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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회루 2층에서 내다본 세종임금이 집무했던 근정전
ⓒ 김영조
15일은 우리의 위대한 성군 세종임금이 태어나신 지 610돌이 되는 날이다. 세종대왕은 태조 6년(1397년) 5월 15일 서울 북부 준수방(俊秀坊·현재 종로구 통인동 137)에서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준수방은 경복궁 서쪽문인 영추문길 맞은편 의통방 뒤를 흐르는 개천 건너편인데, 청운동을 흘러내리는 한줄기 맑은 물과 옥인동으로 내려오는 인왕산 골짜기의 깨끗한 물줄기가 합치는 곳이다.

오늘 태어난 세종임금은 천성이 어질고 부지런했으며, 학문을 좋아하고, 취미와 재능이 여러 방면에 통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한다. 정사를 펼침에 있어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어려운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많은 업적은 오로지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세종의 슬기로움을 오늘에 본받자고 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어제(5월 14일) 이른 9시 30분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과 경복궁 경회루 2층에서 한국학 중앙연구소 세종국가경영연구소(소장 정윤재)와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 공동주최로 “세종의 국가 경영과 21세기 신문명”이란 제목으로 열린 세종대왕 탄신 610돌 기념 세종 학술회의가 그것이다.

▲ 개회사, 축사, 기조연설을 하는 이상규, 윤덕홍, 휴홍준, 이어령(왼쪽부터)
ⓒ 김영조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세종은 훈민정음의 창제뿐만 아니라 나라 경영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분이셨다. 21세기는 이런 세종의 국가 경영 능력을 어떻게 도입하는 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오늘의 이 학술대회가 오늘의 국가 경영에 바탕이 될 세종의 슬기로움을 찾아내는 유효한 자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축사가 있었다.

다음은 “세종시대와 21세기 한국”이란 제목으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이 전 장관은 “훈민정음은 세종이 창제했지만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기보다는 주역의 기본 원리, 음양오행 곧 우주관과 동양철학이 담긴 모습이다. 또 봄의 반대가 가을, 여름의 반대가 겨울이 아니라 봄 ㆍ여름ㆍ가을ㆍ겨울은 차례로 생성되는데 이런 이치가 훈민정음에는 들어있다. 곧 훈민정음은 그냥 글자가 아니라 큰 뜻이 숨어있는 위대한 글자이다.”라고 강조했다.

▲ “세종의 국가 경영”이란 제목으로 발표와 토론이 있은 제1부 모습
ⓒ 김영조
이후 10시 30분부터는 “세종의 국가 경영”이란 큰 틀 아래 이택휘 한양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제1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발표자로는 ‘창조의 시이오(CEO) 세종’의 저자 전경일, ‘세종, 조선의 표준을 세우다’의 저자 이한우,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가 나섰고, 이에 삼성에스디아이(SDI) 손욱 상담자문역,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정재훈 학예연구사, 서울대 국악과 김승근 교수가 참여했다.

“세종의 인재 경영”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이한우 씨는 “세종은 초인적인 인내심, 신하들을 능가하는 학식, 문제의 본질에 이르는 열린 태도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자기 경영을 했다.”라며, 결론으로 “신하를 예로 대우하여 임금의 세상이 끝나도록 사대부 중에서 형벌로 죽은 사람이 없었다.”라는 말을 했다.

이어서 발표한 송혜진 교수는 “세종은 매음이 규칙적으로 동일한 길이를 가진 중국의 음악을 받아들여 한국의 정서를 반영하여 새롭게 정립했다. 그래서 보태평 등의 음악을 들으면 매음이 구불구불하고, 다른 길이를 가졌다.”라며 세종의 자주정신을 들어 보이고, 문묘제레에서 쓰이는 음악과 종묘제레의 음악을 비교해 들려주어 관심을 끌었다.

