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민이 2024년 2월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김우민이 2024년 2월 1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2022년 월드컵 16강의 쾌거로 기억되는 카타르는 다시 스포츠 팬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긴 나라가 될 뻔했다. 지난 7일에 열린 AFC 20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게 0-2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피파랭킹 87위의 요르단을 상대로 골을 넣기는커녕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엄청난 졸전을 펼치고 말았다. '역대 최강 멤버'라는 평가가 무색한 실망스런 결과였다.

하지만 축구가 안긴 카타르에서의 아쉬움이 환호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국수영 자유형 중거리의 간판 김우민이 12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 레이스에서 3분 42초 71의 개인최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김우민은 일라이자 위닝턴(3분 42초 86)과 루카스 마르텐스(3분 42초 96) 등을 제치고 단상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한국수영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은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400m 우승을 차지한 박태환 이후 13년 만이다. 물론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김우민의 가파른 상승세와 개인최고기록 수립이 더욱 값진 이유는 올해가 프랑스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자유형 200m의 황선우에 이어 김우민이라는 또 한 명의 유력한 올림픽 메달 후보가 나타난 셈이다.

박태환을 이은 '뉴 마린보이' 황선우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한 시대를 호령했던 박태환의 전성기가 끝난 후 한국수영은 침체기가 찾아왔다. 사실 '침체기'라기 보다는 박태환의 등장 전으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실제로 박태환 이전에 한국 수영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의 남유선이 유일했다('아시아의 물개' 고 조오련이나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도 올림픽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깊은 터널에 빠지는 듯했던 한국수영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다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올림픽 출전 당시 만 18세에 불과했던 '뉴 마린보이' 황선우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다. 황선우는 도쿄올림픽 자유형 200m(7위)와 100m(5위)에서 모두 결선에 진출하며 박태환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0m에서는 50m와 100m, 150m구간을 모두 1위로 통과하는 괴력을 과시하며 세계 수영계를 놀라게 했다.

올림픽에서 황선우의 활약은 우연이 아니었다. 올림픽 이후 근육량을 늘리고 지구력을 보완하며 약점 극복을 위해 노력한 황선우는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1분 44초 47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황선우는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200m 동메달과 800m 계영 결선 진출이라는 뜻깊은 성과는 올렸다.

황선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종목인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비롯해 계영 8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고 남자 400m 혼계영과 남자 400m 계영 은메달, 남자 100m, 혼성 400m 혼계영 동메달까지 무려 6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종목에서 가장 빛났던 한국 선수는 황선우가 아니었다.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수영 3관왕을 달성한 김우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3관왕 이어 세계선수권 금메달 쾌거

김우민은 황선우가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 이후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해 6위를 기록했다. 단거리의 황선우에 이어 중거리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등장한 것이다. 김우민은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자유형 400m에서 결선에 진출해 5위를 기록했고 800m에서는 7분 47초 69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김우민이라는 이름이 스포츠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된 대회는 역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남자 800m 계영 종목에서 3번째 주자로 나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한국의 금메달에 큰 기여를 했던 김우민은 다음 날 열린 자유형 1500m에서 중국의 페이리웨이에게 뒤지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500m에서 레이스 후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는 800m와 400m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김우민은 하루 휴식 후 열린 자유형 800m 결선에서 7분 46초 03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과 아시안게임 대회기록을 동시에 경신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2위보다 3초87이나 앞선 압도적인 레이스였다. 김우민은 자유형 400m에서도 3분 44초 36의 기록으로 중국의 판잔러(3분 48초 81)를 가볍게 꺾고 3관왕에 등극했다. 메달 수는 적었지만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로 오히려 순도는 황선우(금2 은2 동2)를 능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김우민은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또 하나의 낭보를 전해왔다. 김우민은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 42초 7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이 세운 한국기록(3분 41초 53)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개인최고기록을 1초 21이나 앞 당긴 좋은 기록이었다. 그만큼 김우민의 기량이 점점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세계무대에서 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연아나 박태환 등 한국 스포츠의 레전드들은 현역 시절 올림픽만큼이나 세계선수권대회의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륙 별로 출전선수를 분배하는 올림픽과 달리 세계선수권대회는 그 종목의 최강자들이 모두 모여 자웅을 겨루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김우민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그 어렵다는 '월드챔피언'에 먼저 등극했다. 그리고 한국수영은 김우민의 대활약으로 인해 파리 올림픽에서의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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