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SBS의 단독 중계가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어제는 FIFA의 TV부문 본부장이 SBS의 단독 중계를 지지한다고 드러내놓고 발언하기도 했다. 단독 중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공중파 채널 3개가 동시에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은 전파낭비이고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단독 중계가 공동 중계보다 시청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일까?

사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단독 중계가 일반화 되어 있다. 지난 2008년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북경올림픽 중계를 볼 수 있던 채널은 오직 NBC뿐이었다. 덕분에 NBC를 제외한 다른 채널에서는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없었다. 게다가 NBC에서 개·폐회식 방송권을 구입 안 한 탓인지 공중파에서는 개·폐회식을 볼 수 없었다. 개·폐회식을 보려면 케이블을 설치해야만 했고 내가 살던 집에는 케이블이 없었기에 나는 인터넷을 찾아 헤매야만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본의 경우도 독점 중계로 인해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알다시피 일본은 한 위성방송사에서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따냈다. 독점적으로 따냈다는 것은 한국보다 무척 비싼 가격의 중계료를 지불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 위성 방송사는 그 돈을 모두 회수해야만 했기에 일부 방송사에게 중계권을 비싸게 되팔았고, 덕분에 일본에서는 공중파에서 월드컵의 모든 경기를 볼 수가 없었다. 당시 일본에 관광 중이던 외국인들은 월드컵 경기를 일부만 공중파에서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볼 수 없다며 불평을 했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독점 중계를 하니까 그게 방송의 선진화라고 여기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걸 따라야 한다? 이건 마치 미국이 의료보험 민영화를 하고 있으니 우리도 의료보험 민영화를 해서 의료비를 엄청나게 높여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와도 같다. 

국내 방송 3사가 공동 중계를 하기로 하고 협동해서 FIFA와 협상하면 FIFA에서도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없게 된다. 방송사들끼리 경쟁을 해야 더 높은 가격을 부를 텐데 그러한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방송사들은 올림픽, 월드컵 등의 중계료를 이런 식으로 협상했고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중계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차범근 해설위원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차범근식 해설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차범근 해설위원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차범근식 해설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 mbc

SBS의 단독 중계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단독 방송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중계료를 지불해야 했을 뿐 아니라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는 점이다. SBS가 이번 단독 중계로 이익을 얻게 되면 다음 월드컵 때는 방송사들끼리 서로 단독 중계권을 따 내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중계료는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고 많은 외화가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돈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 속에서 나가게 된다. 

물론 채널 3개가 동시에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이 전파낭비이고 채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방송 3사 동시중계로 인해 국민들이 싼 중계료로 공중파에서 마음껏 월드컵을 볼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면 안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방송 3사가 돌아가면서 월드컵 경기들을 중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덧붙이자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SBS의 해설만을 들으며 월드컵 전 경기를 보고 싶지는 않다. 선수 입장에서 해설해주는 차범근 감독의 해설, 차분하게 맥을 짚어주는 이용수 위원의 해설, 박학다식하게 경기를 풀어주는 한준희 위원의 해설을 전부 듣고 싶은 것이 시청자로서의 소망이다. 과연 이런 소박한 소망은 실현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Daum View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SBS 월드컵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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