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는 개인 타이틀 경쟁이다. 타자 부문에서는 홈런, 타점, 안타 등의 타이틀을 놓고 선수들이 겨룬다. 또한, 투수 부문은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여러가지다.

이런 세세한 개인 타이틀이 많지만 평생 단 한 번만 따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신인왕이다. 얼마 전에 은퇴한 '야구 천재' 이종범도 중고아닌 '중고 신인' 양준혁에 밀려 신인왕 타이틀을 놓친 것에서 볼 수 있듯 신인왕은 실력은 물론이고 당시 경쟁자에 따라 울고 웃고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까지 프로야구 신인왕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중고 신인 넥센의 서건창(타율 .288, 16타점, 8도루) 그리고 대졸 신인 기아의 박지훈(2승 2패 6홀드, 평균자책 2.55)이다. 두 선수 모두 각 팀의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평생 단 한 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한 박찬호와 김병현은 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지 않을까? 그리고 서재응, 김선우, 최희섭, 봉중근 등 국내리그에서 활약하다 해외리그에 진출한 것이 아닌 선수들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왜 그럴까?

사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이 국내리그 데뷔 첫해 이름값에 어울리는 활약은 한 선수는 없다. 2007년 한국으로 돌아온 최희섭의 경우, .337의 타율과 7홈런 46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출장경기가 52경기밖에 안 됐기 때문에 한 시즌을 전반적으로 활약했다고 말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있다.

다시 한 번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자. 최희섭이 전 시즌을 통틀어 활약하지는 못했고 당시 신인왕이었던 두산 임태훈(7승 3패 20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2.40)의 활약이 눈부셨다고 해도, 그 해 신인왕 후보로 최희섭이 거론 된 적은 없었다. 왜 그럴까?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걸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기억이 잘못 되지는 않았다.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해서그런 것도 아니다. 그럼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KBO 규정에 있다.

KBO 대회요강 표창규정 제7조 2항에는 '신인 선수란(중략) 5년 이내(당해 년도 제외)... 단,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소속되었던 선수는 신인선수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내용 때문에 박찬호, 김병현을 비롯한 모든 해외리그 출신 선수들은 원초적으로 신인왕 후보에서 제외가 된다.

물론 박찬호(3승 5패, 평균자책 4.05), 김병현(2패, 평균자책 6.20)의 현재까지의 기록을 놓고 보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분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둬도 한국야구 최고령 신인왕(기존 기록은 삼성의 최형우가 가지고 있는 25세) 기록을 갈아 치우는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사실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비록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기회를 본의 아니게 얻지 못하였지만 연일 구름관중이 모이는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두 노장 선수의 활약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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