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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복거일
ⓒ 이정환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소설가 복거일(미래문화포럼 대표)씨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6월 항쟁'이라 부르는 것은 성공적 혁명에 대한 폄하"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복거일씨는 10일 열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대토론회 '민주화 20년, 문화 20년 상상변주곡' 3회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 체계에서 근본적 변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직선제 헌법 제정이란 성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1987년 민주화운동을 6월 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복씨는 "6월 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을 지녔고 체제 전복을 바라지 않았으며, 다만 압제적이고 정통성이 없는 정권을 민주적인 정권으로 바꾸려 한 것"이라면서 "이 점이 대한민국 이념과 체제에 대해 비우호적인 사람들에겐 오히려 6월 혁명을 낮게 평가할 요소가 되겠지만, 바로 이 때문에 성공적인 혁명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보기 드물게 성공한 혁명"의 근거로 복씨는 "폭력 수준이 아주 낮았고, 정치적 불안이 비교적 작았으며 사회적 비용도 적었다"면서 "1986년 성장률 11.0%가 1987년 11.0%로 이어졌고, 1988년 10.5%로 나타난 것을 봐도 경제적 위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을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한 것.

"혁명의 중요한 요건은 경제 성장"

ⓒ 이정환
그는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큰 변화인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다른 변화가 가능하고, 더 자연스럽고 빠르게 사회가 바뀔 수 있다"면서 "높아진 소득을 통해 지식을 많이 갖춘 '지식인 대중'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이에 걸맞게 대중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복씨는 "지식인 대중의 역할이 우리 언어 진화에서 두드러졌다"며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하지 못하는 언어는 사용자들로부터 버림받을 뿐이지만, 한국어는 영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생존에 필수적인 필연적이고 궁극적인 진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씨는 "제5공화국을 거치면서 압제적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유효한 이념으로 널리 자리잡은 전체주의 사조가 6월 혁명 뒤에도 큰 세력을 이뤘다"며 "개인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삶을 허용하지 않는 전체주의 풍토에서는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체주의에서 나온 이념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많았던" 예로 복씨는 "과거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우리 사회를 휩쓸던 시기"을 꼽았다.

그는 "노동문학은 마치 서부영화 <하이눈>처럼 노동계급을 이끄는 노동운동가, 자신들의 안위도 지키지 못하는 중산층 그리고 악의 무리인 자본가란 틀을 고집해서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며 "이렇게 생긴 빈틈을 일본 문학이 채운만큼, 사회주의 문학으로 인해 일본 문학에 대한 종속도가 가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복씨는 "6월 혁명 이후 근년에 우리 사회에서 높이 차 오른 전체주의 사조"와 더불어 "거듭 들어선 좌파 정권"으로 인해 지속된 경제 침체가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펼쳤다.

복씨는 "근년에 좌파 정권이 거듭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거스르는 정책들이 시도됐으며, 이런 정책들은 경제적 실험을 억제했다"면서 "줄어든 실험들은 진화 과정의 재료들을 줄였고, 비효율적인 진화는 투자의 위축을 불렀다. 근년에 우리 경제가 보인 침체의 큰 부분은 그런 사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사회 침체 원인을 찾았다.

하지만 복씨는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정권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적 분란과 경제적 혼란을 겪는 과정에서 우리 시민들이 교훈을 얻은 듯 하다"며 "따라서 우리 사회는 정치적·경제적으로 활력을 되찾을 것이며, 이런 경제적 바탕에서 우리 문화도 활기를 지니고 진화할 것"이란 낙관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평론가 이명원(비평가 전망 주간), 문학평론가 고영직(경기문화재단 전문위원)씨 등이 참석해 복거일씨와 토론을 벌였으며, 토론회는 약 60여명의 방청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 토론회는 '6월 민주항쟁 이후 한국 사회의 내면 풍경'을 주제로 14일 저녁 7시에 서울 배재정동빌딩 B동 1층에서 열린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주제 발표를 맡을 예정이다.

이명원 "6월 혁명 규정은 너무 앞서 나간 것"

▲ 문학평론가 이명원(왼쪽), 문학평론가 고영직(오른쪽)
ⓒ이정환

소설가 복거일씨의 주제 발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지배 세력 교체 없이 단순히 헌법 체제의 변화를 갖고 6월 항쟁을 혁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처럼 혁명으로 규정하는 순간, 다른 방식의 혁명 가능성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복씨의 주장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이씨는 주제 발표에서 나타난 '지식인 대중의 선택론'에 대해 "기초예술(순수예술)이란 영역 자체가 생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 현실을 생각하면, 대중 선택론이 꼭 문화적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민족·국가주의 외에도 세계화에 대한 상대적 인식들이 얽혀 복잡하게 진행되는 것이 오늘날 문화적 현실임을 감안하면, 복씨의 전체주의에 대한 주장 역시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견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복씨가 주장한 80년대 사회주의 문학의 폐해에 대해서도 이명원씨는 "복거일 선생의 작품 활동이나 이문열씨의 그것만 보더라도 당시 모더니즘 영역 역시 문학계에서 작은 영역을 차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마치 민중문학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했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씨도 "복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 발전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역할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역할만 강조될 때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제 우선론'을 반박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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