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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에 거하며 위기를 생각한다'는 거안위사(居安危思)의 차원에서였을까? 지난 8월 31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연구팀이 각 대학과 연구소의 저명한 98명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향후 '11차 5개년 계획(十一五, 2006-2010년)'기간 동안 예상되는 중국사회 발전의 열 가지 골칫거리를 발표하였다.

이번 발표는 중국 정부산하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당면문제와 취약성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를 스스로 '커밍아웃(Coming-Out)'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들은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협하는 10대 아킬레스건으로 실업문제, 삼농(농민, 농촌, 농업)문제, 금융문제, 빈부격차, 환경 및 자원문제, 대만문제, 세계화문제, 치안 및 부패문제, 신용위기문제, 에이즈 등 공중위생문제를 뽑았다.

이번 발표가 신지도부의 제고된 투명성을 과시하며 문제인식에서부터 해법을 찾는 의미 있는 자기고백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경제-외교부문의 문제들만 부각시킴으로써 치명적인 정치적 약점들을 은폐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중국 내 인권문제나 티베트 등의 독립 요구, 소수민족의 분열 움직임, 파룬궁 문제, 정치적 민주화 요구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면서 중국정부를 난처하게 하는 진짜 골칫거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는 것.

중국인들의 반응 중에도 이같은 견해를 읽을 수 있다. 아이디가 ‘LUOLIH’인 중국 네티즌은 "정부와 언론은 실업과 삼농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뽑고 있지만 실제로 가장 심각한 것이 정치권의 부패문제"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① 실업자 2억 명에 육박, 가장 큰 사회 불안요소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것이 실업문제이다. 중국에는 2004년 현재 1억7700만명의 실업자와 국유기업 정리 대상[下崗]인원 2000만명을 포함 1억9700만명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이래 실업률이 3.1%, 3.6%, 4.0%, 4.3%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 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실업률을 4.7% 대에 묶는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성장속도를 조절하며 긴축재정을 펼치는 상황에서 매년 1000만명 이상 늘어나는 신규 도시노동자와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유입되는 1억 명 이상의 민공(民工)들의 일자리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2004년 7월 칭화대학의 졸업생들 모습이다. 올해 중국대학생 취업률은 73%, 280만 명 중에서 75만 명이 청년 실업자로 전락한 셈이다. 청년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 김대오
게다가 올해 여름 대학 졸업생도 280만명으로 작년보다 68만명이나 증가했다. 9월 1일까지 대학생 취업률은 작년에 비해 3%P 증가한 73%(대학원생 93%, 4년제 대학 84%, 전문대 61%)이다. 올해 대학 졸업생 중 205만명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75만명은 청년 실업자로 남게 된 셈이다.

칭화대학 쑨리핑(孫立平) 교수는 그의 저서 <분열[斷裂]>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잠정실업자까지 추산하면 중국의 실제 실업률은 10%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업은 단순히 일자리가 없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혜택, 자녀교육 혜택 등 모든 사회적 수혜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② 모든 문제는 3농(농민, 농촌, 농업)에서 비롯

중국은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는 8억이 농민이다. 실업, 빈부격차, 범죄, 위생 등 모든 문제가 농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요성을 안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삼농문제를 ‘1호 문건(一號文件)’으로 하여 식량증산을 통한 농민의 수입 증대를 각 지방정부에 하달한 바 있다.

그러나 3농에는 여전히 중국사회의 안정성을 뿌리째 뒤흔들 수 있는 숱한 위험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2월, 2002년 도농간 소득격차가 공식적으로는 3.1배 수준이지만 의료․교육․양로 혜택 등을 감안하면 4~6배 수준에 달하여 세계 최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실업, 빈부격차, 범죄, 위생 등 모든 문제가 농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농문제가 심각하다.
ⓒ 김대오
천궤이띠(陳桂棣)의 저서 <중국농민조사(中國農民調査)>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농민 세금을 연간 소득의 5% 이내에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지방 정부에 의해 20%가 넘는 세금을 탈취당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3농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농민의 식량증산과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에는 지방정부의 부당한 세금포탈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공업화와 경제발전은 엄청난 농경지의 유실을 가져와 1인당 농경지가 1.5무(300평)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세계 평균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각종 개발정책에 따른 토지수용으로 5000만명의 농민은 아예 농사를 지을 토지도 없는 실정에서 언제든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옮겨갈 잠재 이농인구이며 그 수가 약 1억 3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적대심이 강한 거대 농민의 도시유입은 중국사회의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③ 국내총생산(GDP)의 20-40%가 부실채권-금융문제

