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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곡물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최근 곡물수급에 불안한 모습을 보여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빈발하는 홍수와 가뭄, 사막화와 같은 자연재해와 급속한 산업화 등에 따른 곡물 생산 감소로 재고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중국의 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한 쌀, 옥수수, 소맥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82.1%, 22.9%, 22.6%나 올라 중국발 곡물가격 파동이 원자재 파동에 이어 세계에 불어 닥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산량과 재고량이 줄어들면서 13억 중국인의 주식인 쌀값이 인상되자 중국 내에서 5, 6년 지난 재고쌀이 눈가림식 가공을 거쳐 '민공미(民工米)'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게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는 제2의 '불량 만두'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중국산 곡물에 대한 보다 철저한 심사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쌀이 부족해!"

중국의 곡물부족 특히 쌀부족 현상이 심상치 않다. 중국이 부족한 곡물을 수입하기 시작하면 세계가 경쟁적으로 식량안보를 위해 곡물비축을 늘릴 것이고, 그러다 보면 세계 곡물가가 대폭 상승하여 세계곡물파동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경작지 감소와 자연재해 등으로 중국의 쌀 생산이 크게 감소하여 쌀값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CCTV 보도화면)
ⓒ 김대오
중국의 쌀수요는 90년대 이후 1% 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폭적인 생산 감소이다. 생산 감소의 원인은 우선 산업화와 사막화 등으로 경작 면적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경제건설을 위해 6천개 이상의 경제개발지구가 조성되며, 사라진 경작지만도 350만 헥타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전체 국토의 27%인 260만㎢가 사막인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매년 약 2460㎢씩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사막화 방지를 위해 경작지를 숲이나 목초지로 전환하는 투에이겅환린(退耕還林) 프로그램이 추진됨으로써 2010년까지 1300만 헥타르의 경작지가 또 줄어들 전망이다.

1999년 9162만 헥타르이던 전체 곡물 경작면적이 2002년 8147만 헥타르로 11.1%나 감소한 것이다. 이 중에서 쌀의 경작 면적은 2897만 헥타르로 전체 경작지의 35%만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수자원 고갈과 각종 자연재해도 생산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가뭄과 지하수 난개발로 허베이(河北)의 지하수면이 3m나 낮아졌으며, 황허(黃河)의 단류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 관개수로가 정비되지 않아 효율적인 물배분에도 어려움이 많으며 쌀의 주요 경작지가 동베이(東北)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수자원은 주로 남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물부족 현상을 가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0억 달러의 농업관련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농업세 폐지(지린성,헤 이룽장성은 전면 폐지, 11개 곡물생산지역은 단계적 폐지, 올해 7%에서 4%로 인하)를 추진하는 등 삼농(三農: 농민, 농업,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농촌의 젊은이들은 하나둘 민공이 되어 도시로 떠나고, 고령화된 농촌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5년 8억5947만 명이던 것이 2002년 7억8241만 명으로 매년 1.4%씩 감소하는 추세다.

1999년 WTO가입과 함께 변화된 중국의 쌀생산 정책도 결과적으로 쌀 부족 현상을 가중시켰다. 즉 단일화된 품종에 의한 쌀 다산(多産)정책에서 유기농쌀 개발 등 고품질 생산정책으로 전환하며 전체적인 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의 쌀 생산량은 1억1940만 톤으로, 이 기간의 예상소비량 1억3870만 톤에 비해 1930만 톤가량 부족하다.

현재 쌀 생산량 부족으로 인하여 쌀의 자급자족이 어려운 중국이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중국정부가 유기농 쌀을 경쟁력 있는 수출품목으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수출지원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쌀 경작지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한국인과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중단립종)쌀 생산면적은 꾸준히 늘어나 전체 쌀 재배지의 23%를 차지할 정도이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유기농 쌀이 국내 쌀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쌀의 국내 수입 요구가 중국과의 각종 경제 협상과정에서 언제 불거질지 모를 문제다. 철저한 준비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의 불량쌀 '민공미'

생산량 부족으로 재고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중국 쌀값이 앙등하자 식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5,6년이 지난 재고쌀이 눈가림식 가공을 거쳐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노동자인 민공(民工)들이 주로 먹는다고 하여 '민공미(民工米)'라고 불리는 재고쌀은 이미 베이징, 톈진, 동북3성(랴오닝,지린,헤롱장), 안훼이성 등지에서 대량으로 팔리고 있는 상태이다.

▲ 중국정부가 재고쌀의 유통경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CCTV 보도화면)
ⓒ 김대오
CCTV에서 민공미와 관련한 보도가 나간 이후 중국국무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단속을 지시한 바 있다.

중국농업대학 후샤오송(胡小松) 교수는 "누렇게 변색되고 곰팡이 냄새가 나는 재고 쌀에는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10배나 강하고 치명적인 발암물질인 황곡곰팡이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밝혔다.

원래 주조나 사료제작 등 공업용으로만 사용되는 재고쌀이 중간유통과정에서 빼돌려져 탈색과 탈취 과정을 거쳐 대량으로 공사장, 대형공장, 학교 식당 등에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반 쌀값이 1kg에 4위엔(600원)인데 비해 민공미는 2위엔 정도이다. 1톤에 940위엔(14만원)에 거래되는 재고쌀이 가공을 거치면 민공미로 변신하여 두 배 이상의 가격에 팔리는 것이다.

유통상들은 민공미의 마진율이 높고, 일반쌀과 섞어서 팔 경우 더 큰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은근히 민공미를 선호하여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각 지방정부가 재고쌀의 유통에 대한 조사와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칭(重慶)에서는 30만 톤의 재고쌀 행방이 묘연하며 다른 성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어 이미 다량의 재고쌀이 식탁에 흘러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하루에 일당이 20위엔(우리돈 3천원) 정도에 불과한 민공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쌀값 인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값싼 민공미를 먹고 있는 실정이어서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먹거리 오염의 진원지 중국, 철저한 관리체제 시급

▲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한 쌀시장. "민공미"와 관련한 보도 이후 시민들은 쌀 구입시 색깔과 냄새에 신경을 쓰며 신중하게 쌀을 구입하는 모습이었다.
ⓒ 김대오
우리나라에는 1997년부터 중국산 찐쌀이 수입자유화 되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8천 톤이 수입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5천여 톤이 수입된 상태이다. 중국산 찐쌀은 떡, 미숫가루 등 가공식품 원료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단체급식소나 음식점에서는 국내산 쌀값이 오르자 찐쌀을 김밥이나 볶음밥으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

중국산 찐쌀의 가격은 20kg 한 포대에 3만원 정도에 불과에 수입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중국산 쌀은 아직 개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국산 찐쌀만으로도 국내 쌀농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소리가 들려올 지경이다.

수입경로조차 불확실한 중국산 찐쌀에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재고쌀인 '민공미'가 없으라는 보장도 없다. 중국이 우리 먹거리를 오염시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곡물에 대한 더욱 철저한 단속과 관리체제가 시급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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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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