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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 종각역 지하도상가 입구의 모습.  이곳 상인들은 '횡단보도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한다. 지하도상가 위나 근처에 횡단보도가 생기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 종각역 지하도상가 입구의 모습. 이곳 상인들은 '횡단보도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한다. 지하도상가 위나 근처에 횡단보도가 생기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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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걸까. 요즘 백화점이나 시장에 가면 예년에 비해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택배회사들의 매출신장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소비자 심리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경제상황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인데,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작년 3/4 분기 96이였던 소비자 심리지수가 1년이 지난 올해 3/4분기에는 112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지하도 상가 상인들. 대형 백화점(패션 쇼핑몰) 및 마트에게 빼앗긴 상권, 낙후된 상가시설, 불편한 접근성 등은 지하도 상가의 매출을 해마다 떨어뜨리고 있다. 그리고 상인들의 시름도 깊게 만들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1979년 영업을 시작한 종각역 지하도 상가를 비롯해, 명동·회현·동대문·종로5가·영등포·잠실·강남·청량리 등 총 30개의 지하도 상가가 있다. 청량리 지하도 상가를 제외한 29개 상가는 2000년부터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관리를 하고 있다. 

지하로 내려오지 않는 '소비심리'... 상인들은 한숨만

지난 5일 서울 종로 종각을 찾았다. 거리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사람들로 붐볐다. 길게 이어진 대로변 상점엔 벌써 겨울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또 종로의 명소 '김떡순' 노점에도 배고픈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날씨는 제법 추웠지만, 거리는 '소비심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런 욕구들은 계단 아래 종각역 지하상가로 내려오진 않았다. '한산하다'는 표현이 이 곳의 분위기를 설명하기에 적당한 듯 했다.

"위에 있는 사장님들은 장사하기가 예전보단 나아졌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게 우리는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아. (쓴웃음을 지으며) 상가에 난방도 따뜻하게 잘 해놨건만…. 올 겨울은 손님들도 별로 없고 여느 때보다 더 추울 것 같네."

종각역 지하도상가 한편에서 강계명 씨(58)의 나지막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강씨는 올해로 20년이 넘게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악세사리 구두 여성의류…. 그동안 안 해본 장사가 없다는 그는 현재 속옷가게 사장님이자, 종각역 지하도상가 상인회장을 맡고 있었다.

 20년 넘게 종각역 지하도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 강계명 씨가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상가 한 편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다. 그는 현재 속옷가게 사장님이자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20년 넘게 종각역 지하도상가에서 가게를 운영한 강계명 씨가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상가 한 편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다. 그는 현재 속옷가게 사장님이자 상인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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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처음 생겼을 때는 좋았지. 그래도 장사가 잘 됐거든….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주변 동대문, 남대문에 대형 패션몰이 생기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지. 두 곳 모두 여기에서 버스로 두 정류장만 가면 되는 가까운 곳이야. 거기서 도소매를 다하니깐, 지하도 상가의 작은 소매상들은 완전 죽게 되지. 또 종로에 있던 사무실들이 강남 쪽으로 많이 옮겨 갔잖아. 악재가 겹친 거지. (한숨)"

그의 말처럼 종각역 지하도상가에는 작은 규모의 영세상점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유명브랜드 매장은 거의 없었다. 또 70~80% 정도는 의류상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상권 품목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이 곳 상인들이 '횡단보도 콤플렉스'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횡단보도가 많으면 편리하고 당연히 좋지. 나도 상가 위로 올라가면 보행자니까…. 그런데 지하도 상가 위에 횡단보도가 들어서면 손님이 뚝 끊겨. 예전에 영등포 지하도 상가 바로 위에 횡단보도가 생겼는데, 가게수익이 바로 30%나 떨어졌다네. 우리 지하도 상가 위에도 횡단보도가 들어서면 큰 일인데…."

