말라 나온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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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추운데도 나는 일할 때 선풍기를 틀어야만 한다. 내가 하는 일은 페인트칠 해 나오는 제품을 적재해 내보내는 일이다. 페인트 칠을 하도 두껍게 해서 마르질 않는다. 덜 마른 페인트가 라인을 따라 흘러나오면 페인트 냄새가 지독히도 난다

신나는 유독성이고 오래 냄새 맡으면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페인트를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 신나가 섞여 있다. 그래서 일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선풍기를 튼다. 추운데도 선풍기를 틀고 일한다.

선풍기를 틀면 페인트가 빨리 마르고 냄새도 덜 난다. 그러나 춥다. 밖의 날씨가 추우면 공장안도 춥다. 그런데 대형 선풍기까지 틀면 더 춥다.

검은 페인트가 덜 마르고 냄새도 나서 선풍기를 안틀면 안 된다. 방법은 오직 하나. 작업 하면서 옷을 두껍게 입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꺼운 옷을 이중으로 입고 내복도 입는다. 그러면 덜 춥다. 그렇게 하니 춥기는 덜한데 일하기가 좀 둔해진다.

추워서 옷을 두새개 껴 입어야 한다. 그래도 춥다
▲ 이중 옷 추워서 옷을 두새개 껴 입어야 한다. 그래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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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추운 것보단 일하면서 둔한 게 더 낫다. 사측은 사정이 이러한데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여러 번을 대책 좀 세워 달래도 묵묵부답이다. 왜 그럴까. 하청 노동자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겨울이 되면 작업하기가 곤욕이다. 추워도 먹고 살려면 그냥 참고 일할 수밖에 없으니.


태그:#손 톱, #장갑, #작업, #노동,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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