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종(왼쪽)과 진야곱은 각각 LG와 두산의 2008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다.
ⓒ 이호영
'이보다 더 치열할 순 없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스카우트 전이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21일 <동아일보>가 장충고 우완투수 최원제(18)의 LG행을 전격 보도하면서 더욱 분위기가 고조되는 느낌이다. 최원제는 올해 서울지역의 수준급 선수로 각광받아 왔다.

두산의 진야곱 선회

앞선 6월 5일 2008년 프로야구 신인 1차 지명에서 두산은 성남고 좌완투수 진야곱(18)을 LG는 서울고 우완투수 이형종(18)을 각각 지명했다.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물론 지난해부터 각광받아 왔던 LG의 이형종 지명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문제는 두산의 지명. 두산은 투수 최대어인 신일고의 우완투수 이대은(18)과 장충고의 최원제라는 훌륭한 카드를 들고도 진야곱으로 선회해야 했다. 진야곱도 좌완투수 중 최대어로 평가받는 선수이지만 2억원의 계약금이 말해주듯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선수다.

두산의 제한된 선택이 나타난 이유는 이대은과 최원제가 해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대은은 1차 지명 나흘 뒤인 9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계약금은 81만달러였다. 올해 대통령배에서 시속 148km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앞세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게 해외 진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원제도 막판까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계약을 놓고 고심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복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원제가 국내 복귀를 결정한다면 지난해 최하위를 차지한 LG가 2차 지명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어 LG 입단이 확정적이다. <동아일보>의 보도 내용과도 일치한다.

최원제의 LG행은 계산된 결과?

지난해 두산은 LG보다 한발 앞서서 1차 지명 선수들을 낙점했다. 장충고의 우완투수 이용찬(19)과 서울고의 우완투수 임태훈(19)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팀의 에이스로서 맹활약해왔고 서울지역의 실질적인 최대어로 평가받던 선수들이다. 계약금도 각각 4억5000만원과 4억3000만원을 제시해 일찌감치 계약을 확정했다.

이런 두산의 발 빠른 움직임에 자극받은 LG는 미국 프로야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었던 봉중근(27)을 1차 지명해 10억원의 계약금을 제시하는 강수를 뒀다. 밸런스가 무너져 부진을 겪고 있던 덕수고의 좌완투수 김유선(19)도 가능성만을 믿고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LG의 조치가 최선은 아니었다는 것이 현장의 견해다. 봉중근은 23일 현재 4승 5패 5.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져있고 김유선은 부상으로 2군 경기에서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두산도 이용찬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계획이 틀어졌지만 임태훈이 신인왕을 노릴 만큼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본전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임태훈은 41경기에서 6승 2패 1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하며 신인으로서는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 71이닝 동안 52안타 59삼진 2.54의 평균자책점으로 내용면으로도 좋다.

이렇게 지난해 LG는 두산과의 경쟁에서 사실상 패배한 셈이 됐다. 대신 올해는 최원제를 영입할 가능성이 커 두산을 따돌릴 가능성이 크다.

사실 최원제의 LG행은 시작부터 계산된 결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줄곧 해외 진출을 말해왔던 최원제 측이 갑자기 계획을 철회했다는 대목에서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꿈이 그렇게 쉽게 꺾일 리 만무한 까닭이다.

더구나 해외 진출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가 계약금 때문이라면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산은 지난해도 2명의 신인에게 4억원 이상의 계약금을 제시했었기에 최원제가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계약금을 줄 수 있는 구단이었다. 최원제의 갑작스러운 해외 진출 철회가 LG와의 약속된 결과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이렇게 스카우트 세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과 LG의 스카우트 전쟁, 그간 쭉 그래 왔듯 내년에도 치열함은 더해질 전망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두산은 LG와의 올해 스카우트 전의 패배를 만회하고자 설욕의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prealist

2007-07-24 19:5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prealist
두산 LG 스카우트 장외 최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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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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