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당사자들은 애가 타서 못 볼 지경이지만 K리그 축구팬들은 매 경기가 월드컵 결승전 이상으로 흥미롭다. 이번에 또 꼴찌가 바뀌었다. 내년에 2부리그로 미끄러질 팀은 어디일까?

이기형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1일 오후 7시 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만든 페널티킥 극장골 덕분에 1-0으로 이겼다.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최근 3경기 2승 1무 상승세 날갯짓 

더 이상 뒤를 돌아볼 틈조차 없는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가 늑대의 고개를 조금씩 쳐들고 있다. 지난해 '늑대 축구' 돌풍을 일으켰던 김도훈 감독마저 경질시키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지난 토요일(9월 17일) 상주 원정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다가 잔디가 엉망인 상주종합운동장 때문에 바로 올라와 다음 날인 일요일 저녁에 찜찜한 홈 경기(인천 0-0 상주)를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는 다시 먼 길을 돌아 포항으로 내려가야 했다.

이러한 일정으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기형 감독 대행은 전역한 예비역 선수들과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을 내밀었다. 상주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종환을 왼쪽 풀백 자리에 내세웠고 부상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왼발잡이 박세직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다.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펼치며 전반전을 실점 없이 끝낸 양팀은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해 결정타를 노렸다. 포항 골잡이 양동현이 먼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뽐냈다. 49분에 무랄랴의 역습 패스를 받아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다. 하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조수혁이 침착하게 각도를 잡아서 몸 날려 그 공을 쳐냈다.

원정 팀 인천 유나이티드도 후반전에 간판 골잡이 케빈과 극장골 전문 송시우를 들여보내며 짜릿한 승부수를 던졌다. 역시 케빈은 특별한 머리를 지닌 공격수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29초에 케빈이 머리로 넘겨준 공을 향해 오른쪽 풀백 권완규가 달려들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가장 믿고 있는 세컨 볼 집중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포항 수비수 김광석의 발이 높았고 권완규가 그 무릎에 맞아 쓰러졌다. 고형진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가장 극적인 시간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부상을 털어버리고 돌아온 왼발잡이 박세직이었다. 그의 왼발 인사이드 킥은 포항 골키퍼 김진영의 반응을 가볍게 속이고 왼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추가 시간 1분여가 남아 있었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극장골이었다.

운명의 7경기, 2부리그 강등 팀은?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달 27일 수원종합운동장 원정 경기에서 수원 FC에게 0-2로 패한 뒤 25일 만에 꼴찌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었다. 같은 시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FC vs FC 서울 경기에서도 거짓말처럼 똑같은 시간(90+3분)에 FC 서울 슈퍼 서브 윤주태의 극장골이 터지며 11위 자리를 지키던 수원 FC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기형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무실점으로 2승 1무(2득점 0실점)의 놀라운 날갯짓을 펼치고 있다. 이제 상하위 스플릿으로 갈라지는 곳까지 딱 열흘 남았다. 피곤한 일정이지만 24일(토)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 블루윙즈(9위)와의 홈 경기 승리가 더 간절해졌다.

K리그 클래식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10월 2일(일) 오후 2시에 나란히 열리는데 현재 순위 10~12위 세 팀의 발걸음이 가장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원 FC는 빅 버드로 들어가서 수원 블루윙즈(9위)와 양보할 수 없는 수원 더비를 치러야 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스플릿 라운드 5경기 성적까지 포함해서 꼴찌 팀은 2017년에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꼬리표를 붙이게 된다. 11위는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최종 승강 대결을 펼쳐야 한다.

그 대상자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고 있다. 9위 수원 블루윙즈가 아슬아슬하지만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1부리그 잔류는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아래 10위 포항 스틸러스(35점), 11위 인천 유나이티드(31점), 12위 수원 FC(29점)는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안갯속이다. 그러므로 스플릿 라운드까지 남아있는 7경기 모두를 인생의 결승전이라 생각하며 뛰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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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결과(21일 오후 7시 30분, 스틸야드)

★ 포항 스틸러스 0-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박세직(90+3분,PK)]

◇ 2016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1경기 65점 17승 14무 0패 58득점 34실점 +24
2 FC 서울 32경기 54점 16승 6무 10패 56득점 42실점 +14
3 울산 현대 32경기 48점 13승 9무 10패 36득점 40실점 -4
4 제주 유나이티드 31경기 43점 12승 7무 12패 53득점 49실점 +4
5 전남 드래곤즈 31경기 42점 11승 9무 11패 38득점 38실점 0
6 상주 상무 31경기 41점 12승 5무 14패 48득점 47실점 +1
7 성남 FC 31경기 41점 11승 8무 12패 45득점 41실점 +4
8 광주 FC 31경기 41점 10승 11무 10패 36득점 37실점 -1
9 수원 블루윙즈 31경기 36점 7승 15무 9패 39득점 45실점 -6
10 포항 스틸러스 31경기 35점 9승 8무 14패 32득점 38실점 -6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31경기 31점 7승 10무 14패 30득점 42실점 -12
12 수원 FC 31경기 29점 7승 8무 16패 29득점 47실점 -18
축구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FC 수원 FC 이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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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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