중국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03년 말 기준 중국의 4대 국유 상업은행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은 2조4천억 위안(360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제 부실 채권은 이 같은 정부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신용기관들은 중국 금융회사들의 실제 부실채권 규모가 공식 통계의 2배인 40~5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외채무 특히 단기부채가 비교적 적어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막바지 국유기업 개혁이 단행될 경우 금융문제는 심각한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정부가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무리한 은행대출을 통해 무분별한 중복투자로 지방기업을 육성한 결과이다. WTO 가입 이후 세계 유수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마당에 경쟁력이 없는 지방기업들의 연쇄적으로 부도날 경우 대규모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 특히 이 같은 금융위기는 대규모 정리해고와 실업문제로 이어져 메가톤급 위력으로 사회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HSBC, JP모건, 씨티그룹 같은 외국 대형금융기관들이 중국 금융기관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부실이 일부 해소되었으며 국유은행의 주식제 전환과 농촌신용사의 통폐합을 통해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그 성과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④ 프랑스혁명 당시 지니계수 넘어 위험수위 달한 빈부격차

중국의 동서지역간, 도농간 소득격차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2002년 통계에 따르면 상하이의 1인당 소득(4915달러)은 최하위인 구이저우(貴州, 350달러)의 14배에 달했다. 상하이 부자는 식당종업원에게 1000위안(15만원)을 팁으로 뿌리는데 2003년 1인당 연간 소득이 637위안(77달러)을 넘지 못하는 절대 빈곤인구는 8500만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작년에는 자연재해와 환경적 요인으로 절대빈곤층이 80만명이나 늘어났다.

상하이는 2000~2002년에 1인당 소득이 1000달러 늘었으나 산시(山西)는 50달러, 후베이(湖北)는 80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계은행의 절대빈곤 기준선인 1인당 1일 1달러로 치면 중국의 절대 빈곤층은 2억명으로 늘어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80년대 접어들면서 중국의 지니계수(사회평등지수, 완전평등사회 0, 완전불평등사회 1)는 0.28이었는데 1995년에는 0.38, 90년대 말에는 0.458에 달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중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지니계수가 0.474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며 0.45를 넘어서면 극심한 빈부 격차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폭동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될 정도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프랑스혁명 당시의 지니계수를 넘어서 있는 상태이다. 빈민층의 분포가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고 의식수준이 낮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지만 사회적 유동이 많아지면서 극심한 빈부격차에 불만을 갖는 세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빈부격차문제가 중국의 가장 불안한 화약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든 G. 창(Gordon. G Chang)의 <중국의 몰락> 등 다수의 중국의 위기와 분열을 예견하는 저서들은 지역성과 민족성을 띤 극심한 빈부 격차를 이론적 기조로 삼고 있다.

⑤ 환경 및 자원문제

경제건설을 위해 6천개 이상의 경제개발지구가 조성되며 중국에 심각한 환경 자원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위험수위를 더해가는 환경 자원문제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라는 것이다.

산업화과정에서 사라진 경작지만도 350만 ha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체 국토의 27%인 260만㎢가 사막인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매년 약 2460㎢씩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막화와 수자원, 에너지 부족문제 등은 향후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대오
물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중국의 수자원 총량은 약 2만7115만㎥로서 브라질․러시아․캐나다․미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6위에 해당되지만 1인당 수자원 점유량은 2300㎥이고 1인당 물 부족량은 1600만㎡(연간 부족량은 연60억㎡)에 달하고 있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12개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은 해마다 물 부족으로 인하여 약 3억에 가까운 인구가 직접적인 피해와 불편에 직면하고 있다. 전국의 668개 도시 중 400여 개 도시가 급수부족을 겪고 있으며 그중 130여 도시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2010년 이후 중국은 심각한 수자원 부족기에 접어들고 2030년에는 약 400억~500억㎥의 수자원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력난도 심각하다. 올해 전력 부족지역이 화베이, 화둥, 화중, 화난지역 등 모두 19개 성ㆍ시(省市)나 되었다. 전력난 때문에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상하이, 광동 등 경제 발달지역에서도 제한송전이 되는 곳이 많았다. 전력사용량이 해마다 20% 이상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전소 증축으로 공급을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단기간 내에 에너지 부족현상을 해결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도 만만치 않다. 일본학자인 나카가네 카츠지(中兼和律次)의 저서 <중국경제발전론>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에는 최대한 약 3억8천만 톤의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데 그 양은 전 세계 식량 수출량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2020년 중국의 식량부족이 1억7천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시장의 조절기능에 의해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중국의 경제급성장으로 인한 각종 자원과 환경문제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수준에 달한 것은 분명하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과정에서 더욱 심각해진 환경오염은 이제 경제발전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정화시설을 갖추지 않은 공장들의 매연과 폐수방류 등으로 대기와 수질오염이 심화되고 있으며 분리수거가 되지 않고 쏟아지는 쓰레기처리문제도 골칫거리로 등장한 지 오래다.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과학적 발전관’을 내세워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고 내실을 다지는 균형발전을 주창하는 것도 심각한 환경오염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WTO 가입 이후 환경분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이에 대한 투자와 설비를 늘여가고 있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의식수준이 제고되어 환경오염에 대한 자생적인 대항세력이 생겨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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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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