제1부가 끝난 뒤 점심을 먹고, 경복궁 수정전 앞뜰에서 김영호 외 20여명의 무예24기 시범을 관람했다. 종합무술인 이 무예24기에는 검교전, 월도, 원앙진, 권법 시범 등이 펼쳐졌는데 진검으로 짚단과 대나무를 베는 장면에선 구경꾼들이 무섭다는 말을 뱉기도 했다.

▲ 김영호 외 20여명의 무예24기 시범을 펼치고 있다.
ⓒ 김영조

▲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과 전통가곡연구회의 “신치화평 : 뿌리깊은 나무”라 제목의 창작 여창가곡과 가야금 연주
ⓒ 김영조
제2부부터는 경회루 2층에서 있었다. 세종임금의 나라 경영 철학을 논하는 자리가 경회루라는 게 어쩌면 의미가 있었다. 제2부는 “세종의 문명국가 구현”이란 제목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김홍우 교수의 사회로 김영수 국민대 연구교수,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 배기찬 동북아시대위원회 기획실장이 발표하고, 이춘근 문화재청 문화정책국장, 최필곤 케이비에스 역사스페셜 피디, 오종록 성신여대 교수가 토론을 했다.

이 가운데 박현모 교수는 “세종은 ‘삶의 질’을 어떻게 높였나?”란 제목의 발표에서 “세종은 백성을 어루만져 주는 것을 넘어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성을 쏟았으며, ‘밥은 하늘이다’란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백성들은 ‘우리를 주인으로 대하는 임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의 위정자들이 본받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배기찬 동북아시대위원회 기획실장은 “명에 대한 사대를 ‘지성사대(至誠事大)’ 수준으로 격상시켰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지성사대‘가 세종이 사대주의자라서가 아니라 백성과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전술전략의 차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또 그는 세종시대 천여 명의 간자(첩자)를 양성했다고 하여 관심을 끌었다.

2부와 3부 사이에는 숙명여대 가야금 연주단과 전통가곡연구회의 “신치화평 : 뿌리깊은 나무”라 제목의 창작 여창가곡과 가야금 연주가 있었다. 조명도 없고, 사방이 뚫린 시설에서의 연주라 음악적 효과는 떨어졌지만 참석자들에게 의미있고 신선한 연주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경회루 2층에서 “세종의 문명국가 구현”이란 제목으로 발표와 토론을 하는 제2부
ⓒ 김영조
마지막 제3부는 “세종의 국가 경영”이란 제목으로 사회는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안상수 홍익대 교수의 발표와 동북아 역사재단 김대영 홍보실장, 서울대 권재일 교수, 서울여대 한재준 교수의 토론이 있었다.

최용기 국어진흥부장은 “세종의 언어 정책과 21세기 한글”이란 발표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세종의 민족 자주 정신, 민본과 인도주의 정신을 이어가야 하며, 세종대왕이 분석한 국어의 근본 원리를 오늘날의 국어학자들이 이어받아 한글맞춤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글맞춤법에 관한 한 국민의 입장에서 과감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국립국어원 올해의 사업 중 “세종학당”에 대한 소개와 세종학당이 중국의 공자학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한다는 말을 하여 토론자와 참석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 “세종의 국가 경영”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하는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최용기 국립국어원 국어진흥부장, 안상수 홍익대 교수(오른쪽부터)
ⓒ 김영조
경회루 2층에서의 2~3부 학술회의는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데다 바람이 불고, 어두워져 불편한 가운데 진행되었지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참석자들은 의미있는 발표와 토론을 들었다며 흐뭇한 표정이었다.

세종 탄신 610돌을 맞아 열린 세종 학술회의는 많은 생산적인 논의가 있어 앞으로 위정자들이 어떻게 나라 경영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바탕을 만들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이 학술회의의 결과가 생산적으로 쓰이기를 비손하는 마음들을 가진 채 행사는 끝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 다음, 문화저널21,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종대왕, #학술회의, #한국학 중앙연구소, #국립국어원, #국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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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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