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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으로 과열된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토지의 공공재 성격을 살려 불로소득과 투기를 최소화하는 긍정적 의미를 지녔지만 한편으로 반자본주의적 정책이라는 편견을 낳고 있는 토지공개념. <오마이뉴스>는 토지정의시민연대와 함께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에 여러 가지 오해를 풀고 현실에 접목하는 방안을 짚어 봅니다. <편집자주>
▲ 북한의 전 국토의 상당 부분을 대량 판매하고자 할 경우 토지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토지사유화가 가용 자금을 대거 흡수하여 금융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사진은 예성강과 그 건너의 북한 땅.
ⓒ 전갑남

토지공개념을 논하다가 갑자기 웬 통일 한국 이야기냐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남한에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 다시 말해서 막대한 토지불로소득이 극소수에 집중되는 제도가 계속된다면, 그리고 그런 극소수가 우리 사회의 여론과 법을 주도하게 되면 통일 후 북한에 어떤 제도가 도입될까? 당연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가 도입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에도 남한과 같은 토지문제가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북한경제 재건은 지연되고, 사회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통일 독일을 곤경에 빠뜨렸던 주범, 토지사유제

@BRI@위와 같은 것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구(舊)동독의 토지사유화 과정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통일 독일은 아무 의심없이 구동독에 토지사유제를 적용했는데, 그로 인해 베를린 근교의 토지가격이 200배 이상 상승하는 투기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문제는 너무나 심각한 것이었다.

또한 통일 독일은 과거 동독에서 토지를 몰수 당하고 서독으로 이주했던 지주들의 소유권을 인정했고, 그것에 따라서 원소유자들에게 반환조치를 취했다. 당국은 그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원소유자 반환 과정에서 발생했던 소송건수가 무려 223만건에 달했고, 지금도 그 소송이 다 종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원소유자들이 구동독에 와서 자기 토지를 내놓으라고 했을 때, 구동독인들은 구서독인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구동독인들 마음에 치유되기 어려운 배심감만 싸이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구동독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투자가 지연되었는데, 이것은 동독의 실업률이 30%로 급상승하는데 주요 원인이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독에서 마련한 통일비용의 대부분이 경제 활성화와 무관한 소모성비용으로 지출되게 되었고, 이런 과정에서 구동독 주민과 구서독 주민 사이에는 심각한 지역감정이 발생하였으며, 이러한 동서(東西) 지역감정은 100년이 지나도 치유되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 독일 하의 토지사유제 원칙 적용으로 구동독에 나타난 각종 부작용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토지사유제의 북한 적용은 재앙이 될 수도

그러면 통일 후 북한에 남한과 같은 토지사유제를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분명히 하기 위해 토지사유제를 북한에 적용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북한의 전 국토의 상당 부분을 대량 판매하고자 할 경우 토지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토지사유화가 가용 자금을 대거 흡수하여 금융공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토지 구입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나올 것인데,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토지가 잉여자금을 가진 사람들의 수중으로 들어가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국유재산과 토지를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구 공산당 간부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버림으로써 문제를 야기시켰다. 이것은 통일 후 사회적 불안정의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토지를 북한 주민에게 골고루 무상분배하는 사유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그렇게 한다 할지라도 지금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자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내다팔게 될 것이고, 이 토지들은 자금력이 있는 남한의 지주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여러 가지 특별한 조치로 남한 사람들과 외국인들의 토지 구입을 억제할 수 있겠지만, 남한 토지에 대한 외국인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언제까지나 그들의 북한 토지 소유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토지사유제를 적용하게 되면 정부의 지속적인 수입원으로서의 토지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국가 재정이 소득세나 소비세와 같은 수입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는 지금까지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났던 비효율과 불합리가 북한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통일 후 북한에서는 사회적 인프라의 대대적 개편이나 확충이 필요할 텐데, 대부분의 토지를 사유화해 버릴 경우 인프라 건설을 위한 토지 확보에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그 건설비용의 조달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 과도기적으로 공공임대제를 도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사유화로 간다면 그때를 노린 토지투기가 발생할 것이며, 북한 토지개혁 과정에서 몰수당한 토지를 둘러싸고 반환하거나 적절하게 보상하라는 요구가 강력하게 제기될 것인데, 이런 과정에서 겪게 될 북한주민들의 배신감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통일 후 북한에 토지사유제를 적용하게 되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남한 헌법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명기(明記)해 놓고, 그것의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것은 통일 후 북한토지제도 설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남한 사회가 토지불로소득의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사회로 변모해 가면 북한에도 같은 철학이 구현되는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어떤 토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까?

북한에는 ‘토지공공임대제’가 답이다

통일 후 북한에 적용해야 할 토지제도는 ➀ 토지문제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하고, ➁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에게 배분하는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③ 현재 북한의 토지국유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하고, ④ 북한 경제재건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이 모두를 동시에 충족시킬 가장 좋은 대안이 바로 '토지공공임대제'이다. 토지공공임대제는 현재 북한의 토지국유제의 특징을 살려 토지의 이용권은 개인이 소유하고 국가가 처분권과 수익권을 갖는 것을 말하며, 이것을 확실하게 실행하면 토지투기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지가치를 확실히 환수하게 되면 토지가격이 제로(0)가 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그만큼 낮아져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어 북한경제의 재건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요컨대, 토지공공임대제는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인 것이다.

한편 북한에 토지공공임대제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 하나는 임대를 실시할 때 토지임대료를 '일시불'로 받지 않고 '연불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시불 방식 그 자체는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토지가치상승분을 환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시불 방식을 택한 홍콩이나 중국이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투기가 성행했고, 이것이 경제문제에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임대료 조정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수요는 완전 차단되고 이윤을 추구하는 생산적 기업만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양극화·증세-감세논쟁, 통일 한국을 관통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금 우리 사회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통일 이후에 북한에 토지불로소득을 공공(公共)이 환수하고, 경제재건의 시기를 앞당겨서 사회통합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의 발판을 마련해 놓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앞의 기자들의 기고문 속에서도 계속 설명했듯이 우리 사회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단순히 부동산에 관한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동산 때문에 발생한 각종 사회적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증세와 감세를 새롭게 결합시켜 효율과 형평을 조화시키며, 한국경제의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통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사회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이런 변화들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우리 사회에 도입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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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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