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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일지(돌베개)
ⓒ 송호정
한국 근대사에서 김구 선생의 지위는 민족 분단반대, 남·북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인물로 기억된다. 다수의 정치인이 우리역사 속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종종 거론되는 인물로는 김구 선생을 꼽는 분들이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도 존경하는 인물로 김구 선생을 꼽았다.

필자는 최근에야 김구선생의 자서전인 『백범일지』를 읽었다. 유명정치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인물로 꼽고 있는 김구 선생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탐구 해 보고 싶은 호기심은 늘 있었지만, 게으른 독서 습관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었다.

돌베개에서 출간된『백범일지』(도진순 주해)는 1929년에 집필한 상권과 1942년에 집필한 하권으로 묶여 져 있다. 백범일지라는 제목이 하루하루의 일기형식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김구선생이 상해와 중경에 있을 때 써놓은 백범일지를 한글 철자법에 준하여 국문으로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백범일지를 읽으면 19세기 구 한 말, 우리 민중의 고단한 삶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김구 선생의 삶을 통해본 19세기는 대 혼란의 시대였다. 지도층은 부패하고 무능했으며, 500년 왕조의 전통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민중의 삶은 절망뿐이었다. 열강의 세력 앞에 한반도는 바람 앞에 등잔불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자생적인 민중자각 의식이 태동하게 되는데 바로 내재적으로 동학(東學)이요, 외재적으로 서학, 즉 천주학이었다.

백범일지를 통해 본 당시의 동학은 폭넓은 민중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백범 또한 동학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와 가치에 눈을 뜨게 된다. 황해도 일대에서 백범은 가장 나이가 어린 ‘아기접주(接主)’로 활동하였다. 이곳에서 활동할 당시 백범의 휘하에는 그 부하들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꾀나 이름 있는 접주였다. 무엇보다도 백범 자신이 상놈 출신이었고, 이 소문으로 근동의 상놈들이 동학에 많이 참여한 결과라고 백범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동학 운동을 통해서 백범은 안중근 의사의 집안과 조우한다.

개인이나 국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나 환경이 아무리 암울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고난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백범은 스스로의 의지와 지혜로 국가가 처한 고난의 시대를 당당하게 헤쳐 나갔다. 일제침략이라는 국가적 고난 앞에서 일개인의 역할 공간이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범은 수 많은 민초들을 거미줄처럼 엮어 개인의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임시정부 시절 그는 이러한 방법으로 해외에서 독립운동 거점을 확보하고, 지사들을 조직화하고,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일제에 강력히 항거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순응주의적 생활이 단기적 시각에서 봤을 때 살아가기에는 편하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치고 개혁해 나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피나는 자기와의 싸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구 선생이 살았던 시대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교육 과정에서 이런 순응주의적 생활방식을 학습하게 되고, 습관처럼 이러한 사고방식에 길 들여져서 생활 하게된다. 백범일지를 통해서 본 김구 선생은 순응주의적 사고를 벗어 던진 시대의 선각자 였다. 2003년 오늘도 개혁은 여전히 우리시대의 화두이다.

백범일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안동 김씨 경순왕의 자손이지만 반역죄로 멸문의 화를 당하여 몰락한 후 신분을 숨기고 일부러 상놈 노릇을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김구 선생은 상놈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과거 길에 오른다. 그렇지만 과거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부정을 보고 과거시험 보기를 포기한다.

김구 선생의 삶이 선각자적 삶인 이유는 앞서도 밝혔듯이 순응주의적 삶을 벗어 던지고, 민족이 처한 고난을 적극적으로 극복해 나갔다는데 있다. 선생은 과거시험 보기를 포기했지만, 끊임없는 자기 공부와 수양을 통해서 민족이 처한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 김구선생의 삶 자체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아닐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나의 소원은 오늘날 우리시대가 추구하고 있는 진정한 민주와 자주 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적 가치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견해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소원했던 완전한 자주독립! 독립정부가 성립되면 정부의 문지기를 하다가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한 완전한 자주독립! 그 독립정부가 2003년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광화문 촛불시위는 김구선생이 그토록 소원했던 완전한 자주독립의 몸부림은 아닐까?

백범일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 돌베개(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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