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레슬링 국가대표 5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 라오스 레슬링 국가대표 5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32회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 김수길 감독

 
지난 5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South East Asia Game 아래 SEA Game, 캄보디아를 비롯해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11개국 1000여 명이 출전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연패 한 대회로 유명)에서 라오스 레슬링팀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7개를 땄다. 비록 금메달은 없었지만, 라오스 레슬링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런 성과 뒤에는 한국인 김수길 감독이 있었다.
 
김 감독은 8년간 캄보디아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고 올해 2월 라오스 레슬링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라오스 레슬링협회의 계속된 구애를 거절할 수가 없어 수락했다. 그가 지도했던 캄보디아 레슬링팀도 이번 SEA Game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1개라는 최고 성적을 거뒀다. 캄보디아 제자들의 승전보는 희비쌍곡선이었다. 라오스팀을 이끄는 그로서는 캄보디아는 넘어야 할 산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자 자유형 72kg 결승리그전에서 라오스 폰사인 선수는 캄보디아 깐냐에게 져 동메달에 그쳤다. 8년을 지도했던 깐냐의 금메달은 축하했지만, 그는 패한 폰사인을 위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남자 자유형 72kg에서 은메달은 딴 도슨 시하봉은 김 감독의 기술지도가 이번 대회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수길 전 캄보디아 대표팀 감독, 올해 2월부터 라오스 대표팀 맡아
 
김수길 감독(오른쪽)과 티엉 라오스 레슬링 국가대표(왼쪽) 7월 6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김수길 라오스 레슬링 대표팀 감독과 티엉 레슬링 국가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 김수길 감독(오른쪽)과 티엉 라오스 레슬링 국가대표(왼쪽) 7월 6일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김수길 라오스 레슬링 대표팀 감독과 티엉 레슬링 국가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김수길 감독이 라오스 대표팀을 맡아 4개월 만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캄보디아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동남아 선수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 레슬링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 선수생활을 했다.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원기, 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남 등과 함께 국가대표를 했다.
 
1984년 LA올림픽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대표 선발이 유력했지만,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가 골절되면서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이후 선수를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대한레슬링협회 상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동남아와의 인연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개발도상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체육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시작됐다. 당시 캄보디아 선수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수준에는 매우 부족했다. 김 감독은 우선 체력을 키우고 기술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선수들과 4년을 보냈고 선수들의 실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해외지도자 파견 프로그램이 4년까지여서 더는 대표팀 감독을 맡을 수 없었다. 문체부에 건의도 해봤지만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김 감독은 조금만 더 대표팀을 지도해 달라는 캄보디아레슬링협회의 요청에 무보수로 1년을 더 있기로 했다. 1년이 2년이 되고 2년은 4년이 되었다. 다행히 후원 기업과 후견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캄보디아에서 지도자 생활 6년쯤 됐을 때 라오스레슬링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라오스레슬링 대표팀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하지만 라오스레슬링협회의 구애는 계속됐고 마침내 올해 그는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자리를 옮겼다. 와서 보니 라오스는 8년 전 캄보디아보다 상황이 더 열악했다. 국가대표 선수는 남자 넷 여자 넷이 전부였다. 고등학생 선수도 10명이 안 됐다.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고민도 했었다. 비록 무보수의 대표팀 감독이지만 우리나라 레슬링을 라오스에 알리고 싶다는 오기와 열정이 발동했다.    
   
2023 SEA Game 출전, 라오스한인회 후원 큰 도움
 
 2023 SEA Game 대회에서 김수길 감독이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대통령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3 SEA Game 대회에서 김수길 감독이 통룬 시술리트 라오스 대통령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김수길 감독 제공

 
기술 전수는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선수들의 체력이었다. 체력을 유지하려면 잘 먹어야 하는데 라오스레슬링협회에서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 도움을 받을 곳을 찾았다. 다행히 라오스한인회 양동혁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SEA Game까지 후원을 약속했다. 먹는 문제 해결로 한시름 놓은 김 감독은 선수훈련에 집중했다.
 
김 감독의 헌신적 노력으로 올해 SEA Game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냥 기쁘지 않았다. 라오스레슬링협회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팀을 이끌고 갈지 고민이 됐다. 당장 9월에 있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도 걱정이다.
 
한국의 독지가가 후원하고 있지만 선수단을 꾸려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곳 선수들의 꿈도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만 열중하는 것이다. 김 감독과 함께 만난 티엉(23세)은 무에타이, 권투, 레슬링 등 여러 운동을 했는데 레슬링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특히 감독님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이번 SEA Game에서는 병원에 입원하는 등 컨디션 난조로 실력 발휘를 못 했다는 티엉은 김 감독의 지도를 꾸준히 받아 25년 태국에서 열리는 SEA Game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티엉을 비롯한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지도자 생활이 될 수 있는 이곳에서 남은 열정을 꽃피워 동남아시아 최고의 팀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김수길이 아닌 한국인 감독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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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라오스 레슬링 김수길 감독 SEA GAME 통룬 시술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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