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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기술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엔지니어 최고의 전문가로 우뚝 선 이찬욱씨
ⓒ 박상봉
남들이 꺼려하는 이공계열을 일찍이 선택해 14년 동안 발전소 기계분야에서 까다로운 기술업무를 수행하면서 최고 기술자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박사학위 3년 경력을 인정받을 만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멋진 인간승리의 주인공을 만나보았다.

남구미 IC를 통해 구미공단에 들어서면 하늘 높이 솟아오른 굴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미공단 입주업체에 에너지(증기)를 공급하는 STX에너지 구미발전소다.

이 회사 기계팀에 근무하는 이찬욱(39)씨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을 정도로 터빈·엔진 같은 동력기관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우뚝 섰다.

지난 5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제72회 기술사 자격시험에서 유체기계기술사(Professional Engineer) 자격을 획득해 엔지니어 최고 전문가로 인증을 받은 것.

유체기계기술사는 유체기계에 관한 공학이론을 바탕으로 공정, 기계 및 기술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갖고 있는 기술인이 아니면 자격을 취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5월 구미열병합발전소 창립 당시 입사해 회전기계 선행보전업무를 담당해온 그는 "14년간의 실무경험이 곧 유체기계기술사 시험의 준비과정이었다"며 "설비기술, 운전기술, 보수기술, 운영기술 등 발전소에서 기술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이 유체기계기술사의 시험문제나 다름없었다"고 기술사 자격 취득소감을 밝혔다.

그가 하는 일은 쉽게 말하면 터빈·발전기 등 발전소 기계의 윤활, 진동, 소음, 온도 등 운전상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돌보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열병합발전소에서 움직이는 기계의 90% 이상이 유체기계이므로 이 분야의 역학, 기계, 물리 전문지식이 필요한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7년 전부터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노트에 나름대로 정리해왔다는데 그것이 자연스럽게 기술사 공부를 하는 계기가 돼 정리노트가 약 2천 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되었을 무렵인 올해 기술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게 됐다.

일찍 이공계열 선택, 자격증 9개 지닌 최고 엔지니어로 성장

ⓒ 박상봉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그는 영주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 영진전문대학으로 진학했다. 4년제 대학교로 진학할 만큼 성적이 미치지 못해 선택하게 된 길이지만 지금도 공학도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일찍부터 기계와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84년 당시 에너지 분야의 유일한 자격인 열관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대학 재학시절인 85년에는 기계제도기능사, 86년에는 건설기계산업기사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했다. 구미열병합발전소에 입사한 뒤에도 바쁜 직장생활 틈틈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 1993년 열관리기사, 일반기계기사를 취득하였고, 2002년에는 열관리기능장과 산업현장의 기술지도능력을 인정하는 기계기술지도사 자격도 갖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 플랜트 및 장치산업이 신규 시설을 설치하기보다 기존 설비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향으로 변하자 이에 대한 선진기술인 미국 노리아(Noria)사의 선행보전업무를 도입하여 앞장서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 작년에는 이 분야의 국제인증기관인 국제윤활협회(International Council for Machinery Lubrication)에서 1급 기계 윤활 분석사(Machinery Lubricant Analyst Level 1) 인증을 받아 전문가로서의 발판을 다졌다.

성적이 나빠 어렵게 입학한 전문대학 졸업은 수석으로

▲ 구미공단 입주업체에 증기를 공급하는 STX에너지 구미발전소 앞에서
ⓒ 박상봉
그는 대학입학 당시만 해도 학업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시골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어렵게 간 전문대학이라 2년이라는 짧은 학창시절을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공부해 졸업할 때는 수석의 영광을 안게 됐다고 대학시절을 회고했다.

"그렇다고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는 아니었습니다. 엠티, 미팅, 운동도 열심히 했고, 당구장, 볼링장, 콜라텍을 돌아다니고, 장학금으로 친구들이랑 술 마시며 후회 없이 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이나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집중력이 뛰어난 편이죠. 그래서 신나게 일하거나 공부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자는 것이 저의 생활방식입니다."

그런 생활태도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 퇴근하는 길에 종종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소주 한잔씩 나누고 헤어진다. 일찍 퇴근하는 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 가서 놀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여가를 즐긴다. 또 주말이면 낚시를 가거나 틈나는 대로 스타크래프트에도 빠지는 게임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일할 때나 공부할 때 집중적으로 몰입하고 노력하는 형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기술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책을 보고 나서 출근하는 것을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에 옮기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퇴근 후에는 곧바로 시립도서관이나, 복지관에 들러 2∼3시간씩 공부한 다음에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공복 시에 엑서지 효과가 나타나더군요."

배고플 때 공부가 더 잘 되더라는 뜻으로 엑서지 효과란 최첨단 공학기술인 '엑서지(Exergy) 이론'에서 따온 말로 투입된 에너지의 양과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열시스템 기술을 말한다.

▲ 기술사 시험 준비를 하면서 새벽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책을 보고 나서 출근하는 것을 4년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실천에 옮겼다.
ⓒ 박상봉
그는 "요즘처럼 열병합발전소에 근무하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고 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의 고공행진 때문에 어려워하는 구미공단 입주기업체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저렴하고 양질의 에너지(증기)를 공급하여 수출경쟁력 강화와 원가절감에 기여하고, 환경보전이라는 대의에도 부합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365일 무정지 운전을 통하여 중단 없는 원활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고 꿈"이라며 소박한 포부를 밝히는 그는 발전소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밤늦은 시간이라도 해결될 때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퇴근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런 성격이 때로는 작은 부품 하나에 결함이 생겨도 움직이지 않는 기계를 닮은 듯 완고해 보이기도 하지만 "퇴근이 늦어질 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 그를 대하면 인간미가 넘치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보통 사람은 한 가지도 갖기 힘든 자격증을 8개나 보유하고 엔지니어로서 최고의 자리인 기술사 자격까지 취득한 이찬욱씨.

"주식투자 격언에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란 말이 있듯이 엔지니어는 변화무쌍한 신지식과 신기술을 배우고 터득하는 데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며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그의 표정에는 최고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 넘치는 인간승리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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