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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해 보이는 인물
ⓒ 아다치 미츠루
동글동글한 얼굴에 반쯤 차지하는 커다란 눈, 꼭 필요한 선만 넣은 인물들은 깔끔하다 못해 허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에 비해 배경은 사실감과 꼼꼼함을 자랑한다. 언뜻 보면 너무나 깔끔해 보이는 인물과 정교한 배경은 전혀 따로 놀 것 같지만 의외로 너무 잘 어울린다.

바로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그 흔한 해적판이 아니었다. 일이 있어 일본에 간 형이 만화를 하는 나를 위해 일본 만화책 10여권을 사다 줬는데, 그 중에 세 권이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였다. 일본말을 몰라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단순히 그림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보고 또 보고 했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에는 오락만화의 양념처럼 나오는 폭력 등이 없다. 사실 아다치의 그림에 그런 내용이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결코 짧지 않는 편수인데도 아다치만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그만의 유머로 잘 풀어 나간다. 또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 나오는 성적(性的) 호기심도 어른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예쁘게 표현하고 있다.

▲ 사실감과 꼼꼼함을 자랑하는 배경
ⓒ 아다치 미츠루
흑백이긴 하지만 청명한 하늘이 아다치의 만화에 많이 등장한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라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도 마찬가진데, 아다치의 만화에는 하늘이 그것도 큰 컷으로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림이 더욱 깔끔해 보이는지 모른다.

아다치 미츠루(安達 充, あだち みつる)는 1951년 일본 군마현 이세기시에서 태어났다. 20살 때인 1970년 쇼각칸(小學館)에서 나온 ‘디럭스 소년 선데이’라는 잡지에 ‘사라진 폭음’이란 작품으로 데뷔해 ‘에이스 오브 하트’, ‘아! 청춘의 갑자원’, ‘나인’, ‘햇살이 좋아’ 등을 발표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한다.

▲ 청명한 하늘
ⓒ 아다치 미츠루
그러다 1981년에 ‘터치’를 발표하면서 일약 유명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 후로 ‘슬로우 스텝’, ‘러프’ 등을 그리다 1992년에 ‘H2’를 발표한다. 만화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커피 마시기가 취미 중 하나라는 것이 독특하다. 제20회 쇼각칸만화상 소년소녀코믹스 부문으로 수상했고, 책의 판매도 진즉 1억권을 뛰어넘어 부와 명예 모두를 손에 쥐었다.

그의 작품들은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테마로 한 거의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느낌은 각각 다르다. 아다치 하면 스포츠를 소재로 한 만화 그 중에서도 야구가 떠오른다. 그를 지금의 위치로 만든 작품 대부분은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농구를 좋아해 ‘슬램덩크’라는 농구만화를 그린 이노우에 타케히코처럼 그도 자신의 만화 주테마인 야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의 명작 중 하나인 ‘H2’는 1992년 연재가 시작되어 2000년 5월에 끝났다. 단행본으로는 34권의 분량이다. 일본은 이렇듯 10년 정도 연재하는 장수 작품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정에 비쳐보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이자 중학시절 최고의 야구영웅이었던 히로와 히데오. 고등학교로 올라가면서 히로는 센카와 고등학교로, 히데오는 명문 메이와 고등학교로 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 학교로 향하게 된다.

야구 외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히로는 자신의 소꿉친구인 히카리를 친구인 히데오에게 소개시켜주고 그 둘은 사귀게 된다. 이후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히카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 아다치 미츠루의 주인공들
ⓒ 아다치 미츠루
의사의 잘못된 허위 진단으로 포기했던 야구. 하루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학교 야구애호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그리던 어느 날 신문에서 돌팔이 의사의 소식을 듣고 최고의 배터리였던 노다와 함께 갑자원의 꿈을 꾸게 된다.

융통성없고 고지식한 히데오는 친구인 히로에게 히카리를 소개받고 히카리에게 최선을 다한다. 엄청난 스윙으로 고교야구를 휩쓸며 팀을 갑자원으로 이끌어 간다. 그러나 순정을 바친 히카리의 마음에 히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는 마음 아파한다.

장래 스포츠 기자를 꿈꾸는 히카리는 소꿉친구인 히로의 소개로 히데오와 중학교 때부터 사귀게 된다. 이후 메이와란 고등학교로 같이 진학해 최고의 커플로 인정받지만, 히데오와 히로 사이에서 갈등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 하루카는 야구애호회의 매니저로 활동하던 중 히로를 만난다. 그러나 히로는 하카리의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루카는 그저 묵묵히 히로를 기다려 준다.

우정, 그리고 갑자원, 또 둘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히카리. 고교 마지막 갑자원에서 히로와 히데오는 그렇게 상대팀 투수와 타자로 대결하게 되는데….

‘H2’는 이렇듯 히로(Hiro), 히데오(Hideo), 히카리(Hikari), 하루카(Haruka) 이 네 명이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10대들의 성장 드라마이자 잘 짜여진 순정만화이기도 하다. 이때의 일본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아다치의 작품들도 해적판으로 많이 나돌았다.

또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중 가장 인기있다고 하는 ‘터치’. 우리나라엔 ‘H1’으로 소개됐다. 일란성 쌍둥이인 타츠야와 카츠야 그리고 미나미의 삼각관계를 다루고 있다. 동생인 카츠야를 위해 앞서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던 형 타츠야는 사고로 죽은 동생과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위해 야구에 몸을 던지고….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일본 만화잡지 소년선데이에 연재돼 총 26권의 단행본으로 나왔다.

요즘 일본에선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을 영화와 드라마로 만든다고 한다. 미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갈아치운 이치로가 불을 지핀 야구계에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이 기름을 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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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만화와 이야기가 있는 제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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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 소장판

아다치 미츠루 지음, 대원씨아이(만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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