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포스터

<용서는 없다> 포스터 ⓒ 시네마 서비스

캐스팅만으로도 충분한 믿음을 주는 배우인 설경구와 류승범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용서는 없다>가 드디어 지난주 베일을 벗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아바타>와 <전우치>에 밀려 많은 개봉관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예매 상황과 빈자리를 찾기 힘들만큼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볼 때, 기대작과 흥행작이 많은 1월 극장가에 힘겹게 비집고 들어온 모양새 치고는 초반 흥행 페이스가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는다. 입소문이 비교적 중요하게 작용하는 스릴러 장르의 특성상, 입소문을 탄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듯하다.

과연 <용서는 없다>는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한국 스릴러물이었다. 기대감이 그렇게 크지 않아 몇 년사이 한국 스릴러물과 공포물을 극장에서 본 것이 손꼽을 정도인데, 개봉에 맞춰 극장을 찾았다는 것은 이번 영화 <용서는 없다>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목 그대로 웰메이드 한국 스릴러를 보고 싶다. 물론 한국 스릴러 중에도 <살인의 추억>, <추격자> 등과 같이 호평을 받은 작품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긴장감이나 속도감이 떨어진다. 간혹 이를 충족시킬 경우엔 이야기가 허술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콘텐츠에 약한 한국 영화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용서는 없다>를 본 느낌은 한마디로 과잉이었다. 살다보면 이따금씩 잘하고자 하는 욕심에 불필요한 말이 늘어나는 경우들이 있는데, <용서는 없다>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영화는 욕심이 앞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으며, 지나치게 친절해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불필요한 언사들이 스크린 위를 떠돌았고,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한혜진의 "이성호의 복수는 이것이었어", 뭐 이런 요지의 대사는 <해운대>에서 박중훈이 내뱉었던 "내가 니 아빠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많은 욕심을 내다보니 캐릭터에도 힘이 잔뜩 들어간 모습이었다. 설경구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자꾸만 <그놈 목소리>의 그것이 생각나게끔 만들었고, 류승범의 캐릭터는 초반에는 좋았지만 후반에 말이 너무 많아졌다. 비교되는 <추격자>의 하정우의 그것이 일관성을 유지했던 반면 류승범의 캐릭터에선 후반으로 갈수록 감정 과잉이 느껴졌다.

한혜진은 당당했지만, <인사동 스캔들>의 홍수현 등에게서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여형사의 틀을 깨진 못했으며, 성지루의 사투리는 너무나 재밌었지만 극 몰입을 방해했다.

그럼에도 칭찬해주고 싶은 측면은 끝까지 힘있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다는 점이다. 욕심을 많이 부리다보면 필연적으로 힘이 분산되어서 마지막에 가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용서는 없다>는 욕심부렸던 부분을 결말 전에 모두 정리하고 마지막에 온힘을 다해 결승점으로 달려가듯이 끝맺음을 했다. 그런 우직한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떻게든 흥행을 위해 연령제한을 낮게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여러 영화들 속에서 19세 이상을 받겠다며 대놓고 표현한 여러 장면들은 앞으로 이런 장르의 영화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물론 영화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극장을 나서는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호 또는 불호로 나뉘었고, 개인적으로도 함께 본 이와 그 호불호의 의견이 합치하지 않았다. 그러니 직접 관람하고 의견을 표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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