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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한강>은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장편소설이다
ⓒ 김상욱
대학 생활동안 읽은 <태백산맥> <한강> <삼국지>

비록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 어학 학원수강, 자격증 취득,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아르바이트 등 가뜩이나 어려운 취업때문에 방학은 더 이상 여유를 가지며 보낼 수 있는 기간이 아니다. 때문에 책을 가까이 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접하는 세대에게 책읽기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요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10권 가까이 되는 장편소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장편소설이 있다. 바로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한강> 그리고 나관중의 <삼국지>이다. 더 재밌고 좋은 장편소설도 많이 있지만 이것들은 필자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읽어 본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다.

<태백산맥>, 신입생때 접했던 최고의 충격

스무살, 대학 1학년이라는 시기는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때까지 억눌려왔던 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게 대학 1학년 때 접했던 최고의 충격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게 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비슷한 '충격'을 받은 대학생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접했던 6·25전쟁 전후의 한국현대사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때까지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나 한국현대사에 대해서 또래들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책 속의 역사는 그동안 배웠던 내용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임을 알고 놀랐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혼란을 느꼈다. 과거에 배웠던 근현대사, 북한, 미국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교실안의 것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태백산맥>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다. 내가 이제까지 알아왔고, 배워왔던 것들이 어쩌면 꼭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스무살에 느꼈던 충격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태백산맥>은 소설책 보다는 역사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자체가 워낙 장대하고 세밀해서 읽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읽은 후에 남는게 정말 많은 책이다.

지금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다시 시작하기가 조금은 두려울 정도로 스케일이 크다. 마치 한반도의 허리를 이루고 있는 태백산맥처럼. 군사정권 하에서 당당하게 집필 활동을 한 조정래 선생이 존경스럽다.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강>, 즐겁게 읽어내려가는 한국현대사

<한강>은 <태백산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조정래 선생도 작가후기를 통해서 밝혔지만, <태백산맥>에 비하면 훨씬 소설적인 요소가 다분한 책이다. 때문에 젊은 세대라고 해도 별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태백산맥>이 역사책을 읽는 것처럼 다소 어려웠다면, <한강>은 빠른 전개로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80년의 광주로 향하는 주인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지금 대학생들의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대이다. 보리고개, 경제성장, 민주화 운동 등은 사실 요즘처럼 부족함이 없는 세대에게 보리고개를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다소 막연했던 한국현대사를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 바로 <한강>이다.

<한강>은 <태백산맥>, <아리랑>으로 이어지는 조정래 선생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리는 작품이다. 글 감옥에서 나왔다는 조정래 선생의 말처럼 힘들게 집필한 작품이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이런 소설을 젊은 세대에게 남겨줘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여력이 된다면 80년 광주에서부터 다시 소설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작가의 바램이 부디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삼국지>,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는 책

<삼국지>를 대학 4학년에 와서야 다 읽었다는게 사실 부끄럽다. 그러나 <삼국지>의 매력은 정말 언제 읽어도 충분한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읽은 적이 있다. 10권까지 읽다가 작가 이문열에 대한 세간의 평을 접하면서 집어치웠다. 그가 당대의 이야기꾼인지, 시대의 아첨꾼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요즘에는 김홍신, 김구용, 황석영, 장정일 등 '다양한 버전'의 <삼국지>가 존재한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비록 많이 팔렸다고는 하지만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문열에 대한 평가는 잠시 접어두고 <삼국지>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고 싶다.

사실 <삼국지>는 워낙 내용도 방대하고 읽는 이들도 많다. 때문에 작품이 '어떻다'고 말하기가 쉽지가 않다. 필자가 생각하는 <삼국지>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가 담긴 책이다.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들라면 이점을 꼽고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담겨 있는 <삼국지>. 세 나라의 갈등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처세는 수천년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부인 권양숙 여사는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정치인의 여건상) 피서를 다니기가 어려웠다"면서 "대신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피서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영부인의 말씀대로 더운 여름날, 그늘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쐬어가며 책을 읽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하는 것도 괜찮을 발상인듯 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여름방학이 다 가기전 장편소설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지음, 해냄(2008)


삼국지 세트 - 전10권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엮음, 민음사(2002)


태백산맥 세트 (반양장) - 전10권

조정래 지음, 해냄(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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