지하도 상가 상인들 "우린 횡단보도 콤플렉스 있다"

 '리모델링'을 마친 종각역 지하도상가는 다른 곳과 달리 쾌적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동대문, 남대문 대형쇼핑몰의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또 종로의 있던 사무실들이 강남쪽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유동인구도 감소했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마친 종각역 지하도상가는 다른 곳과 달리 쾌적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동대문, 남대문 대형쇼핑몰의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또 종로의 있던 사무실들이 강남쪽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유동인구도 감소했다고 한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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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발길은 많지 않았지만, 종각역 지하도 상가는 다른 곳과는 달리 쾌적했고 깨끗했다. 몇 년 전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하도 상가에 오면 먼지가 많아 목이 쾌쾌하다는 손님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히 공조시스템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종각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고민은 리모델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서울시에서 그동안 민간에 위탁해온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상대적으로 높은 임차료와 관리비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서울시는 상인들이 맺은 (수의)계약이 종료되는 2008년, '공개입찰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것이 확정되면 상가운영권이 새로운 민간 사업자에게 넘어가게, 현재 상인들은 이 곳을 떠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20년 넘게 땀 흘려 일군 상권을 하루  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하도 상가 곳곳에서도 이에 대한 상인들의 불만이 많았다. 상인회장인 강계명 씨는 "이곳 상인들의 분위기가 침울하다"며 한 마디로 잘라 말했다. 손님이 없는 것도 모자라, 이중삼중의 고민들을 갖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오르는 임차료와 관리비... "딸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지하도 상가 한켠 심정숙(47)씨의 여성의류 매장에는 손님들 대신, 이곳 상인 이욱상(51)씨, 배금례(45)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른한 오후의 수다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의 표정이 무거웠다.

심정숙
"요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가게 운영하는 돈은 왜 이리 많이 드는 거야? 딸 자식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정말 허리가 휘어…. 근데 '세일'하면서 싸게 판다고 해도 사람은 왜 이리 안 와?"

배금례 "임차료하고 관리비 포함해서 예전(2000년 이전)엔 50만원 정도면 됐는데, 이제는 거의 100만원 넘게 드니깐. 뭐 물가상승률이나 뭐냐 그런 것 들먹이면서 꼬박꼬박 올리잖아. 그리고 2008년에 (수의)계약이 끝나면, 공개입찰방식이라나 뭐라나 그런 걸로 바꾼다던데…. 그러면 지하도상가를 사서 우릴 내쫓겠지…. 자기들이 새롭게 상가 분양할거니깐."

이욱상 "뭐 앞일은 모르니깐 진정하라고. 그래도 조짐이 안 좋아. 오세훈 시장 들어서고부터 한강매점이니 뭐니 그런 것들도 공개입찰방식으로 새 사업자 모집하잖아. 다 돈 있는 놈들한테 팔라는 거겠지…."

심정숙 "에이 모르겠다. 이런 게 우리 팔자지, 뭐. 손님도 없는데 신문이나 봐야겠다."

 단순히 리모델링 공사로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상권과 중복되지 않는 전문품목의 육성, 높은 임차료, 관리비의 인하가 필요했다.
 단순히 리모델링 공사로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상권과 중복되지 않는 전문품목의 육성, 높은 임차료, 관리비의 인하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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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가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 산하 시설공단의 입장과 대책이 궁금했다.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설공단 지하상가사업단 측은 "임차료·관리비 문제는 현실적인 수준에서 책정된 것"이라고 했다.

또 "현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맺은 (수의)계약이 만료되는 2008년 경 공개입찰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자를 모집하는 것은 2003년 4월 조례안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 한 현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잘라 말했다.

이어 "지하도 상가를 활성화 위해 이미 종각역 지하도상가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했고, 올해 동대문·영등포 로터리 지하도상가, 내년에는 강남역·영등포역 지하도상가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겠으며, 공기질 향상을 위해 전 상가에 공기청정기를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2008년 지하도상가 공개입찰 추진예정"

하지만 쾌적해진 지금의 종각역 지하도상가를 보면 단순히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하도상가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쇼핑환경이 쾌적해졌지만 주변상권과의 중복문제와 상대적으로 비싼 임차료·관리비가 지하도상가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종각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가 매일 '지하'에만 있으니까 세상이 우리 목소리를 몰라주는 것 같아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기성언론에서 보도가 되지 않았기에 더더욱 조용했던 시위였지만, 상인들은 세상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때까지 더 크게 외칠 것이라고 했다. 비록 지금은 미약하지만….

 지하도상가 곳곳에는 '가격인하(sale)'를 해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많았다. 다시 손님을 불러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곳 상인들의 의지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도상가 곳곳에는 '가격인하(sale)'를 해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많았다. 다시 손님을 불러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곳 상인들의 의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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