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7.19 21:46최종 업데이트 22.07.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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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플라스틱은 대표적으로 가성비 높은 매우 값싸고 편리한 소재다. ⓒ 픽사베이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사이클에서 일회용은 가성비 높은 선택이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은 대표적으로 가성비 높은 매우 값싸고 편리한 소재다. 그래서 각종 생활용품, 반도체, 자동차 내장재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핵심 소재가 됐다. 문제는 이 값싼 소재가 분해시간이 너무나도 길다는 것이고, 결국 그 분해비용이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1938년, 처음 지구에 등장한 플라스틱 칫솔은 아직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분해되지 않고 있다. 현대 문명의 핵심 소재인 이 고분자 화합물은 문명의 편의와 환경오염을 카드의 앞면과 뒷면처럼 안고 있다.

문화가 된 업사이클링

"버려지는 폐기물에서 활용성을 발견해 가치를 높이는 행위입니다."


내가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에 몸담게 된 2010년대 후반, 나는 꽤 오랜 시간 지인들에게 업사이클링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친구들은 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하던 내가 갑자기 기후변화에 심각성을 느끼고 환경운동가가 된 줄 알았다고 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는 내가 SNS에 공유하는 모어댄, 래코드(Re;Code), 프라이탁 같은 국내외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의 게시글을 보고 임팩트 투자사에 취직한 줄 알았다고도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친구들은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한 미국의 업사이클링 신발 브랜드 '올 버즈'의 스니커즈를 신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카페에서는 업사이클링 굿즈가 팔리고,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은 지양된다. 고등학생들이 스위스의 대표적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인 프라이탁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모습을 거리에서 본다. 영부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스페인에서 현지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매장을 방문하는 일정이 언론에 보도된다. 샐럽들은 업사이클링 가방, 운동화를 착용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노출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의식을 실천하는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다.

이제 업사이클링은 환경 운동의 선언,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가치 소비의 상품으로 생활 세계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접근과 경험의 거리도 가까워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사회경제문화적 저변에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있었다.

순환경제와 업사이클링

국회는 지난 6월 8일, '자원순환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 발의를 통해 순환경제를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환망을 구축하여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 체계로 정의했다.

쉽게 풀어보자면, 순환경제란 원료-생산-사용-재자원화 과정을 통해 자원 활용 주기가 일회성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도록 전환해가는 경제 체계다. 생산-유통-소비-폐기(에서 재자원화로)의 주기가 선순환 과정을 거쳐 지속가능성을 갖도록 경제 구조를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 모델에 입각해 세계 각국에 순환경제 정책들이 확산된다.

순환경제라는 개념은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럽형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의 6대 환경목표 중 하나이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공유·재생산을 고려해 자원의 지속가능한 순환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자연의 회복을 추구하는 가치에 기인한다.

매립과 소각이 전부인 기존 폐기물 처리 방식의 새로운 방법론 발굴과 이를 통한 순환경제 모델 구축 과정에서 업사이클링은 획기적인 개선안이라기보다 하나의 적용 가능한 방법론이다. 업사이클링은 순환경제가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가능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기술을 통해 폐기물의 물질로써의 시간성과 가능성을 연장할 수 있는 시간 예술이다.

이 시간 예술은 폐기물을 원자재, 원료로 되돌려 물질의 순환을 일으키고 순환 과정에서 이전의 형태, 용도를 창조적으로 전환한다.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고온에서 분해해 재생유를 생산하는 열분해유 기술 역시 넓은 범위에서 업사이클링의 기술적 범위로 봐야 할 것이다.

