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도 노력 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생활체육팀 김동은 사무관은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 "저희들도 노력 중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 생활체육팀 김동은 사무관은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 이호영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대책발표에 스포츠클럽 활성화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언론 보도에서 빠졌다.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김동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체육국 생활체육팀 사무관은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대책과 관련해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부 브리핑실에서 그를 만났다.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계속 관심 있었다"

 

문화부는 지난해 프로농구 성추행 파문으로 인해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동은 사무관은 "지난해 10월 대책을 수립했고, 11월 들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통해 실태조사 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KBS 1TV <시사기획 쌈> 측이 새로운 문제를 던졌다. 이들은 2월 11일 방영분에서 "아직도 스포츠계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는 의혹을 제기해 관계당국을 바짝 긴장케 했다.

 

이에 문화부는 18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 대한체육회와 함께 '스포츠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여성 운동선수가 16.1%나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실태조사 결과도 있었다.

 

김 사무관은 "지난해 프로농구 성추행 파문이 일어났을 때부터 이런 일을 직감했다"며 "이 일이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에 해결책을 만드는 데 더욱 탄력이 붙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지와는 달리 걸림돌 많아

 

스포츠계 성폭력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책임소재도 분명히 가려내기 쉽지 않다. 비록 문화부, 교육부, 대한체육회가 손을 맞잡아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자 입장 차이가 큰데다 업무의 성격과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김동은 사무관은 "지난번 공동 대책발표 때도 교육부와 논의하면서 이틀 밤을 새웠다"면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별개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일 추진이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교육부에서 학교체육에 대한 기구가 축소되면서 업무 연대는 보다 더 힘들어질 전망. 지난달 29일 기존 학교체육을 담당하던 교육부 학교정책실 학교체육보건급식과는 정부조직개편안에 의해 16개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이 이관되고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졸지에 파트너를 잃은 문화부는 그야말로 난처한 입장이 됐다.

 

물론 어려운 마당에 한줄기 희망도 있다.

 

유인촌 신임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취임사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도 "새로운 정부의 체육정책이 학교체육과 운동부 운영 정상화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적잖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안은 '스포츠클럽' 육성... 성폭력에 무지한 학생들 교육 통해 성폭력 예방

 

"스포츠클럽 육성이 대안" 김동은 사무관은 스포츠클럽 육성으로 스포츠계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스포츠클럽 육성이 대안" 김동은 사무관은 스포츠클럽 육성으로 스포츠계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호영

문화부는 <시사기획 쌈>의 보도에 발맞춰 3월 말께 초·중·고·대학 운동선수들과 직장 운동선수들을 모두 포함해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현재 정규시즌이 진행 중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시즌이 끝난 뒤다.

 

김동은 사무관은 "지난번 조사보다 약 10배 이상 큰 규모의 실태조사를 외부 용역에 의뢰할 것"이라며 "단순히 성폭력 방지 차원이 아니라 여성 선수 권익을 향상하고 스포츠계 현장 의견을 반영해 즉각 실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엘리트체육을 통해 운동에만 몰입하고 공부를 하지 않은 일부 학생선수들이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운동부 위주로 운영되는 엘리트체육은 감독과 선수의 수직적인 관계를 만들고, 성폭력도 그곳에서 기인한 문제라는 것이다. 반대로 일반 학생들이 운동을 등한시하고 있는 점 또한 모순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부가 주도하는 스포츠클럽 육성은 엘리트체육-생활체육-학교체육이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김 사무관은 당장 엘리트체육을 없애기는 어렵기에 생활체육·학교체육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보고 있다. 학생선수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했다. 나아가 스포츠클럽을 기반으로 정상적인 학교체육이 이뤄져야 스포츠 저변이 확충되고, 교육받은 학생선수들이 운동하면서 성폭력과 같은 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스포츠클럽을 아직 본격적으로 운영하지 않아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우리의 생활체육이 완전히 침체됐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 성인 동호인 클럽만 해도 9만여 개인데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분이다.

 

문제는 학생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 운동선수들도 문제지만, 최근 들어 입시 문제로 인해 학교에서는 체육수업의 비중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체력 저하로 나타난다. 요즘 학생들은 체격이 점점 좋아지는데 체력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지속될 경우 결국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떨어진 체력을 갖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사회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다.

 

지금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은 동시에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공부 안 하던 학생 운동선수들을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운동 안 하던 학생들을 운동할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클럽이다. 이를테면 스포츠 구조의 정상화다. 스포츠클럽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성폭력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과연 기대해도 될까?

 

대책 마련으로 고심 문화부 체육국 생활체육팀은 분주한 가운데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애쓰고 있었다.

▲ 대책 마련으로 고심 문화부 체육국 생활체육팀은 분주한 가운데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애쓰고 있었다. ⓒ 이호영

문화부가 스포츠클럽 육성을 전면에 내건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스포츠클럽은 공공체육시설을 거점으로 해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는 비영리 스포츠활동 자치조직을 의미한다. 특히 학생이나 성인 모두 비율이 30%를 넘지 않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문화부는 2010년까지 스포츠클럽 60개소를 운영·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는 부산 스포츠클럽을 비롯해 22개소가 문화부의 지원을 받았다. 직접적인 수혜자만 7000명이 넘는다. 덕분에 200여 명의 지도자도 할 일을 찾았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언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김동은 사무관은 "스포츠클럽 육성은 중요한 부분인데 언론에서는 너무 관심이 없어서 서운했다"면서 "지금은 운동선수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스포츠계 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입시제도라는 장벽 때문에 스포츠클럽 추진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스포츠클럽은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2010년까지 추진되는 정부주도 시범사업인 만큼 한국 사회에 맞게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무관은 "이번 일로 스포츠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쉽다"면서 "사비를 털어 운동을 가르치는 선량한 지도자들도 많은데 지금 사기가 너무 떨어지고 위축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말아달라"고 연방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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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4 19:1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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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문화체육관광부 김동은 스포츠클럽 시사기획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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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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