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영화'는 어떤 걸까?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도 참 한심스러운 짓이다.

남들처럼 신작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대형영화관을 찾아 관람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 대한 객관적인 비평을 늘어놓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들 봤다는 <트랜스포머>나 <디워> 근처에는 아예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상업자본의 영화는 따뜻한 관심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되도록 인디(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기회가 되면 보는지라 위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기는 이미 틀려먹었다.

* 관련 기사 :
-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난 그 자유로움
- 또 다른 세계와 만난 '2007인디다큐페스티발'
- 인권을 위한 영상! 영화로 보는 인권, 제11회 인권영화제
- '조각난 이라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바란다!



그런데 간혹 가다 우연히 곰플레이어 무료영화(상업자본의 영화)에서 접하는 영화들 중, 웃고 넘어가는 심심풀이 땅콩이 아닌 정말 괜찮다 싶은 영화들도 있어 적잖이 놀라기도 한다. 잃어버린 기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노보>, 지구적 환경재앙과 파괴를 소재로 <토네이도>, 진실한 사랑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 <완전한 사육-신주쿠여고생납치사건>, 지울 수 없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이터널션샤인>,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준 <그들만의 비상구>, 잔잔한 감동을 준 <전차남> 등.

* 관련 기사 :
- 잃어버리고 싶은 기억 그리고 사랑, 영화 '노보'
- 지울 수 없는 기억 그리고 사랑, 영화'이터널 션사인'
- 영화'토네이도', 환경재앙을 막을 수 있는 건 G8이 아닌 바로 당신!
- 영화'전차남', 그가 찾은 사랑과 행복 그리고 친구들
- 영화'완전한 사육'...완전한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면...

위 영화들과 같이, 지난 8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이 영화도 '내가 보기에 괜찮다' 싶은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 <묵공>(http://www.mukgong.co.kr/).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기원전 5세기 춘추 전국시대 말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조나라의 10만 대군이 인구 4천명의 작은 성 양성을 공략하는데, 홀홀 단신으로 양성을 돕겠다고 나타난 '묵가'의 혁리란 이가 모든 이들의 비웃음과 시기질투 속에서도, 겸애하며 강대국의 침략전쟁에 맞서 약소국의 평화를 지킨다는 이야기다.



낯익은 한국배우도 눈에 들어오고 대규모 공성전도 볼만 하지만, 그보다 적병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전쟁터에서 평화와 겸애를 바라고 혼돈의 시대에서 이를 실현코자 하는 묵가 혁리(유덕화 분)의 인간적 고뇌와 아픔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이 아닌 현실 속의 삶의 평화를 설파하지만 세상과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 결국 묵가의 사상은 말장난과 허황된 꿈으로 비춰지는 안타까운 모습들도 가슴 깊이 다가온다.

근래 들어 '평화'란 구호를 외치고 설쳐대는 이들이 말하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생각게 해주었다. '평화'와 '국익'을 위해 군대(인), 무기(첨단무기)가 필요하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파병과 파병연장을 해야 하고, 반테러전쟁을 해야 하고, '평화의 땅 황새울'엔 미군기지, '평화의 섬 제주'엔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그들의 '평화'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인가란 고민도 함께 하게 만들어 준다.

어쨌든 영화 <묵공>은 내게 정말 괜찮은 영화다. 평화와 겸애에 대한 묵가사상도 알아보게 해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