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가장 황당한 부분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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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 가 주연을 하고 리처드 쉐퍼드 감독의 2007년 작품 <헌팅 파티 The Hunting Party> 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영화의 가장 황당한 부분만 사실이다.'

보스니아 전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고, 전쟁은 이유야 어떻든 늘 황당한 사건의 연속이지만, 영화 첫 화면에 대놓고 주장하는 황당한 사실은 무엇일까?

리처드 기어가 연기하는 사이먼 헌트라는 인물은 수년간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베테랑 종군기자다. 또 그와 함께 움직이는 카메라기자 덕 역은 <아이언맨> 에서도 보았던 테렌스 하워드가 맡았다. 이야기는 카메라 기자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사이먼은 미국 전국 방송의 뉴스타임에서 전쟁터의 참상을 생방송으로 리포팅을 하다가, 대형 사고를 치고 만다. 보스니아전의 발발은 무슬림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냐 라는 앵커의 지적에 격분을 하면서 욕설을 퍼부어 버린다. 그가 서 있던 마을은 세르비아군에 의해 학살을 당한 무슬림 마을이었던 것이다. 여자들은 모두 강간을 당하고, 어린아이들까지 죽임을 당한 곳에서 베테랑 종군기자도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진짜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 중반부에 나온다. 그 마을에 사이먼의 아기를 가진 사랑하는 여자가 살고 있었고, 그 여자의 배에 난 총탄의 흔적을 본 사이먼이 제대로 사실을 전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후, 사이먼은 전쟁터에 머물지만, 어떤 방송국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전쟁에 관심도 없는 자메이카, 페루 TV 등에 뉴스를 보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5년이 지난 2000년, 다시 재회한 사이먼은 덕과 그의 조수 벤자민에게 보스니아 전쟁의 가장 중요한 전범 닥터 드라고슬라브 보가노비치를 취재하러 가자고 유혹한다. CIA, UN과 NATO가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고, 5백만 달러의 현상금 때문에 전 세계 현상금 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있는 남자를 말이다.

이 남자는 실제 인물이다. 본명은 라도반 카라지치.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었고 시인, 정신병 학자이다. 그래서 닥터라 불리웠다. 내전 당시 카라지치는 사라예보를 공격해 만 2천 명을 살해했으며 1995년 스레브레니트에서 8천 명의 무슬림을 무차별 살인하는 등의 만행을 주도해 현상수배 됐다. 이런 그를 어떻게 찾아 취재를 한단 말인가? 

영화 개봉 후 1년 만에 잡힌 진짜 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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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이먼 일행은 우습게도 이틀 만에 그를 만난다. 더 우스운 것은, 그 이틀 동안 전범을 잡으려 노력하지 않는 UN, CIA 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헌팅 파티>는 전쟁의 원인과 진행, 그리고 끝은 철저하게 정치적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유럽에 이슬람 세력이 자리 잡는 것을 경계하는 서방 세력의 속마음이나 맹목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기독교 세력의 무언의 용납 아래 보스니아 전쟁은 파묻혀지고 없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나 황당한 이유로 전쟁이 일어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하고, 그리고, 누가 얼마나 이득을 봤는지에 대해 서방세계는 알려 하지 않는다 라고 역설을 한다. 황당한 부분만 사실이라고 시작했던 영화는 조금 황당하게 끝이 난다. 기자 셋이서 현상금 5백만 달러짜리 전범을 붙잡아 이슬람 마을에 버려두고 온다. 그에 대한 처벌은 그가 학살한 사람들이 집행할 거라면서…. 물론 이것은 거짓이다.

그러면, 이 영화가 처음에 말했던 황당한 사실은 무엇일까? 답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 전에 나온다.

' 공식적으로 보스니아에서는 전범체포는 진행 중이지만, 라도반 카라지치는 10년 동안의 도피생활 중에 2권의 책과 한편의 희곡를 펴냈다. 미국은 보스니아 현지 신문에 현상수배 전면광고를 내면서 신고전화 번호는 미국내에서만 적용되는 800국번을 표기했다.'

이 영화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그 다음해인 2008년 7월 21일에 라도반 카라지치는 체포되었다. 그는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에서 붙잡혔을 때, 드라간 다비치라는 가명으로 대체의학과 심리학 관련 사설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처럼 산속에 숨어 있지도 않았고, 또, 경호원들 속에 파묻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병원이 안 됐을 테니까. 누가 그를 일부러 안 잡았는지, 아니면, 그는 어떻게 그렇게 도피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있었는지….  여기에 황당한 사실이 또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izone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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