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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5일 오후 6시 35분]

손학규 "과거 털고가야" VS 정동영 "역사에 뿌리박아야"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서 '비노' 주자들 신경전


▲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장에서 조일현(오른쪽부터), 이미경 최고위원, 오충일 대표, 김상희, 정균환, 양길승 최고위원이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5일 열린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 창당대회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이 빠져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지만, 참석한 대선 예비주자들의 기세 싸움만큼은 치열했다. 특히 손학규 전 지사의 '광주정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대선주자간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지난 3일 광주를 방문한 손 전 지사는 "광주정신에 갇혀 있을 수 없다, 광주를 털어버리고 더 넓은 곳을 향해 세계를 향해 나갈 때 광주정신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통합신당은 스스로 말로는 미래 세력이라고 하면서 아직도 80년대 광주에 머물러 우리 스스로를 묶어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과 천정배 의원 등은 논평 등을 통해 "광주정신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화세력 정통성' 논란이 일었다.

▲ 천정배 전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정동영 전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손학규 전 지사.
ⓒ 오마이뉴스 이종호

손학규-정동영-천정배... '비노' 주자간 신경전

그러나 손 전 지사는 이날 축사에서도 "이제 우리는 과거를 털고 과거에 묶이지 말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서 힘차게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에 묶이지 않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를 위해 대통합신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손 전 지사는 '광주정신' 발언의 본뜻에 대한 해명을 덧붙였다. 그는 "광주정신은 찬란히 빛나는 우리의 영원한 민족정신"이라며 "광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정신을 발전시키고 찬란히 빛나게 하고, 나아가 1980년 광주정신을 21세 미래로, 세계로 이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 지사는 이어 본인 역시 '민주화세력의 적장자'임을 내세웠다. 그는 "칠흙같은 유신시절 20-30대에 길거리 아스팔트, 경찰서 유치장, 합정동 철공소에서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 노동자, 소외된 도시빈민을 위해서 온 청춘을 불살랐던 열정을 갖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온몸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의장은 영화 '화려한 휴가'의 마지막 장면을 언급한 뒤, "광주의 정신은 과거가 아니라 진행되고 있는 현재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며 손 전 지사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정 전 의장은 이어 "프랑스와 독일이 과거의 상처를 미래의 가치로 승화시켰듯이 광주의 가치를 미래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이 자리에 대통합신당이 있다"며 "대통합민주신당은 미래로 가야 하지만 그 미래는 역사에 뿌리 박아야 한다"고 거듭 손 전 지사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의 '손학규 때리기'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출범한 대통합신당이 '반쪽짜리 대통합', '졸속.급조 창당', '지분 싸움' 등의 비판으로 점철됐다는 점을 감안, 정치공세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의장은 대신 비판의 칼날을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들에게로 돌렸다. 그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부동산 투기를 벌인 투기꾼이 대통령을 하면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서 눈물을 닦아 줄수 있겠나, 결코 불가능하다"며 "광주를 짓밟았던 과거 세력이 차기 정부를 담당한다면 신소외계층의 흐르는 눈물을 어떻게 닦아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의원도 "한나라당과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민생평화개혁의 비전을 제시하고 열정적으로 할수있는 후보가 되어야 한다"며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후보는 필패다.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해, 손 전 지사를 우회적으로 공격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다만 천 의원은 "광주학살 주범으로부터 판검사 임용을 거부한 이래 오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인간의 존엄성 높이기 위해 헌신해왔다"면서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는데 홀로 앞장섰다"고 강조하는 등 손 전 지사 등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이랜드 사태해결`을 요구하는 10여명의 대학생들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창당대회 행사장서 쫓겨난 비정규직

한편 이날 창당대회에는 6천여명의 대의원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민주신당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오충일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당 대표로 선출하고, 최고위원으로 이미경 조일현 의원, 정균환 전 의원, 김상희 전 지속가능발전위원장, 양길승 녹색병원장을 선출했다.

