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주연은 왕년의 할리우드 톱스타 줄리아 로버츠(엘리자베스 길버트 역)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 로맨스영화를 즐긴 관객들의 추억 한 켠에는 그녀의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지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실존 인물이 겪었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솔하면서 색다른 영화가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을 벗어나 지루했고, 교과서적인 교훈만 가득차 있었다.

 

이 작품은 제작비 6000만 달러를 들여 이탈리아 로마, 인도의 아쉬람, 발리 3곳에서 찍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행지 3곳의 배경은 멋지다. 물론 이러한 것들만으로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지 배경만 멋지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될 수는 없다. 배경만큼이나 관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지루함만을 줄 뿐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 장면부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에세이는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여행 저널리스트 리즈가 이혼을 선언하는 장면부터 뜬금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충 설명으로 외로움과 무료함에 지쳐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것들이 관객들 감성을 파고들만큼 명확하지 않다. 남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랑이라고 찾은 젊은 배우와의 로맨스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뜬금없다고 느끼게 되면 이후에 리즈가 하는 여행 역시 뭔가 색다름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리즈가 간 여행지 중 로마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현대인들에게 휴식 같은 장소다. 첫 번째 여행지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홀히 하게 되는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두 번째 여행 장소인 인도 아쉬람은 종교와의 만남이다. 세 번째 여행 장소인 발리는 새로운 사랑과 만나는 장소다.

 

이곳에서 그녀는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배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여행 장소 세 곳은 분명 철학적이면서 무엇인가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이 장소들은 지루함을 안겨다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풍경만 아름다고 이야기는 지루하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스틸컷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정말 풍경 외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영화에서 전해주고자 했던 것이 일상생활에 지친 한 인물이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자칫 일상생활의 권태를 아주 거창하게 철학적인 내용으로 주워 담으려고 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가 보여준 연기는 안 그래도 지루한 영화에 완전히 쐐기를 박고 있다. 과연 이 정도 연기밖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관객들이 영화 주인공의 여행에 동요되지 못하는 것에 줄리아 로버츠의 무성의한 연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하비에르 바르뎀까지 연기에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영화는 완전히 가라앉고 만다. 배우들이 제 역할을 못해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매력적인 주인공의 성찰과 자아 찾기가 되어야할 여행이 지루하면서 의미 없는 여행으로 탈바꿈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아쉬운 영화다. 조금만 더 영화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했더라면 이런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9월3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0.11 13:0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9월3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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