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지명이 이루어지면 장내는 숙연해 진다. 그리고 스카우트들의 손은 누구보다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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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이 눈앞에 다가왔다. 2차 지명 대상인 고졸, 대졸 선수들은 말 그대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지만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독특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 2차 지명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대졸 선수들 돌풍 예상돼 5월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7명의 1차 지명 선수를 발표했다. LG 트윈스는 서울고 투수 이형종(3학년·우투), 롯데 자이언츠는 경남고 포수 장성우(3학년·우타), SK 와이번스는 동산고 투수 황건주(3학년·우투), 두산 베어스는 성남고 투수 진야곱(3학년·좌투), KIA 타이거즈는 군산상고 투수 전태현(3학년·우투 사이드암), 한화 이글스는 대전고 외야수 박상규(3학년·우타),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상원고 외야수 우동균(3학년·좌타)을 각각 지명했다. 여기서 지명되지 않은 선수는 드래프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2차 지명의 대상 선수가 된다. 지난해는 1차 지명 선수가 각 팀(1차 지명권이 없는 현대 유니콘스는 제외)당 2명씩 도합 14명이었다. 그러나 올 초 KBO 이사회에서 전면 드래프트 시행을 결정하면서 1차 지명 선수는 각 팀당 1명으로 줄었다. 어떻게 보면 1차 지명 선수가 줄어 2차 지명에서 유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보다 고졸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신일고의 우완투수 이대은(3학년·우투)을 비롯 군산상고의 외야수 최현욱(3학년·좌타), 내야수 최형록(3학년·우타)이 각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이대은은 시카고 컵스, 최현욱과 최형록은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하면서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이에 올해 2차 지명은 보다 안정감 있는 대졸 선수들이 다소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졸 투수들은 최대어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비슷하지만 비교적 수준급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 호재다. 대졸 야수도 공격 능력이 뛰어나거나 공수를 겸비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각광받을 태세다. 전체 1번 선수는 누가 될까 드래프트로 진행되는 2차 지명에서 가장 빠른 순번(전체 1번)의 선수는 이듬해부터 1군에 포함될 수 있는 좋은 기량의 선수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는 광주동성고의 투수 양현종(19·KIA)이 지지난해는 광주일고의 투수 나승현(20·롯데)이 2차 지명 전체 1번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는 고졸 투수 3인방이 전체 1번 선수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장충고 투수 최원제(3학년·우투), 광주일고 투수 정찬헌(3학년·우투), 성남서고 투수 이범준(3학년·우투)이 그 후보다. 최원제는 올해 무등기와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주역이며 정찬헌은 대통령배를 우승으로 이끄는 등 뚜렷한 성과를 냈다. 이범준의 경우 우승은 이끌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상위 지명 선수도 관심이다. 보통 상위 라운드에서는 투수들이 선호된다. 하지만 뛰어난 야수 쟁탈전은 그 법칙을 흐트러뜨리곤 한다. 하위 라운드로 갈수록 프로에서 성공률이 떨어지는 관계로 상위 라운드의 지명은 2차 지명의 성패를 결정할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에도 각 구단 스카우트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돋보였다. LG가 1라운드에서 속초상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내야수 박용근(23)을 깜짝 지명한 것이 좋은 사례다. 박용근은 지난해 대졸 내야수 중 최대어였다. LG의 한 템포 빠른 지명에 다른 구단이 당황한 기색은 역력했다. 2라운드에서 잇달아 내야수가 지명되면서 LG의 내야수 압박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KIA는 군상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내야수 김연훈(23)을 지명하고 롯데는 덕수정보고(현 덕수고)의 내야수 김민성(19)을 지명하는 등 예상 순번이 무너졌다. 포수의 품귀 현상도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만 이두환(19·두산)을 시작으로 최연오(23·한화), 임태준(19·현대) 등 포수가 줄줄이 불려나갔다. 좋은 선수를 선점해야만 하는 드래프트의 묘미를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명 조기에 마감될까 우려
 2차 지명 전에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해 지명이 시작되기 전의 지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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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층이 예년에 비해 얇아지면서 각 구단의 지명 조기 마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현대는 6라운드 이후 지명을 종료했고 LG와 SK는 7라운드 이후 지명을 종료했다. 비록 몇 팀(KIA, 삼성, 두산)은 최대인 9라운드까지 정상적인 지명을 했지만 7라운드를 넘어가면 연고지 배려의 의미가 담긴 형식적인 지명이 많았다. 올해는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선수를 지명하면 이상적이겠지만 일정수의 선수를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가능성이 떨어진다. 2차 지명의 대상자는 적어도 기존에 있는 선수들을 밀어낼 수 있는 뛰어난 기량의 소유자여야 한다. 만약 각 구단이 올해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의 기량에 대해 저평가할 경우 조기 드래프트 마감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간 8개 구단 스카우트는 언론을 통해 꾸준히 선수들의 기량이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를 해왔기에 조기 지명 마감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고졸 선수들은 일부 투수와 뛰어난 야수 몇 명을 제외하면 대학행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부터 지명 선수는 입단하지 않을 경우 지명권이 소멸되고 있다. 그 결과 2차 지명 하위 순번의 선수는 다소 낮은 계약금 때문에 대학을 진학해 4년 뒤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한 번씩 관심을 가져봄직한 2차 지명. 의문은 8월 16일 지명 회의장에서 풀린다. 동대문야구장에 상주한 8개 구단 스카우트의 눈빛은 한참 물오른 봉황대기에서도 변함없이 예리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2차 지명 1차 지명 드래프트 모의지명 대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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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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