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一國之下 萬國之上"

'오직 한 나라에게만 복종하고 모든 나라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준우승을 이룩한 국가에게 어울리는 칭호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룩한 스웨덴에게는 이러한 표현(一國之下 萬國之上)이 어울릴 것 같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의 개최국 스웨덴은 그 동안의 월드컵에서 3번(1934년, 1938년, 1950년) 출전하여 두 차례나 4강에 진출한 북유럽의 강호였다. 그러나 우승팀만을 기억하기 좋아하는 축구팬들은 스웨덴의 4강을 쉽게 잊어버렸다. 스웨덴은 1954년 지역예선에서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개최국으로서 스웨덴은 지역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자동 진출하게 되었다. 스웨덴은 오래전에 결정된 개최국으로 여유를 갖고 대회를 준비하는 동시에, 대표팀 역시 지역예선에 신경쓸 것 없이 곧바로 본선을 위해 여유를 갖고 준비할 수 있었다.

스웨덴 대표팀을 맞고 있던 영국의 조지 레이너 감독은 “반드시 결승까지 진출해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축구 경기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결과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홈그라운드 이점뿐만 아니라 시몬손, 리드홀름, 스코그룬트 등의 선수들의 존재가 스웨덴을 비중있는 ‘북유럽의 사자’로 불리도록 하고 있었다.

당시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서서히 남미 축구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굴곡없는 실력을 보여주던 남미와는 달리 유럽은 절대 강자 없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1954년과 1958년의 지역예선은 그러한 시대를 반영해 주고 있었고, 본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지역예선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월드컵이 열리기 1년 전부터 유럽은 본선 진출을 위한 길고도 험난한 레이스를 펼쳤다.

# 조별리그, 어렵지 않게 결승 토너먼트에 안착하다

스웨덴의 조별리그 상대는 북중미의 멕시코, 전 대회 준우승 헝가리,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합류한 행운의 팀 웨일즈였다.

북중미에서는 맹주로 통하던 멕시코는 세계무대에서는 중하위권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웨덴은 6월 8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는데, 이 경기에서 스페인 프로리그에서 뛰던 시몬손(Agne Simonsson)이 두 골을 넣으며 멕시코를 가볍게 3-0으로 격파했다.

스웨덴의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는 전설의 마법 군단 헝가리였다. 4년 전에 비해 헝가리는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는데, 헝가리 혁명 이후 푸스카스와 콕시스가 대표팀을 떠난 것이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는 1954년 맴버(József Bozsik, Nándor Hidegkuti, László Budai, Gyula Grosics) 이외에 Lajos Tichy라는 젊은 피를 수혈하여 지역예선에서 불가리아(2승 2패)와 노르웨이(1승 3패)를 따돌리고 3승 1패로 본선에 진출한 강팀이었다.

스웨덴은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던 함린(Kurt Hamrin)이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 넣어 헝가리를 2-1로 침몰시키며 2승을 먼저 올렸고,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결승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웨덴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행운의 팀 웨일즈였다. 웨일즈로서는 이미 결승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스웨덴과의 경기를 맨 마지막에 치를 수 있었던 것이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결승 토너먼트를 준비하기 위하여 스웨덴이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틈을 타서 웨일즈는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만약 스웨덴이 전력을 기울였다면 멕시코를 4-0으로 크게 이긴 헝가리가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을 것이다.

조별리그 결과 골득실에 의해서 헝가리가 조 2위가 되는 것이 당연했지만, 당시에는 골득실이 순위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웨일즈와 헝가리는 2위 자리를 놓고 재대결을 치러야 했다. 이 경기에서 전반에 한 골을 허용한 웨일즈는 후반에 두 골을 넣으며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스웨덴에 이어 조 2위를 확정하고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행운을 이어나갔다.

# 결승 토너먼트, 유럽의 강자들을 차례로 격파하다

스웨덴의 준준결승 상대는 4조의 2위 소련이었다. 전설의 골키퍼 야신이 버틴 소련은 준준결승에 오르기 위해서 잉글랜드와 플레이오프(재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소련은 17일에 잉글랜드와 접전 끝에 1-0으로 승리했지만 이틀 뒤인 19일에 스웨덴을 상대하면서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더군다나 스웨덴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은 소련으로 하여금 제 기량을 펼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 날 경기에서 함린이 후반전 시작하며 한 골을 넣었고(48분), 시몬손이 끝나기 전에 한 골을 넣으며(88분) 야신이 버틴 소련을 2-0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스웨덴의 준결승 상대는 4년 전, 헝가리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서독이었다. 서독은 그 이후 월드컵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에서 다시금 팀을 재정비하고 남미의 아르헨티나, 동유럽의 유고슬라비아를 제압하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특히 4년 전 우승의 주역인 헬무트 란은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고 다시 대표선수가 되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6월 24일 스웨덴과 서독의 준결승전에서 서독이 선취골을 얻었다(Schäfer 24분). 그러나 홈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은 스웨덴은 스코그룬트(Skoglund)가 32분경 동점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하였다. 후반전에 들어서 양팀은 1-1로 팽팽하게 접전을 벌였는데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놓고 그렌(Gren, 81분), 함린(Hamrin 88분)이 연속으로 서독의 골문을 가르며 3-1로 승리하고 꿈에 그리던 결승전에 진출하였다.

# 준우승,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

스웨덴의 결승 상대는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브라질이었다. 브라질은 경기 전까지는 주목받지 않은 팀이었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면서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고, 유럽의 정상으로 평가받는 소련과 프랑스를 완파하며 결승까지 올라온 팀이었다. 그러나 개최국 스웨덴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 대륙에서 우승자가 나왔기에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스웨덴으로서는 유리하게도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 비가 내려서 그라운드가 비에 젖어있었다.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은 젖은 그라운드에서 100%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스웨덴의 레이너 감독은 선취골에 팀의 운명을 걸었다.

레이너 감독의 소원대로 스웨덴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취골을 넣고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선취골을 빼앗긴 브라질이 당황하고 스웨덴이 경기의 흐름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스웨덴의 우승에 대한 열망보다 브라질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컸다. 브라질로서는 그 동안 최강의 실력을 갖추고도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바바와 펠레, 그리고 자갈로의 득점으로 브라질은 다섯 점을 넣었고, 스웨덴은 두 점에 머물러 최종 우승은 브라질에게 돌아갔다.

비록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스웨덴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헝가리와 서독, 소련 등 유럽의 강호들을 제압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스웨덴이 강력한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상대인 브라질이 더욱 강한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후회 없는 패배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http://kr.blog.yahoo.com/apache630_in)에도 올립니다.

2007-05-31 10:0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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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브라질 스웨덴 조지 레이너 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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