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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정의시민연대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열린우리당의 부동산정책 후퇴를 규탄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6월 30일 열린우리당, 정부, 청와대(이하 당정청)는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 보유세(재산세)를 인하해줄 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와 3~6억원의 주택에 대해 각각 재산세 상승률이 5%와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과 추후에 상황을 봐서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책변화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라는 정책목표의 명백한 후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의 여파로 그나마 진정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요동칠 지 모르는 일이다.

당정청은 선거참패의 원인을 완전히 잘못 찾았다.

이번 대책은 지난 5ㆍ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원인을 찾는 데서 시작됐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정책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보았고, 1가구 1주택의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인하, 양도세와 거래세 인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처럼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다 결국 보유세와 거래세 둘 다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합의에 이른 것을 보면 당정청은 선거 참패의 원인을 부동산정책이 지나치게 강했던 데서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이 갈팡질팡 하는 사이 강남부자만 살판

그러나 조금만 돌이켜보면 이것은 완전히 오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수 십 번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그동안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정책과 그것을 입법화하는 과정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경우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에 발표한 대책은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었으나 그것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크게 후퇴한 법안이 통과됐고,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시장의 내성만 키워 결국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3년 10·29 대책 발표와 2004년 그것의 입법화 과정이다. 청와대가 공들여 만든 10·29 대책을 후퇴시키는 데 열린우리당이 결정적으로 역할했고 그 법안이 통과되자 부동산 투기는 다시 재연되었다.

이런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 정부는 2005년 8·31 대책을 내놓았고, 이것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국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압력에 등 떠밀린 열린우리당은 겨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은 그 법안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려던 참인데 또 선거참패를 이유로 다시 후퇴시키려하니, 역시 참여정부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용두사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고 후퇴 없는 정책을 실행한다는 것을 시장에 강력하게 신호를 보내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당정청은 그렇지 못했고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참여정부는 그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 지난해 8월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등이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정청이 말하는 서민은 누구?

이번 발표에서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은 당정청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서' 재산세를 감면해준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대상을 공시가격이 3~6억원과 3억원 이하로 나눈 것으로 봐서 3~6억원은 중산층, 3억원 미만은 서민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필자는 정부가 중산층으로 본 3~6억원 주택소유자는 전체가구에 5.2% 밖에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전체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주택자들은 도대체 뭐라 불러야 하는지 당정청에 묻고자 한다.

진정 서민을 고려한 대책이라면, 일정 가액 미만, 예를 들어 1억원 미만의 서민주택에 대해서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정책과 진짜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시기를 좀더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유지 내지는 강화해야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재산세 유지ㆍ강화가 주택가격 안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그 방향으로 가야 당정청이 염려하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시기가 더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선진국에 비해 1/5~1/6 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8ㆍ31 대책도 2019년에 가서야 0.61%, 그러니까 선진국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게 한국의 보유세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그 동안 토지와 주택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았던 것이고, 보유세를 얼마 강화하지 않았는데도 부담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보유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데도 세 부담이 큰 이유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유세의 대폭 강화를 통해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그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이렇게 그냥 두면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이 국민경제에 두고두고 부담이 되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켜야 하고,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세부담도 경감될 수 있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당정청은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 방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당정청,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고작 "투기 목적이 없는 1가구 1주택에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재론해봐야 한다"는 개념 없는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열린우리당은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가 지니고 있는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여론에 떠밀려 임기응변식으로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또 스스로 허무는 일을 반복해 온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바는 간단하다. 그것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부가 투기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보유세 강화 정책에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국민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먼저 국민의식과 태도가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보유세 강화에 반대하면서 어떻게 투기근절을 바랄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투기를 잡기 원한다면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고 이것을 반대하는 자들을 계몽하거나 꾸짖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은 보유세가 다른 세금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는 투기꾼을 지목해서 그들에게 부과하는 벌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누진세율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벌금처럼 느껴지는 것뿐이지, 본래 부동산 보유세(특히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보유자가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해 납부하는 대가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국가와 사회가 제공한 혜택의 대가를 보유세를 통해 지불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라고 촉구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투기는 막으면서 경제는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당정청은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 방향을 유지ㆍ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당정청이 그간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진정 서민들을 위한다면, 보유세와 거래세의 동시 인하 방침을 중단하고 "보유세 강화-거래세 인하"라는 올바른 틀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것은 서민, 특별히 무주택 서민과 관계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시기를 더 늦추는 것이고, 그나마 안정될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서민들의 삶과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어떻게 될까? 말할 필요도 없이 서민들의 삶은 더 나빠질 것이고 열린우리당이 말하던 '서민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며, 아울러 참여정부의 지지도도 더 추락하게 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우리 사회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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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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