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02 18:14최종 업데이트 22.05.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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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많은 분들이 새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발표를 강렬히 희망하고 있다. 필자도 같은 마음이지만,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윤석열 당선자가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나버린 실망 때문이다. 왜 우파 정권이 노태우 정부 시절처럼, 아니 적어도 김영삼 정부 시절만큼이라도 돌아가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그렇다면 과연 새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많다. 지방선거를 맞아 후보들이 내놓은 남북관계 공약도 많다. 개인적으로 크게 관심이 간 공약은 판문점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자는 제안이었다.


혼자 김칫국을 더 마시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멋진 음악당을 짓는다. 북과 남의 음악가들이 합동으로 심사위원을 맡고, 전 세계 음악 영재들이 판문점에 모여 경연을 펼친다.

조성진을 비롯해 우리나라 음악가들이 외국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점이 큰 영광이듯이 외국인들에게도 판문점 콩쿠르 우승이 큰 영광이 되는 선진국 통일 코리아의 미래. 생각만 해도 멋졌다. 아마도 BTS는 자진해서 콩쿠르 우승자들과 함께 콜라보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하지 않을까?

몇 년 전 인기를 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남쪽 재벌가가 북쪽 음악 영재들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준다. 작가의 상상력은 남북 젊은이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고 미래에 열 통일 이벤트까지 그려주었다. 드라마에선 스위스에서 가능했지만, 의지만 있다면 판문점에서 가능하다.

5.24 조치 해제할 수 없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오른쪽부터),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용태 정치통합분과 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정치통합분과위 주최로 열린 '초당적 대북정책 실현을 위한 제언'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2022.4.22 ⓒ 인수위사진기자단

 
아쉽게도 윤석열 정부에 이 정도의 상상력은 기대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는 그저 기본만 지켜줬으면 한다. 남북관계에서 기본이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5.24 조치(2010년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것이다.

아마 지금은 유엔의 제재 때문에 안 된다며 핑계를 댈 것이다. 정말 유엔 때문인가? 우리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공적은 우리가, 장애물은 유엔이라는 구도'를 만들면 된다. '우리는 하려고 하는데, 바깥에서 못하게 한다',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5.24 조치 해제도 어렵다면 인도주의적 지원은 바로 재개하자. 공동 방역은 코로나 말고도 있다.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은 물론이고 산림 자원 보호를 위한 자연 방역도 중요하다. 직접 나서기 뭣하면 국제기구와 유엔에서 진행하는 개발협력 차원에서 진행해도 된다. 학계도 현업도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정부가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아 올스톱 상태가 아닌가.

근래 우리 사회에는 착한 소비, 플로깅처럼 스스로 돈과 노력을 들여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데 남과 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남은 설악산에서, 북은 금강산에서 출발해, 휴전선 바닷가에서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함께 만나는 쉬운 이벤트도 시작해 보자.

한 세대도 전인 1988년, 우파 정권인 노태우 정부에서 7.7 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발표한 데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남북 대치는 안 된다는 시대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는 민주화 이전 시절로 돌아가 버렸다.

윤석열 당선자에게 곧 야당이 될 민주당처럼 큰 정책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전 선배 우파 정권처럼 기본만 해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기대를 크게 했다가 실망이 컸기에, 이번 정부에서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출발하려 한다.

지금이라도 새 정부 관계자들이 이 칼럼을 보고, 이 칼럼이 틀렸다는 점을 정책으로 보여줬으면 한다. 학자로서 예상을 내놓았다가 틀리게 되면 타격이 있지만, 그래도 나의 예상과 달리 윤 당선자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본보다 많은 업적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다.

* 필자 소개 : 북한학 박사. 한국NGO학회 이사, 남북학술교류위원. 좌표22 대표. 통일교육원 공공부문 통일교육 전문강사. 2009년 피스멘토링커뮤니티 DMZ를 창립한 이후 통일교육의 버전업에 매진해왔다. '통일교육 에센스', '남도 북도 모르는 북한법 이야기', 'Life & Law', '우리가 불러온 노스코리언송즈 :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통일 노래 시리즈 I' 등 다수의 저서를 냈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역사교사인 아내와 함께 왕릉을 답사 중인데, 노스코리아 지역 왕릉 답사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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