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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 김한영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1500만 대 가운데 70%가 중·대형차입니다. 완전히 기형적 구조예요. 이런 잘못된 틀을 깨야 할 사람들이 바로 고위 공직자들입니다. 그런데도 고위 공직자들이 오히려 큰 차를 선호하는 건 문제입니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인터뷰 시작부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98년부터 9년째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자동차업계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동안 자동차 수명 늘리기 등 잘못된 자동차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때문인지 임 대표는 고위 공직자들의 전용차 문제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거침없는 '말 펀치'를 날렸다.

"단체장, 지역 도는 데 왜 큰 차가 필요하나"

그는 "16대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이었던 신영국 전 의원은 경차를 손수 운전하면서 항상 검소한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고위 공직자들의 검소한 자세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을 겨냥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임 대표는 "시장·군수·구청장들이 관할 지역을 도는데 무슨 큰 차가 필요한가"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임 대표는 "전남의 모 군수는 포텐샤를 10년 넘게 탔다"며 "이는 군수가 지역 주민들에게 스스로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면 "광주광역시의회 모 시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소나타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한 뒤 당선되고 나자 곧바로 외제 벤츠 승용차로 바꿔 타고 다녀 논란이 됐다"며 "고급 차를 타고 다녀야 '뽀대가 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용연한 5년, 포니 자동차 수준의 발상

▲ 2003년 7월 서울 시청에서 진행된 승용차 자율 요일제 캠페인 .
ⓒ 자동차시민연합 제공
임 대표는 이같은 대형차 선호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권위의식과 이에 편승해 자동차로 신분을 등식화하는 왜곡된 사회인식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사업이 잘된다=큰 차를 탄다' '국회의원=외제차 굴린다' '3000cc승용차=장관급이 탄다'는 등의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인식이 후진국형 자동차 문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것.

임 대표는 또 고위 공직자들의 관용 승용차 사용연한이 5년으로 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한 마디로 80년대에 제작된 '포니' 자동차 수준의 발상이며, 국가적 망신"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80년대 당시에는 국산차의 내구성이 떨어져 사용연수를 5년, 주행거리 12만km로 정했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국산 자동차 수명이 100만km는 달릴 수 있다"면서 "옛날 규정 때문에 자동차 수명의 20%도 쓰지 못한 채 버려지는 등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4개 자동차 생산국가별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승용차 폐차 주기는 8년으로 일본(18년), 미국(16.2년), 프랑스(15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짧았다.

프랑스인은 8년마다, 한국인은 6년마다 차 바꿔

▲ 한국-미국-일본-프랑스 4개국 자동차 교환주기 등 비교표.
ⓒ 자동차시민연합 제공
또 신차 교환주기도 6.3년으로 일본(9.5년), 프랑스(8년), 미국(7.1년)보다 빨랐다. 특히 평균 주행거리는 미국(28~30만km), 일본(26만km), 프랑스(21만km)에 훨씬 못 미치는 14만km에 불과했다.

또 10년 이상된 '고령 차' 비율은 24.3%로, 미국(20%), 일본(18%)을 앞질렀으나 프랑스(31%)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98년 2%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고령 차'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자동차시민연합의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임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승용차는 30만km는 더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하루 빨리 낡아빠진 관용차 관리규정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98년 1월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을 출범시킨 임 대표는 그동안 자동차수명 늘리기와 운전자 권익향상을 위해 공개리콜, 자동차세 차등부과, 차계부 쓰기 운동, 단종 후 10년 동안 부품공급 제도화 등을 추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임 대표는 현재 고령차 보유 운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원활한 부품공급과 정비를 위해 전국에 고령차 전문 정비업소 200여 곳을 묶어 네트워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경차동호회 등과 연대해 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운동과 내구연한이 지난 안전띠 교체를 의무화하는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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