선거가 지나간 자리
 

춘천시의 위탁을 받아 폐현수막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용 마대자루를 만드는 춘천시니어클럽 작업장 마당에 폐현수막이 산처럼 쌓여 있다. 자료사진. ⓒ 성낙선


업사이클링 대표적으로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현수막 재활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지방선거 기준 12만 8,000여 장의 폐현수막이 발생했고, 2021년 기준 서울시에서는 34만 6,522장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서울시의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5개 자치구와 재활용업체를 포함해 약 75.8% 수준이다. 주로 자활 단체 및 각종 기업, 학교와 협력하여 에코백, 제설용 모래주머니, 쓰레기 수거용 마대를 만드는 시범 사업과 같은 폐현수막 재활용 방안들이 현장에서 추진되고 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과 새활용으로 번역되는 업사이클링이 구분되듯, 이것은 업사이클링이라기보다는 리유즈(reuse, 다시 쓰기)에 가깝다. 영국 환경청에 의하면,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 양을 고려할 때 에코백이 비닐 봉투보다 환경에 이롭기 위해서는 최소 131회는 사용되어야 한다. 집집마다 에코백을 수개씩은 가지고 있다. 재활용 에코백이 현수막 폐기물의 물질로써의 시간성과 가능성을 얼마나 연장시킬지 의문이 든다.

에코백의 시간성과 가능성을 연장시킬 수 있는 정책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의 신·입학기 때 환경교육과 함께 재활용 에코백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현수막를 재활용하여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철마다 대량 생산되어 대량 폐기되는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드는 것만을 업사이클링의 내용, 범위로 보는 것은 시야가 너무 좁은 발상이다. 구태의연한 접근의 한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현수막은 애초부터 야외 광고를 위한 일회용 목적으로 출력, 생산되고 그 재료 또한 수성, 솔벤, 페트지, pvc와 같이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은 재료로 제작된다. 고로, 이 재질을 일상적 용도로 재활용하는 범위를 궁리해봤자 그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니, 선거철마다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폐현수막을 다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선 현장에 해결 방안을 주문하는 방식의 업사이클링은 그 순환이용 촉진의 방식도, 접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폐현수막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선거운동의 방식도 새롭게 모색하여, 현수막, 인쇄물과 같이 탄소발자국을 길게 남기는 방식은 더 지양해야 한다.

국회가 정의한 바와 같이 순환이용을 촉진하는 것이 순환경제의 달성을 위한 방식이라면, 순환이용을 촉진하기 힘든 소재를 가장 적게,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정치가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선거철 난무하는 폐현수막과 선거 이후 처치 곤란인 폐현수막 때문에 곧 버려질 운명의 일회성 활용법을 정책 방향의 눈치를 보아 자아내고 있는 각 지자체의 재활용 선별 현장에 대해 국회의 대답이 필요할 때다.

국회의원실 명패를 폐플라스틱을 녹이고 사출, 성형해 구워낸 업사이클링 명패로 바꾸고, 폐기물을 분쇄해 구워 만든 새로운 건축 자재로 국회의 벤치들도 바꾸어보자.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도 출근할 때는 자동차 가죽을 업사이클링한 백팩을 주4일 메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업사이클링 원자재화 기술들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키우고 공공 조달 시장 진출 혜택, 전폭적인 세제 혜택도 주자. 가치 있는 소재를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생산과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 연관된 기관, 기업, 단체들과 협력적으로 기획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원해주자.

* 필자소개 : 글쓴이 양수영은 예술과 기술을 오가며 미래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기획자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스 어오시에이츠(MCA)의 CHO로 정호승문학관 개관 전시 총괄 디렉팅을 하는 동시에 AI 스타트업 Lookxeed 자문으로 삼성전자로부터 특허권을 양도 받은 3차원 라이팅 처리장치 기술 기반 프로젝트를 이끈다. 통섭적 사고의 기반은 예술과 미래학이다. 2018년부터 미래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K-메타버스 공동활용체계 구축 ISP 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중앙대 미디어공연영상대학에서 극작과 연출을 공부했고 카이스트에서 미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농생대의 방치된 학생회관을 리모델링한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 개관 프로젝트에 2017년부터 5년간 몸담았다. 늘 본질을 장악하고 매료당하는 주제는 예술과 과학, 텍스트와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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