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은 채 상체를 흔들면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를 따라하고 있었다. 60~70대 여성분들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머리 희끗한 어르신도 체면을 내려놓고 박수를 신나게 치면서 노래를 따라했다.

서른 명 남짓의 수강생들은 2시간 동안 이어지는 노래교실 수업에 깊숙하게 빠져 들고 있었다. 수원시 화서2동 주민센터 가수 채리나의 노래교실. 이 시간만큼은 그 어떤 시간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 지난 세월의 상처를 치료하는 힐링의 시간이기도 했다. 여생을 충실하게 이어갈 수 있는 그 자양분을 제공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가수 채리나가 말하는 노래 잘하는 요령은?

가수 채리나가 말하는 노래 잘하는 요령은? ⓒ 추광규


노래교실이라고 해서 노래만 배우는 건 아니듯 했다. 노래교실 수강생들은 얼마전 장흥으로 야유회를 갖다 왔다고 했다. 노래도 배우고 친목도 도모하면서 인간관계를 엮어 가는 것이 노래교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역할이었다. 수원시 화서2동 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해 개설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 중 하나인 노래교실은 가수 채리나가 강사를 맡고 있었다. 그가 이날 수강생들과 나눈 첫 인사는 일주일 전 장흥으로 갔던 야유회 이야기였다. 야유회를 주제로 하는 수다는 한 동안 이어졌다.

수업시작 시간인 1시가 되자 송해 선생이 MC를 맡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의 시그널 송이 노래교실을 가득 채웠다. 노래교실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살리면서 분위기를 일깨우는데 제격인 듯 했다. 이날 수강생은 30여명을 헤아렸다. 노래교실은 여성들만 있을 거라는 인식은 잘못이었다. 연세가 지긋한 남성 세분은 그 누구보다도 강의에 몰입하고 있었다.

채리나의 노래교실 수업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시간여 진행된 1부에서는 전주와 전전주에 배웠던 노래를 반복해서 연습한 후 10분 휴식후 2부에서는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배운 노래는 유성호 작사 작곡 '낙원동의 밤'이였다. 수강생들은 이 노래를 한 소절씩 따라 부른 후 명가수가 말하는 '노래 잘 부르는 요령'을 배우고 있었다.

'어~려웠던 지난 일들이! / 추억 속에 남아 있는 낙원동의 밤~거리~'

이 소절에서 가수 채리나의 조언이 이어졌다. "클라이맥스 올라갈 때에는 끝을 질러 줘야 합니다. " "낙원동의 밤거리 리에서의 '리'는 '이'로 바꿔 줘야 해요."

채리나의 조언이 끝난 후 노래는 또 이어졌다.

'그대와 함께 이 거리를 걷고 있네요. / 지난 세월 변함없는 이 거리 낙원동의 밤거리 / 오늘도 노랫소리 넘쳐나는 낙원동의 밤이여….'

노래가 한 소절씩 끝날 때마다 채리나의 지적이 나왔고 또 그에 대한 1:1 지도가 이어졌다. 칠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어머님 한 분은 흥이 넘쳐 나는지 박수를 치면서 '잘한다!'라는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노래교실의 분위기는 무척 좋아 보였다.

노래교실의 분위기는 무척 좋아 보였다. ⓒ 추광규


그렇게 두 시간의 수업시간은 흥이 넘치는 가운데 마무리됐다. 노래교실을 나서는 수강생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힐링으로 충실한 시간인 듯 보였다. 다음은 노래교실 수업이 끝난 후 가수 채리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노래교실에 나오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뮤직 힐링이라고 할까요? 삶에 지치면서 웃음을 잃어버린 분들이 계신데 노래교실에 나오면서 웃음을 서서히 되찾아 갑니다. 또 몸이 아프신 분들이 노래교실에 나오시면 서서히 좋아진다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음악이라는 밝은 기운이 상처를 치유하는 셈이지요. (웃음)

실제 저희 노래교실 오는 사람 가운데 교통사고로 뇌를 심하게 다치신 분이 계시는데, 노래교실에 나오시면서 발음 등이 뚜렷하게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노래를 배워 어디에서든 당당하게 앞으로 나설 수 있게끔 합니다. 소위 말하는 숫기가 사라지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노래를 잘하는 요령이 있나요?
"노래를 잘하려면 여러 가지로 우선 타고나야 하지만 노래를 처음부터 잘 하시는 분은 없습니다. 기본적인 요령으로는, 바이브레이션의 경우 목으로 소리를 내서는 안 되고 배에서 우러나올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꾸준한 연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도하는 노래교실에서는 이번 주에 했던 곡을 다음 주에도 반드시 반복해서 부르게 합니다.

노래 한곡을 계속해서 머릿속에 상기시키며 반복 연습하면서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자신감을 갖고 나설 수 있게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또 혼자 있다 하더라도 음악적 흥이 이어지면서 뮤직 힐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가수 채리나는 광운대 실용음악과와 벤처 정보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문 MC와 노래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대표곡으로는 '평창올림픽', '트로트 일기장', '광화문에서'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채리나 노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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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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