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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들의 안전모. 박물관이 개장되면 관람객이 머리에 쓰고 갱도로 들어간다.
ⓒ 석탄유물보존위원회
▲ 갱내 발파 및 굴착장비.
ⓒ 석탄유물보존위원회
지난 반세기동안 국가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성장지표로써 일인당 국민소득이 1960년대 100달러에서 지금은 2만 달러로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어떻게 먹고 살까 고민하던 시대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 불과 20년 전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속성장의 밑거름에는 말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산업노동자 그 가운데서도 탄광노동자의 피와 눈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산업문화유산을 활용한 열린공간 박물관'은 바로 탄광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고, 더불어 탄광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갱구·폐석 잘 보전돼 있고, 탄광 부지도 넓은 사북

강원도 사북에는 2004년 폐광된 동원탄광이 있다. 사북 동원탄광과 주변시설 및 사택들은 이러한 박물관의 요건으로 적격이다. 단지 산업활동에 사용됐던 건물·시설은 물론 당시 탄광노동자의 삶의 터전인 탄광촌(마을) 전체가 잘 보전되어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북 석탄유물보존위원회(이하 보존위)의 열성적 노력에 의해 박물관의 내용적 측면인 유물과 유산의 보존상태 및 규모(현재까지 약 1만4000여점) 역시 매우 양호하다. 약 3km에 이르는 갱구와 공기압축기 시설 그리고 어마어마한 폐석 더미 역시 훌륭한 박물관 자원이다.

▲ 폐광지역의 대표적 산업유산인 '수갱'.
ⓒ 이용규
규모 면에서도 동원탄광 부지 약 4만여평, 사택 포함 전체부지가 약 35만여평으로 개방된 야외 박물관이 들어설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폐광 이후 동원탄광 부지와 사택들은 여전히 방치되어 있으며, 이를 활용한 그 어떤 계획조차 없다. 높디 높은 수갱과 썰렁한 본관 건물, 낡은 사택만이 이 곳의 주인이 광부였다는 사실만을 알려줄 뿐이다.

열린공간박물관이 들어서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 일이 개인과 몇몇 단체들이 나선다고 될 성질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 사업을 고민하고 연대해야 해야 한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그치지만 여러사람이 함께 꾸면 그것은 곧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 역시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강원랜드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단일산업에 의해 흥한 도시는 그로 인해 망하게 된다는 것을 탄광지역이 반면교사로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박물관이 들어서면 강원랜드와 함께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막장 체험에 석탄 조각하고 광산축제도 열자

현재 박물관사업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 계획도 세워져 있지 않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강원도 폐광지역의 인구 24만여명, 이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학생수가 2006년 현재 2만5천여명이다.

주변 지역여건 역시 양호하다. 제1차 폐특법에 따라 강원랜드가 만들어졌고 현재 제2차 폐특법이 향후 10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제2차 폐특법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 사업이 선뜻 내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작은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선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본관만이라도 리모델링하여 방문객을 받아들일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시에 전시물 등을 프로그램에 따라 계절별로 교체한다든지 폐광시설을 활용한 체험장(막장 체험·석탄 조각·탄차 타보기 등)을 개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변 폐건물을 리모델링 하여 연중 상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관 혹은 소극장을 만들거나, 낡은 사택들을 개조하여 숙박시설로 이용하고, 매년 여름 '광산축제(Gala Coal Mining Festival)'를 열어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지역만의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 유물보존위 사람들이 배터리 충전설비를 청소하고 있다.
ⓒ 석탄유물보존위원회
우선 박물관 설립을 위한 초기단계로서 지역주민들에 의한 가칭 '사북의 친구들 내지는 탄광의 친구들'과 같은 단체를 만들거나 또는 '지방정부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강원랜드 지원하에 박물관 건립팀을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조직은 우선 실질적인 유물수집 및 박물관 계획, 자금확보를 위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들을 재정지원그룹과 전문가 그룹,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사무국 등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재정지원그룹'은 말 그대로 설립을 위한 재정지원을 전담하며, 전문가 그룹은 유물, 유산 수집 및 분류·보관과 전시를 맡을 팀, 교육적 활용 담당팀과 진정성과 장소성을 살릴 수 있는 박물관 설계 및 디자인팀, 방문객 수요예측 및 미래계획 담당팀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무국'은 박물관 재정관리 및 미디어홍보와 자원봉사자 및 후원회 관리, 회원관리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빔미쉬에서 배우는 박물관의 지혜

박물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은 일찍이 사라져가는 산업문화유산을 박물관화 시켜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각 지자체는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1971년에 설립된 빔미쉬 열린공간박물관은 좋은 사례다. 무려 13년간의 설립기간 동안 각 가정에서 쓸모없어 버린 구두·장갑·헌옷·그릇·장롱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수집했다. 지역주민 역시 자발적 기증자로 서로 나서서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을 박물관 유물수집위원회에 헌납했다. 이들의 이름이 현재 빔미쉬 석탄박물관 벽돌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이처럼 하나의 열린공간박물관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작업들이 수반된다.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고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박물관 설립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문화유산을 활용한 열린공간박물관 설립이라는 대주제에 동의를 한다면 나머지 주제들은 대화와 타협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다고 본다. 열린공간박물관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지역의 자산이며 국가자산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동원탄광을 한번 방문하기를 권한다. 사북읍에서 강원랜드로 올라가는 길목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 동원탄광 사북광업소 본관건물. 이 안에 유물들이 수집, 보관되어 있다.
ⓒ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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