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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엉뚱한 트위터리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바로 배우 유아인이다. 때때로 그가 다양하게 세상을 일갈하는 글은 화제가 될 만큼 말 그대로 '폼'났다. 최근 대선과 맞물린 각종 정치적 글 속에서도 그의 한마디는 상당히 용감해 보였다. 자칫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 정치적 생각들을 공식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행동은 상당히 신선했다.

그의 이런 표현방식은 그 언젠가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처럼 까칠하고 날이 서 있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각종 미사여구와 치장이 한껏 들어가 있는 글이 때때로 폼 그 자체가 아니라 무게를 잡기 위한 수단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젊은이의 치기쯤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젊은이의 사고로도 얼마든지 생각은 할 수 있고 그건 나쁘기보다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은 주목받는 만큼 그의 오기와 집념을 보여주는 글이 대중의 기호와 맞지 않을 때 생길 파급력이었다. 22일 올라온 그의 글 속에서 그는 진보진영에 칼날을 들이댔다. 진보진영 사람들, 이를테면 백원담 교수라든가 공지영 작가가 선거 후 침통함을 표현하며 올린 글 속에서 쓰인 다소 거친 언어를 유아인이 비판한 것에 사람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그래서 그 글이 정당하냐'며 논리적으로 따지고든 것이다.

물론 그의 글을 곰곰이 되씹으면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결과는 나와 있고, 그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면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열심히 그 결과가 최선의 결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이라 반박할 여지가 없다. 지난 수십 년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보수 진영만큼이나 자기 생각만 옳다 주장하는 진보진영 역시 위험하다. 이미 나온 결과를 두고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

 배우 유아인.

영화<완득이> 제작보고회

트위터에서 논란을 일으킨 유아인. 사진은 영화 <완득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을 때다. ⓒ 민원기


많은 사람의 의견처럼 유아인이 그동안 정치적 색깔을 숨긴 채 대중을 기만했다고 볼 수 없다. 그는 스스로도 '진보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다' 는 트윗을 통해 자신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고 인터뷰에서 "내게 진보는 더 나은 걸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덮어놓고 그의 정치적 색깔을 규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혹시나 규정된다 해도 개인의 정치적 소신이 잘못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유아인의 이런 글은 부적절했다. 왜냐하면, 유아인이 정치인이 아니라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일하는 배우기 때문이다. 유아인이 건드린 것은 사람들의 '논리'가 아니다. 지금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침통해 하는 사람들의 '감정'이다. 상갓집에서 사람이 울고 있을 때는 위로를 해 주는 것이 먼저다. 아무리 맞는 소리라 해도 '지금 슬퍼할 때가 아니라 너의 미래를 걱정할 때다. 울어서 뭐가 해결 되느냐' 같은 조언은 삼가는 것이 상식이다.

유아인 트위터 논란을 일으킨 트위터의 일부

▲ 유아인 트위터 논란을 일으킨 트위터의 일부 ⓒ 유아인


이번 선거는 대선 전부터 그 열기가 뜨거웠다. 지키고 싶어 하는 자들과 바꾸고 싶어 하는 자들의 신경전이 극대화되면서 정치적 성질 이상의 어떤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정치적 싸움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믿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 틈에서 거친 언어가 난무하고 다소 폭력적인 태도가 나오는 것은 단순히 선거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믿는 어떤 가치가 짓밟힌 데 대한 반동 심리였다.

그렇게 흥분한 사람들에게는 지적이나 비난이 아닌, 공감과 감싸 안음이 먼저다. 유아인이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만 집중하여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은 대중들이 유아인에게 설교를 듣기 위해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아인이 야당의 대표라도 된다면 그의 글이 화합의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유아인은 그런 발언들을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연예인이다. 물론 연예인도 자기 생각을 표출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중들도 연예인의 발언에 등을 돌릴 권리가 있다.

대중들이 그의 글을 읽는 것도 그가 연예인이라서다. 그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일조차 되지 못했다. 논리와 상관없이 대중들의 감정이 돌아서면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위치조차 불투명해진다. 티아라가 그랬고 아이유가 그랬다. 타격을 입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이다.

유아인 드라마 패션왕 속에서 유아인의 모습

▲ 유아인 드라마 패션왕 속에서 유아인의 모습 ⓒ sbs


유아인의 젊은 치기는 결국 자기 자신을 역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논리 이전에 인격이 먼저다. 논리로 공격하고 자기 생각으로 비난하는 이는 그 생각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가 없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전에 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이 상처 입을 수 있음을 생각하고 같은 말을 하더라도 쿠션을 깔고, 따뜻한 물로 데워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는 능력이 <백분토론>이 아닌 트위터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 더군다나 대중들의 호감을 얻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배우의 입장이라면 말이다.

유아인이 이제 해야 할 것은 '나는 잘못 없다'는 논리적 앙갚음이 아니다. 그가 다시 대중들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올린 '후회 없다. 피해의식이다. 우리 같이 잘살자'는 계몽도 아니다. 그저 '잘못했다. 생각이 짧았다'는 한마디다. 그가 쓴 글 속의 논리적 결함 때문이 아니다. 그의 발언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의 트위터가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망각한 것에 대한 사과다.

그 사과로 어떤 비난을 듣게 되더라도 그것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의 글속에서 보인 대로 그가 정말 위기보다 희망을 볼 줄 안다면, 정말 그가 깊게 생각할 줄 안다면 배우로서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서 한 번 생각해 보는 지혜가 얼마나 큰 무기가 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용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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