오충일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50년 전통의 민주평화세력과 시민사회 제세력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할 세력으로 탄생했다"면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과의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내에 대통합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각 대선주자측 지지자들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치열한 기세 싸움을 벌였지만, 별다른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행사 중간에 학생으로 보이는 시위대 5∼6명이 기습시위를 벌이다가 행사장에서 쫓겨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하라, 통합신당 기만이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채 구호를 외쳤고, 곧바로 행사 진행요원들에 의해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민주신당측 한 의원은 "그들이 행사 진행을 방해한 것도 아닌데, 그냥 놔 두면 되지, 굳이 그렇게 끌어낼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겠다는 신당에서 한나라당에서나 보여지는 장면을 보게 돼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1신 : 5일 오후 2시 50분]


5일 오후 1시40분, 범여권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가 열리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수천명의 대의원들이 행사장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는 가운데, 행사장 앞에서는 풍물패를 앞세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측 선거운동원들과 동물인형 탈을 뒤집어쓴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 선거운동원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원을 그리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기선 제압을 위한 세싸움 양상도 보인다. 정 전 의장측 '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 중 일부는 '짝퉁 한나라당 반대' 피켓을 들었다. 손학규 전 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반면 '선진평화대학생포럼' 등으로 구성된 손 전 지사측은 '거침없이 손학규', '손에 손잡고 대통합' 등의 피켓을 흔들며 맞서고 있다.

▲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친노' 빠진 '비노'만의 '반쪽 신당'

이날 창당대회는 열린우리당 대선주자 6인이 전원 불참키로 함에 따라 '친노'를 제외한 '비노'만의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지게 됐다.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천정배 의원측 선거운동원들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손학규 전 지사측과 정동영 전 지사측 선거운동원들이 양분돼 행사장 분위기를 장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한명숙 김혁규 신기남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강운태 전 내무장관 등 열린우리당 대선주자 5명은 4일 밤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대통합의 명분과 대의가 크게 훼손됐다"며 창당대회 불참을 결의했다. 지역을 방문 중이던 이해찬 전 총리도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동명의로 채택한 결의문에서 "신당 창당 과정에서 우리당과의 합당 문제가 공정성과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누차 지적했음에도 불구,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통합의 명분과 대의가 크게 훼손돼 국민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신당 창당준비위에서 통합민주당과의 통합을 먼저 추진한 뒤, 신당 의결기구에서 열린우리당과의 통합 문제를 논의하자고 의견이 모아진데 따른 반발인 셈이다. 지난 3일 부산 시당 창당대회에 전원 불참한 것도 이에 따른 항의 표시였다.

이들은 이어 "신당과 우리당의 대통합이 당대당 통합의 원칙에 따라 원만히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를 촉구하는 뜻에서 창당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손학규 전지사가 정동영 전장관과 천정배 의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외부인사 전부 고사... '오충일 단일대표체제' 합의

신당 대표 인선 작업 역시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다가, 창당행사 직전인 5일 오전에서야 오충일 상임 공동창준위원장으로 결정했다. 신당이 고심끝에 오충일 카드를 꺼낸 데에는 '대통합 신당이 기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신당은 당초 한승헌 변호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대표로 선임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이들이 전부 고사함에 따라 난항에 부딪혔다. 또한 정치권 1명, 시민사회 1명을 내세운 공동지도체제 방식의 '내부 후보론'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이 역시 정파간 이견으로 전날(4일) 밤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민사회측과 일부 정치권에서 정치권 몫으로 거론된 정대철 공동창준위원장에 대해 '과거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특히 오충일 위원장 단일대표체제를 강하게 주장한 시민사회측에서 4일 밤 공동창준위원장 회의에 불참하면서 5일 오전으로 회의가 연기되기도 했다.

결국 5일 오전 공동창준위원장 조찬 회동에서 '오충일 단일대표체제'로 합의했지만, 창당 대회를 몇 시간 앞두고 결정되는 바람에 신당의 첫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시민사회진영의 대표적 재야인사인 오충일 목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과거사건진실규명위 위원장을 맡았고, 대통합민주신당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창조연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한편 대통합신당은 이날 창당대회에서 당명. 당헌. 정강정책 채택, 당 대표 선출에 이어 대선 예비후보들의 축사를 통해 연말 대선 승리를 다짐하게 된다. 또한 신당은 오는 6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국회 교섭단체로 등록할 예정이다.

신당은 열린우리당 탈당의원 80명(김한길 그룹 19명 포함)과 민주당 탈당의원 5명 등 85석 규모로 한나라당에 이어 원내 제2당이 된다.

▲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새정치의 지평을 열어갈 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장에서 오충일 대표와 조일현, 이미경, 김상희, 정균환, 양길승 최고위원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태그:#대통합민주신당, #오충일, #반쪽짜리, #정동영,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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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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