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7 11:13최종 업데이트 22.08.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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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점포에서 시민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한때 '시장'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2011년 현대화 사업으로 이제 막 정비를 마친 시장 이야기를 취재하기 위해서 한동안은 거의 매일 시장으로 출근했다.

여기서 하나 고백하건대, 만약 취재가 아니었다면 굳이 시장에 갈 이유가 없었을 거란 사실이다. 대부분 사람이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생필품과 식재료를 구입하듯, 나 역시 다소 불편하고 원하는 물건도 다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 가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손님과 상인으로 발 디딜 틈 없고, 동네의 모든 소식과 사람이 교류하던 공간으로서의 시장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됐다. 그런 시장도 한때나마 '핫한' 공간이던 적은 있다.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처럼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여는가 하면,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던 때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문전성시 사업)으로 전국의 시장 부흥을 꾀했고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희망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2010년대 초중반 이런 풍경은 다른 시장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너도나도 벤치마킹을 한다며 견학에, 비슷한 내용의 지원사업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그랬던 시장들도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된 듯하다. 지원사업 중단이든, 시장 활성화 사업단이 시장을 떠난 것이든,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으나 시장의 풍경은 다시 정체되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유지되던 곳들도 코로나19를 지나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도 했으니 말이다.
 
시장의 아침에서 찾는 '시장에 가야 할 이유'


충북 옥천 역시 저런 시장 활성화 성공 사례를 선망했던 곳 중 하나다. 옥천읍에는 읍 시가지 중심을 지나는 도로와 하천 주변으로 서던 옥천재래시장, 5‧10일장인 옥천오일장이 있다.

이 중에서도 옥천재래시장은 시장 현대화 사업을 명목으로 만들어진, 지상 4층 규모의 번듯한 건물에 입점하게 된다. 여기에 별도의 주차장을 완비하고 그 이름 또한 '재래시장'에서 '공설시장'으로 바꿔 부르게 되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건물 마련에 쓰인 예산만 58억여 원.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안팎의 중‧대형 마트로 인해 침체기를 겪는 시장을 활성화해보자는 취지의 이 사업이 결정된 건 2007년. 건물이 완공돼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된 건 2011년으로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때의 일이다.

이후에도 주차 시설 확충 등을 이유로 추가로 소요된 예산이 40억여 원. 말하자면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공설시장 활성화에 투입된 셈인데, 애석하게도 '시장 활성화'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주기적으로 불려나오는 문제로 남아있다. '조금 더 편하고 쾌적한 시설'도 시장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으로 가 닿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옥천오일장 역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5일장 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이른바 '문화마케팅을 통한 시장 활성화'의 꿈에 부풀었다. 2년간 12억 원의 예산으로 상인 참여형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고유의 인적‧관광자원을 발굴해 활용하겠다는 게 당시 오일장 활성화 사업의 계획이었다. 실제로 옥천 출신 시인 '정지용'으로 분한 배우가 시장 주변을 돌며 짧은 극을 선보이거나 시를 낭송하기도 하는 등 나름의 볼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과거의 풍경일 뿐이다. 지원사업 종료 후에도 이를 지속할 동력이 시장 내부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북 옥천시장 모습 ⓒ 월간 옥이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의 지역 사람들은 이런저런 훈수를 두기도 한다. 현대화 한다며 만든 건물 입지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고, 진출입로 문제 역시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상인들의 판매 품목도 다양하지 않은 데다(직접 농사짓거나 지인이 농사지은 채소류가 주류를 이룬다. 그나마 최근에는 간식류, 반찬 가게, 수산물 가게 등이 입점해 조금은 다른 상황이 되긴 했다) 시설 개선이 이루어졌다한들 일반 마트나 편의점보다는 불편하다는 평가가 더해진다.

조금 더 날카로운 눈을 가진 이들은 이런 말도 보탠다. 외부 용역 업체에 기댄 사업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는 이야기, 시장 주차 문제를 해결한다며 만든 주차시설이 사실상 시장과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면서 시장 이용자보다는 주변 다른 상권의 차지가 됐다는 불만 등 애초에 활성화 계획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요즘은 이른바 '로컬' 여기저기서 유행하는 '브랜딩'이란 걸 제대로 해봐야 한다는 요구도 슬슬 힘을 받고 있다.

일리 있고 맞는 말이다. 입지 조건을 좀더 좋은 곳으로, 애초 건물 설계부터 상인들과 소비자가 이용하기 편한 방향으로, 시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활동 프로그램이 조금 더 주민 친화적으로 운영되며 시장 내부 동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 옥천 시장의 모습은 지금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지적을 늘어놓는 대신 하나를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설 현대화니, 문화 콘텐츠 개발이니, 요즘 유행하는 '브랜딩'이니 하는 것을 떠나 우리가 시장에 가야 할 이유를 근본적으로 돌이켜 보았으면 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나무라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곳엔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 시장에 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곳에서 '사람'의 얼굴을 보는 일, 그 사람의 손을 타고 내 손으로 넘어오는 물건의 '이야기'를 아는 일.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시장에서 찾아야 할, 시장에 가야 할 이유가 아닐까. 도시화와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시장이 밀려났듯 우리 역시 밀려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시장 상인들의 아침은 분주하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그 누구의 아침이 분주하지 않겠냐만은, 이른 새벽부터 집을 나서 물건을 떼고 정리하며 맞는 시장의 아침은 그 어떤 활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벅참이 있다. 아마도, 저 멀리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분주함이 아니라, 나와 같은 곳에서 비슷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웃들이기에 그 모습이 남다르리라.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풍경,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남들과는 다른, 남들은 하지 못하는 일의 '멋짐'이 아니라 남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 그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그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말이다. 활성화든 브랜딩이든, 그게 무엇이든 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발견돼야 함이다.

- 덧 : 월간 옥이네가 8월호 특집에서 공설시장 상인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장의 활성화를 어떻게 꾀할 수 있을까-가 특집의 시작이었으나 우리는 활성화 정책이나 사례를 다루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이곳 사람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담았다. 바로 여기 있는 사람들로부터 '진짜'가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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