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상>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서 활동한 권기옥을 다룬 연극 <비상>의 한 장면.

▲ 연극 <비상>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서 활동한 권기옥을 다룬 연극 <비상>의 한 장면. ⓒ 김용한


지난 12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는 한국의 최초 여성비행사이자 여류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의 일대기를 기리는 연극 및 뮤지컬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지역에서는 창작 역사극을 최초로 올린다는 자부심에서 시작 초부터 작품에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았다. 권기옥을 다룬 연극 <비상>과 그의 일대기를 신세대에게 맞게 각색하여 구성한 뮤지컬 작품 <비 갠 하늘>도 3월 개봉을 앞두고 첫발을 내딛는 자리였다.

대구만의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연극 <비상>의 제작발표회 광경 제작발표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는 최주환 예술감독의 모습. 출연진들이 나와 프레스콜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 연극 <비상>의 제작발표회 광경 제작발표회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는 최주환 예술감독의 모습. 출연진들이 나와 프레스콜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용한


프레스콜로 펼쳐진 이번 제작발표회에서, 항일 운동가인 권기옥을 조명하여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려는 극단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 암울했던 시대 속에서 자신의 소명을 갖고 꿋꿋하게 시대를 헤쳐 간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해 나간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컸다.

이번 작품의 총괄 지휘를 맡은 대구시립극단 최주환 예술감독(연출)은 "최근 5~6년간 창작 초연작이 별로 없었는데, 그런 점에서 창작 초연을 (계속)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과 연극의 본질적 접근에 대한 시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예술 감독은 이번 작품 시도에 대해 "흥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보편적 가치, 대중성, 정서를 고려했다"라며 "권기옥이라는 인물이 역사적 인물이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전개할 것이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어 그는 "권기옥이라는 분이 남편이 이상정 장군, 시동생분이 이상화 시인이란 점에서 대구를 잘 알려낼 수 있는 작품이다"라며 "민간단체에서는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창작 작품을 시도한다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저희는 예산의 연속성, 조직, 공간도 있기에 이 작품이 대구에서 잘 알아주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극 <비상>과 <비 갠 하늘>에 참여한 안희철 작가는 "TV 드라마에서 시대극이라면 장대하고 로맨틱하여 잘 볼 수 있지만, 연극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고 입을 뗀 뒤 "하지만 지금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꿈, 도전,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을 것 같다"는 제언을 남겼다.

연극 <비상>에는 권기옥 역에 김경선, 이상정 역에는 최우정, 이상화 역에는 박찬규가 캐스팅되었다. 뮤지컬 <비 갠 하늘>에서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주, 조역, 앙상블 배우 등 총 13명을 선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뮤지컬 <비 갠 하늘>에서 권기옥 역에는 2013년 딤프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민주'와 슈퍼 디바에서 밀양 며느리로 화제를 모았던 '장은주'가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연극 <비상>에 주연을 맡은 김경선 배우(대구시립극단)는 "권기옥 선생님이 일제강점기에 최초 여자 비행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셨을까 하는 것에 고민하며 연기할 것이며, 권기옥 선생님에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 적진에 기관총을 난사했던 그 사람

뮤지컬 <비 갠 하늘> 권기옥 여성비행사의 신세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모습을 그려낸 뮤지컬 <비 갠 하늘>의 한 장면이다.

▲ 뮤지컬 <비 갠 하늘> 권기옥 여성비행사의 신세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모습을 그려낸 뮤지컬 <비 갠 하늘>의 한 장면이다. ⓒ 김용한


권기옥은 1917년 5월, 서울 여의도 비행장에서 미국인 아트 스미스(A.Smith)의 곡예비행을 본 후 '일본으로 폭탄을 안고 날아가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비행사가 되기로 한다. 이상화 시인의 친형인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의 부인이기도 했던 권기옥은 일제 강점기 때 중국을 누비며 이상정 장군과 활발한 독립운동 활동을 펼쳤다.

숭의여학교 재학 중 교사 박현숙의 영향을 받아 반일 비밀 결사인 '송죽회'에 가담하고 3.1 운동, 평양 만세 시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연계하여 군자금을 모으는 일에도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일제의 암살시도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였다.

중국군의 전투 비행사 신분으로 정찰기를 몰고 일본의 적진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공로도 여러 번 세웠다. 중국 공군에서 복무하며 공군대령까지 오르며 무려 7000여 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한국광복군 비행대의 편성과 작전'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비행기를 지원받아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여 일본 천황궁에 폭탄투하 작전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그사이 일본이 패망하여 그녀의 계획은 결국 실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국독립'이라는 그녀의 간절한 꿈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이번 작품은 오는 3월 4일부터 6일까지 <비상>이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3월 11~13일 총 3일간 <비 갠 하늘>이라는 타이틀로 뮤지컬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한다.

권기옥 대구시립극단 비상 비 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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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기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로 이곳의 권력이며 주인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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