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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희귀질환자 수는 대략 50만명. 100만명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희귀질환자들은 전문의와 관련 약품 부족, 사회적 편견, 경제적 궁핍 등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멀쩡한 성인도 갑자기 희귀병에 걸리기 때문에 누구나 희귀질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연속기사를 통해 희귀질환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환자들의 아픔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가 '나눔'과 '행복'의 의미를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 민구의 음악치료시간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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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 환우 민구와 엄마가 행복해지는 길은 없는 것일까?

 

"저도 근육병이지만 어른이고 말도 하고 아직까지는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하니까 괜찮지만요. 민구가 문제지요. 민구는 강직성 근육병이면서 정신지체1급이에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아이죠. 밥을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혼자서는 못해요. 나이는 10살이지만 지능은 두 살 정도 밖에 안 되구요."

 

민구엄마 유성희 씨는 탁자 위에 놓인 빵을 조금씩 손으로 떼어 민구의 입에 넣어주며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보통사람에 비해 긴 얼굴과 가는 뼈 그리고 약해보이는 몸을 가진 성희씨는 8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정밀검사를 받을 때 처음으로 자신에게 그렇게 나쁜 병이 있는 것을 알았다.

 

태아가 근육병에 걸린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 거라는 말도 덧붙인다. 희귀질환을 가진 산모의 경우 산전 양수검사와 융모막 검사를 통해 태아의 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검사결과에 따라 치료적 유산(임신중절)도 가능하다.

 

민구가 유일한 희망이라는 성희씨가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7년 전 남편과 이혼을 하고 민구를 키우면서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앞으로도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현재 성희씨와 민구는 장애인수당과 최저 생계비 지원을 합해 한달 58만원의 생활지원금을 받아 살아가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아이와 친정어머니를 부양할 수 있었지만 아이를 돌보아 주던 친정 어머니마저 병석에 드러누워 하루 세 번의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근육병이 치료 방법이 없는 병이라고 해도 정부로부터 받는 58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요. 근육병 자체는 의료보호가 되지만 합병증이나 보장구, 검사비가 비급여라 한번씩 병원에 가면 목돈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저래 빚도 많이 졌어요. 나가서 돈을 벌고 싶어도 민구 때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나날이 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으면 좋겠어요"

 

 

성희 씨가 일을 하기 위해 나가려면 민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형편상 월 200만원이나 되는 간병인의 도움은 꿈도 못 꿀 일이기에 생활보호대상자가 무료로 이용하는 유아원, 유치원, 놀이방 등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고. 심지어는 보육원을 찾아가 아이를 2, 3년간만 맡기고 방이라도 얻을 돈을 모은 후 찾아가겠다고 이야기해보았지만 민구의 장애 때문에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과 희귀난치질환자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특별히 모아둔 재산이 없는 한 가난의 길로 떨어지게 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누군가 옆에서 도와만 준다면 얼마든지 생계활동이 가능한 질환자와 그의 가족들이 사회적인 지원이 없거나 부족해 생계활동을 하지 못하고 인간답게 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소외계층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는 활동보조인 서비스. 하지만 이용시간 제한과 서비스 비용의 개인 부담 문제 등 문제는 여전하다. 장애인단체가 지난 1월 24일부터 '활동보조인 지원사업을 똑바로 하라'며 단식투쟁에 들어간 게 그 때문이다.

 

'2007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이 실시되어도 민구 엄마의 바람처럼 민구를 활동보조인에게 맡기고 일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서비스 대상을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기초수급 및 차상위 200% 이내에 속하는 장애인으로 제한해 놓았다.

 

민구처럼 만18세 미만인 경우는 등·하교 보조서비스에 한해서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서 수급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성희 씨의 작은 바람도 물거품이 되어 버린 셈이다.

 

"언제까지 나라에서 생계비를 지원받아서 살겠어요. 내가 나가서 무슨 일을 한들 58만원도 못 벌겠어요. 아직은 몸을 움직이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데 58만원 최저 생계비만 바라고 살아야 한다니 자존심 상하고 슬프지요. 일을 해서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가난을 벗어나지요. 우리 민구는 나보다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데 엄마가 이렇게 살면 민구도 역시 수급자를 면치 못 하는 거잖아요."

 

성희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민구의 미래다. 자신도 언젠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민구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혹시라도 엄마가 잘못되면 아이는 어떻게 될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는 것이다.

 

"젖도 빨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초등학교에 갈 때까지는 걷지도 못했는데 학교에서 여러 가지 재활 프로그램을 하면서 지난해 여름부터는 조금씩이지만 혼자 걷게 되었어요. 수저를 잡는 힘도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밥을 떠먹을 정도로 좋아졌구요.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다 죽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같이 죽는 게 행복이지요."

 

갑작스레 생긴 큰 병...현 제도에선 지원 불가능

 

 

구화학교에 다니는 민구는 겨울방학인 요즘 일주일에 한번 서울장애인복지센터에 음악치료를 받으러 가는 일 빼고는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 형편이 어려운 민구에게는 방학이 오히려 감옥 같은 시간이다.

