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영화축제

 

지난 11월 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전국에서 넥스트 플러스 영화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2009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는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마니아 관객은 물론 평소 아트플러스 영화관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해 망설이던 일반 관객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데 의의가 있다.

 

아트플러스 영화관이란 일반 상영관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색깔을 가진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공간, 예술영화전용관, 역사 깊은 단관극장에서 멀티플렉스까지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들이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기 위해,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라는 이름붙여진 영화관들을 말한다. 2002년 2개의 극장으로 시작하여, 2009년 현재 전국 29개 극장, 35개 상영관이 참여하고 있는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는 관객들과 좋은 영화, 또는 다양한 영화를 나누기 위한 네트워크이며, 더 특별한 영화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네트워크이다.

 

주목할 만한 프랑스 영화

 

이번 영화제에서는 <웰컴><나의 사춘기><고통><나쁜 피> 등 2009년 칸영화제와 부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프랑스 영화들이 특히나 볼만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지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획전 이었던 셈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와 <나쁜 피>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레오 카락스 감독이 영화제 초에 방한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을 지도 모른다. 레오 카락스 감독은 주로 소외된 인물들의 거친 삶을 다루면서도, 그들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독특한 영상 미학과 감수성으로 전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켜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다.

 

또한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와 엘자 질버스테인 같은 여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기에, 그리고 그 내용이 마음속에 와 닿는 이야기이기에 주목할만 하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의 감독 필립 클로델은 세자르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는 등 떠오르는 감독으로 주목받고있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여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여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 강보석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메마른 삶에 빛을 보여주는 영화

 

친자 살해 죄로 15년간의 수형 생활을 마치고 나온 줄리엣에게 동생 레아가 찾아온다. 줄리엣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해나가면서 자신의 부재 동안 가족, 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해한다. 줄리엣은 그들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고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줄리엣이 친자를 왜 살해했는지의 비밀을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준다. 사실 줄리엣은 아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었다. 아들은 불치병이었고, 의사였던 줄리엣은 다른 사람들의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의 병은 고칠 수 없었다. 아들이 없는 세상은 줄리엣에겐 감옥이나 마찬가지였고, 때문에 법정에서도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감옥 안이나 밖이나 결국 줄리엣에겐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 강보석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그런 아픈과거를 안고 있는 줄리엣의 마음의 상처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생 레아와 레아의 가족들이 주는 줄리엣에 대한 믿음과 신뢰, 이웃들이 주는 친근함,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남자와의 조심스러운 사랑, 그리고 정신적 교감을 나눴던 이의 자살 앞에서 자신을 추스르는 모습 등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지극한 모성애와 이웃들의 친절과 가족애를 한꺼번에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까. 영화의 맨 마지막은 줄리엣을 찾는 친구의 물음에 "그래, 나 여기 있어" 라고 줄리엣이 혼잣말을 하며 끝난다. 그렇다. 우리 모두 여기 있다. 세상과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확인하면서 말이다.

 

최근에 정부에서 낙태 불법 시술을 강력히 단속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정책이 시행이 되든 안되든, 얼굴도 못 본 자식과의 이별을 사회 전면에서 떠들어 대니 죽음과 이별앞에 사회가 너무 가벼이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 가뜩이나 날씨가 추워지면서 연일 신종플루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만은 차가워지지 않게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같은 훈훈한 영화를 보면서 소외된 이웃이나, 소원했던 가족관계를 다시금 되돌려 봤으면 좋겠다.

2009.11.22 10:05 ⓒ 2009 OhmyNews
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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