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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렙의 소망을 품다. 알래스카 한인교회에서.
ⓒ 문종성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와 갈렙을 알고 있는가? 그들은 10개 지파의 족장이 그 땅은 너무 거칠고 위험해서 도저히 정복하지 못 하리라던 가나안 땅을 정복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믿음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마침내 그 땅을 정복했다.

또 토르 하이엘달은 갈대로 만든 배로 대양을 탐험했다. 그는 과학자들의 논리적 반박과 회의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 속에 새로운 이론을 개척해가며 기어코 57일간 5200km를 항해하는데 성공했다.

아문센이나 썌클턴처럼 극지방 횡단에 도전하거나, 바스코 다 가마나 마젤란처럼 대항해를 향해 나아간 탐험가들도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극한 환경의 에베레스트나 K2를 정복하고, 단순히 노를 저어 태평양을 횡단하고, 걸어서 대륙을 종단하고, 개 썰매로 시베리아를 지나고, 또 요트 한 척에 의지해 세계일주를 하는 시대의 탐험가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환상적이고도 값진 모험의 경험들은 나에겐 대단히 우연한 발견이었고, 마치 평생을 기다려온 운명적 사랑을 만난 것처럼 그 떨림은 느슨했던 나를 바짝 긴장시키는 한편, 되돌릴 수 없는 거라며 익숙한 여정을 걸어갔던 나에게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고 흔들어대고 있다.

그렇다. 나 역시 그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탐험의 역사에 동참해 보고자 자전거라는 수단을 통해 전 세계를 마음에 품고 준비해 온,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청년이다.

목숨 바칠만한 일 없는 사람, 살아있는 것 아니다

▲ 지난 겨울, 알래스카에서 자전거를 타다.
ⓒ 문종성
현실이 꿈을 집어삼킬 순 있지만 꿈이 현실을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 자전거다! 자전거로 세계 비전트립(Vision Trip)을 떠나보자!

이 무슨 해괴망측한 도전의 발로인가? 혹시 내 적성은 몽상가에 더 가까워야 하는 건 아닌가? 도대체 5년 이상 동안 6개 대륙을 믿음의 모험으로 경주하겠다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떠나 실현이나 될 수 있는 문제인가?

혹자는 현실도피라고 비아냥거리거나 냉연히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현실보다 꿈을 도피하는 것이 더 비겁하지 않는가? 현실을 핑계로 꿈을 애써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영혼에 대한 심각한 무관심이 아니겠는가? 지난 날 자신이 꿈꾸었던 것에 대한 소망과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것이 자발적 회피든 환경적 요인에 의한 포기든 그 과정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이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목숨을 바칠 만한 일이 없는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폐부를 후벼 파는 그 한 마디가 지금 내 인생을 바꿔버리려 한다. 어쨌거나 난 총 5년 6개월 일정의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을 통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사막을 지나 밀림을 헤치고 야생과 조우하며, 안데스 산맥에서 사하라 사막에서 때로는 남태평양에서 스치는 바람이 전해 온 별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운 꿈의 전설을 엮어 내기를 기대한다.

진실함과 용기를 미덕으로 세계일주를 하며 내가 생각하고 체험하는 다양한 것들이 참으로 많은 이들에게 탁월한 감동과 도전이 되고 따뜻한 사랑을 경험케 하는 시간들이 되길 소망한다.

제 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동적인 발전과 또 내전과 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되도록 많은 나라의 청년들과 교류를 가질 것이며, 자전거 한 대에 의지한 채 무엇보다 내가 섬기는 주님과 홀로 독대하며 청춘의 꿈을 싣고서 구석구석 누비려고 한다. 거친 호흡과 영혼의 울림을 통해 '내 평생 가난한 마음들로 섬길 것들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시대의 촛불이 될만한 선한 용기를 가슴에 품으며 달릴 것이다.

인류의 비전 바라보는 맨발의 청춘 되고 싶다

▲ 5년 6개월 동안 자전거로 도전할 루트.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 문종성
출국을 사흘 앞둔 지금, 자전거와 부대 용품들, 여행에 필요한 제반 서류, 각종 디지털과 캠핑 장비 등을 점검하면서 어렸을 적 그리던 꿈은 이제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다.

나는 이제 세계 자전거 비전트립을 준비하고 아무 의심 없이 떠나면서 직업에 대해, 배우자에 대해, 내 주위에 익숙한 것들과 내 안에 숱하게 점철된 욕심의 신을 벗어내려 한다. 인류의 평화, 인류의 사랑, 그리고 인류의 비전을 바라보는 맨발의 청춘이 되고 싶다. 꿈을 이뤄가는 과정 속의 감동의 콘체르토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안겨 주고 싶다.

물론 강도와 소매치기, 야생 동물과 자연재해, 사막과 광야, 교통사고와 내전, 병과 인재(人災) 등 나를 위기에 처하게 하거나 목숨을 앗아갈 만한 위험은 그야말로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더 완벽한 조건이 된다. 연약한 영혼이 자신을 시험하고 가슴 속에 숨겨둔 대의명분을 실현시키면서 동시에 전심으로 신에 대해 의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

다니엘을 묵상하며 은혜를 받았다면 사자 앞에 서 보기도 해야겠고, 욥을 통해 도전을 받았다면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시험에 들어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상황에는 창조주의 뜻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상황 가운데 얻어지는 값진 인사이트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건이 된다고 믿는다. 그것이 자전거 세계일주의 묘미이기도 하다.

또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 혹시나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이것은 크리스천으로서 나의 마지막 양심이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도 기대가 된다. 자전거로 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기에 여정의 드라마가 어떤 전개와 위기, 반전과 결말로 매듭지어질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 이제 떠난다

▲ 북극바다를 밟다. 2006년 10월.
ⓒ 문종성
아, 내 안에 열정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의 열정의 정체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언제 한 번 순수한 열정으로 일어나던 때가 있었던가. 잠시만 반짝했던, 열정을 가장한 흥분에 대해 나는 부끄러움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뜨거운 열정을 토해보고 싶다. 열정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하나님이 그 상황 속에서 함께 계신다(God in)'라는 뜻이다. 말없는 위로가 된다. 열정이 없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일이야말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함께해야 하는 연인의 운명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끔직한 고통을 수반하는 삶의 존엄성을 유기시키는 행위이다.

이제 떠난다. 아무도 원치 않았던 거친 헤브론 땅을 제비뽑기도 전에 강력히 주장했던 구약 시대 갈렙의 확신처럼, 취업과 배우자로 성공의 척도를 가르는 적당한 안일주의를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비전은 누군가의 관심과 기도, 도움으로 만들어가는 꿈의 퍼즐조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해 준 분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저를 놓치지 마십시오. 저 역시 당신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내가 자전거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기간 내내 나의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 긴 여정이 끝난 후 서로에게 참으로 멋진 비전메이트(vision-mate)가 되어 있으리라 확신한다. 오늘 유난히 하늘이 맑다. 나의 내일을 하늘이 귀띔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평안하다. Go for it, do it now!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파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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