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영화 <1.3.6> 제작 발표회
ⓒ 우연주

"<내마음의 풍금> 이후로 제가 죽은 줄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영재 감독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이 말을 거꾸로 풀자면 그 영화 <내마음의 풍금> 소리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귀에 쟁쟁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영화 <아는 여자>와 연극 <택시 드리벌>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영화계뿐 아니라 연극계의 재간꾼이기도 한 장진 감독, <거미숲> 개봉으로 다시 바빠진 영상미의 주인공 송일곤 감독이 뭉쳤다.

무엇 때문에? 1개의 주제로, 3명의 감독이, 6밀리로 대표되는 디지털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곧 국내 최초의 환경 영화 <1.3.6>을 만들기 위해 뭉친 것이다.

▲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최열(맨 오른쪽)씨와 세 명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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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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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환경 영화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제목 <1.3.6> 때문에 의아해 하는 기자들에게 환경재단 상임이사이자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최열씨는 "한 나라의 환경 상태를 보여주는 환경지속성 지수 검사에서 한국은 142개국의 나라 중에 136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심각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환경 옴니버스 영화의 제목도 <1.3.6>이라고 잡은 것이지요"라고 설명했다.

'환경'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계몽적 성격 때문인지, 아니 그보다 여태까지 한국에서 '환경'이란 말에는 '운동'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어 왔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이 재기 발랄한 감독 세 사람이 왜 '환경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그 의아함은 "평소에 환경 문제에 관해 많이 생각하셨는지요?"라는 질문으로 표출되었다.

장진 감독은 "우리나라의 환경지속성 지수가 136위라는 말을 듣고 오히려 안심했습니다"라는 아리송한 말로 입을 열더니만 "평소에 우리나라의 환경 상태가 매우 나쁘다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막상 지수가 한 3위쯤으로 좋게 나왔다면 환경 개선을 위한 경각심도 불러일으키기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나쁘게 나왔으니 다행이지요. 지수 올리기 위해 애써야겠지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 이영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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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회 자리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제작 자본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영재 감독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예를 들며 "그곳의 '캅 페스티벌 프로젝트'는 아예 '노 버짓(No Budget)'이었답니다. 제가 이전에 했었던 '이공 프로젝트'에 비해서도 이번에 받게 된 제작비는 '블록버스터'급이지요"라고 말했고 송일곤 감독은 "넉넉하진 않지만 30분짜리 영화 만들기에 아주 부족한 액수도 아니다"라고 점잖게 대답했다.

장진 감독은 "영리하게 쓰면 쓰고 남아서 다른 영화 한 편 만들 정도는 된다"라며 익살을 부려 많은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이번 환경영화 제작을 위해 협찬한 곳은 삼성전자와 롯데백화점. 이들은 환경영화 제작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데 이 영화를 완성시켜 아시아 지역 순회 상영까지 하려면 아직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필요한 나머지 돈을 모으기 위해 환경재단에서는 9월 7일 '환경영화 제작 후원의 밤-환(경)영(화)합니다'를 연다고 한다.

▲ 송일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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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는 '환경을 사랑하는 영화인들의 모임'이 만들어지며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들은 배우 최민식, 문성근, 안성기 등과 감독 강제규, 정지영, 또한 제작자로는 유인택, 심재명씨 등이라고 한다.

각각 30분씩 총 1시간 반 길이의 환경영화 <1.3.6>은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일인 10월 22일에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처음으로 상영된다. 뜻밖의 카메오들도 영화에 등장한다고 하니 숨은 카메오 찾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2004-08-24 16:5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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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기자는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 전공 주임교수이다. 지난 십여년 간 생활예술, 곧 생업으로 예술을 하지 않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지금은 건강한 예술생태계 구축을 위해 예술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다양한 예술인 사회적 교육 과정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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