 

민구의 경우 합병증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상담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걸을 수 있는 기간을 늘리기 위해 재활치료와 적절한 보장구를 맞춰줘야 하며 주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심장 및 호흡기 대장질환, 척추측만(척추가 한쪽 또는 양쪽으로 휜 상태) 등을 미리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동생네 월세집에 친정어머니와 함께 얹혀 지내며 정부로부터 58만원의 생계보조비를 받아 살아가는 민구네 형편으로는 몇 개월에 한번씩 가는 정기 상담과 진찰조차 부담스럽다.

 

"근육병은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이라 치료비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합병증 때문에 불시에 목돈이 들어가곤 하지요. 저 같은 경우 지난해 눈동자가 자꾸 돌아가서 사물이 두개로 보이는 바람에 150만원을 들여 수술을 했구요. 민구 역시 정기적으로 심장, 근전도, 척추검사 같은 것을 하는데 거의 비급여에요. 거기다 상담료와 발 교정용 신발이랑 깔창비까지 합하면 목돈이 들어가지요. 솔직히 어떤 합병증이 나타날지도 모르고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니 병원 가는 것을 자꾸 미루게 돼요."

 

성희씨는 지난해 눈 수술을 하느라 150만원의 빚을 진 상태여서 민구의 재활치료는 커녕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바로잡아 줄 보정용 신발조차 발 크기에 맞추어 바꾸어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민구네에게 당장 도움이 될만한 지원 대책이 없을까 보건복지부 콜센터 129번에 문의해 보았다.

 

문의 결과 민구네 가정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이므로 저소득층 긴급 생활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단다. 이미 수급자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중복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희귀난치질환 관련 긴급의료비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물어봤다. 민구의 보장구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희씨의 눈수술은 합병증 판별이 어려운데다 판별을 받더라도 6개월 이내에 두 번째 수술을 할 경우 만성질환으로 보기 때문에 역시 어렵단다.

 

가진 돈도 모아둔 돈도 없고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돈을 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가난한 두 모자에게 갑자기 수술을 받아야 한다거나 사고가 난다거나 해서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월 17일 70대 할머니가 정신지체1급 외손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혼한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장애를 앓고 있는 손자와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이 사건에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이들을 도와주었어야 했다는 자성의 소리도 높다.

 

음악치료를 받으며 즐거워하는 민구를 볼 때, 교육과 치료로 몸의 기능이 하나 둘 살아나는 것을 볼 때 성희 씨는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가난은 이들 모자에게 쉽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모자가 살아가는 동안만이라도 우리사회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가난을 벗어나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활동보조인제도에 대한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는 중증장애인들의 일인시위와 단식투쟁이 정부청사와 인권위에서 계속되고 있는 지금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민구네 모자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민구네 모자가 앓고 있는 강직성 근육병은? 

강직성디스트로피는 스테이너스(Steinert's) 질환으로도 알려진 가장 일반적인 성인형 근육디스트로피이다. 강직성디스트로피는 염색체 19번상의 유전자결함에 의해 발생된다. 이 유전자의 결함은 마이오토닌 단백질 키나아제 결핍을 유발한다.

 

일부 연구원들은 이런 결함이 주위에 있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 질환은 근육의 약화, 중추신경계 이상, 심장, 위장관, 눈(백내장), 내분비선(호르몬생산)의 이상을 일으킨다.

 

비록 근육의 약화가 서서히 진행되지만, 단일 가족 안에서조차도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근육약화는 증상이 처음 나타나고 몇 년이 지나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강직성 디스트로피 환자는 일반 사람보다 잠이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강직성 디스트로피 환자에게선 지능발달의 저하와 일부 강직성 디스트로피 환자에게서 정서적으로 두드러진 무관심이 나타난다.

 

선천적 강직성 디스트로피는 거의 배타적으로 성인형태의 질환을 가진 어머니가 낳는 유아에게만 발생하는 드문 형태의 질환이다. 출생시 유아는 극심한 약화, 빨거나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고, 호흡장애 증상을 보인다. 운동근육의 지체와 지능저하가 선천적 강직성 디스트로피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 질환에서의 심장 문제는 심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약물치료나 심장 박동 조절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강직성 디스트로피 환자는 전신마취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이 수술을 하게 될 경우에는 미리 의사에게 말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주위에 아무도 없을 시에는 의료용 팔찌(Medical Bracelet)가 필요하다. 눈 수술은 강직성 디스트로피와 관련된 백내장을 제거할 수 있고, 무릎과 손목 보호 장치는 근육약화로부터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위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성의 경우는 노동과 분만 시 자궁이 근육이상에 의해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의 강직성디스트로피 상태와 주의에 대한 정보를 참고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근육병, #희귀질환, #민구,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사업, #활동보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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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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