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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우파 쪽은 솔루션(해결책)이 아예 없거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좌파쪽 솔루션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답답하고 좌절스럽다'고 하지만 조그마한 것부터 시작하자."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도 근본적인 해결책 말이다. 이를 모색하기 위한 진보적 사회학자들의 토론이 있었다. 그들은 "답답하다"면서도 "조그마한 것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3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노동시장의 사회적 위험' 세미나에서였다. 참여연대 복지위원회에서 마련한 '한국 복지체제의 대안 - 소외되지 않는 노동, 민주주의, 연대를 말한다' 세미나의 7번째 순서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사회를 맡은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세미나의 발제자인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양학부 교수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자문자답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고용불안, 양극화 등 비정규직 문제의 궁극적인 대안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는 그 이유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진다 해도 그것은 대기업, 중견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에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의 경계가 불분명하면서 열악한 중소영세업체의 노동자에겐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생각할 때 노동시장 전체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면서 "핵심은 우리나라의 이중노동시장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중노동시장이란 무엇인가?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정 교수는 우선 노동시장체제의 3가지 유형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영미식의 자유시장형 ▲유럽의 사회적 규제형 ▲일본에서 보이는 이중노동시장형이다.

 

"사회적 규제형은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유형으로, 동일 산업 내 동일 직무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비슷하다. 자유시장형은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시장원리를 통해 결정되는 유형이다. 근로자 개인의 인적 속성, 숙련도에 따른 불평등이 크다.

 

이중노동시장은 일부 근로자는 단체교섭에, 일부는 시장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유형이다. (기업내부노동시장에 속한) 대기업 근로자는 단체교섭에 의해 고용안정성이 높고 임금이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기업외부노동시장에 속한)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다."

 

정 교수는 "한국 노동시장은 이중노동시장형이다"며 "좋은 일자리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고, 기업규모에 따라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성 격차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직무급제, 노동시장 발전의 징검다리 될 수 있어"

 

정 교수는 "이중노동시장을 극복하려면 사회적 규제형 노동시장으로 가야한다"며 동일 노동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사회적 임금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 그 이유에 대해 "중소영세업체의 취약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업내부와 외부의 노동시장 격차를 없애,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동기를 줄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자유시장형 노동시장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서비스산업이 전체 고용의 2/3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시장 매커니즘에 기반을 둔 숙련화에 의한 노동시장 평등화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 교수의 생각이 지금 당장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회적 노동시장 체제 구축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 교수는 "근속년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직무내용과 숙련도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체제로의 임금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직무급제는 현재 노동계에서 '중규직'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직무급제'에 대해 찬성하는 것일까? 정 교수가 말을 이었다.

 

"현재보다 나아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도 직무, 숙련도를 통해 저임금 고착화를 벗어날 수 있다. 노동시장 발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직무급제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졸과 대졸, 학벌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다"며 "직무 평가가 제대로 된다면 더욱 평등이 잘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직무 평가의 시행이라는 말. 이 교수는 "직무급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여성 노동자의 돌봄 노동 임금이 70, 80만원이다, 직무라는 건 객관적인 리스트가 없다"며 "또한 각 직무간의 격차는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큰 문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을 받은 정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많은 토론 과정을 통해 합의가 모아진다면 조금씩 그쪽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답답하고 좌절스럽지만 조그마한 것도부터 시작하자. 전방위적으로 노력하자"며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태그:#직무급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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