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5 19:45최종 업데이트 22.04.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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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1.6.29 ⓒ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건 집권세력으로서의 비전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끝내야 한다는 정권교체론이었다. 참신한 공약으로 유권자에게 평가받기보다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나라도 경제도 엉망이었다는 네거티브 주장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도 경제도 외교와 남북관계까지도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 이긴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 낙맥도 문재인 정부에 비하면 대수로운 게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한다. 물러나는 문재인 정부의 허물을 들먹여 윤석열 정부의 졸속 인사, 후보자들에 대한 부정 여론을 차단해보려는 것이다.

이상한 인사 기준

"사외이사 논란이라든가 위장전입이라든가 이러한 문제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장관 후보자들하고 비교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게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다. 민주당을 향해 자신들도 지키지 않은 7대 인사 기준을 적용해 윤석열 정부 내각 지명자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코미디라고 했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두고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기자의 지적에 "조국과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를 해보라, 뭐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라며 발끈했다는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 발언도 조국 전 장관의 허물을 확대해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여론을 입막음해 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면 타당한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7대 인사 기준을 만들고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7대 기준을 한 차례도 지키지 않았다거나, 민주당도 7대 인사 기준을 폐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인사 패착이 윤석열 정부 인사 난맥의 핑계도 면죄부도 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6일 민주당의 7대 기준을 상회하는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윤석열 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었다. 민주당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겠다고 해놓고, 문재인 정권도 지키지 않은 인사 기준을 왜 강요하느냐는 건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이다.

그런 인사 패착에 나라가 망가졌고 선거도 진 거라고 민주당에 쏘아붙인 것 또한 국민의힘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게 아니라면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우월함을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뽑았다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 후보자들에게 능력보다 흠결이 먼저 보인다. 지역이나 성별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서 모인 조합이 '육서영'(60대·서울대·영남)이고 '전남친'(전 정권인사·남성·친한사람)이다. 30대 장관이 여럿이 나올 것이라던 약속은 지켜지지도 않았다(관련기사: 윤석열 내각 : 서울 출신, 서울대, 강남3구, 재산평균 43억 http://omn.kr/1yhco).

인선 기준대로라면 다른 곳보다는 서울대, 호남보다는 영남, 여성보다는 남성, 20~30대보다는 60대가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다. 그러나 지역별·성별·세대별로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이성적·과학적 사고가 아니라 봉건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낡은 사고다. 친한 사람, 측근 인사들 위주로 발탁하다 보니 검사 출신도 많고 서울대 출신이 다수를 이룬다. 

정경유착 우려... 각종 투기 의혹까지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19명 중 7명, 1/3이 넘은 인원이 사외이사 경력이 있다. 다른 정부에 비해 특이한 점은 사외이사 경력 인원이 많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7명 모두 지명 전까지 사외이사에 재임 중이거나 그만둔 직후여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크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수 억, 수십 억의 연봉을 받는 소위 '꿀알바'를 하다가 정부 요직으로 바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기업과 정치 권력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이자 정경유착 아닌가. 이런 내각 후보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 우려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고, 이렇게 채워지는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자 중심의 노동 정책을 기대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아내의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졌다. 외제차 구입 때 서울보다 등록비용이 싼 경기도로 일시적으로 주소를 옮긴 것이다. 자동차 딜러에게 위임장, 도장 등 서류 일체를 주고 매수 및 등록 절차를 일임해 벌어진 일이라는 게 후보자의 해명이었고 경위를 불문하고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것은 본인의 불찰이라는 게 사과였다.

그러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주민등록법 위반 행위가 불찰 정도의 사과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님은 오래 검찰 생활을 한 후보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농지 투기 의혹과 강남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도 해명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자신에 관한 논란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자녀의 의대 편입을 둘러싼 아빠 찬스 논란에 농지 투기 의혹과 위장 전입 문제도 있다. 신천지 발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구 전체가 사활을 건 방역 중일 때 대학병원장이 이용 제한을 어겨 가며 저녁 시간에 술집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도 나왔다. 자격 시비는 물론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정호영 후보자의 의혹이 조국 전 장관과 다르다고 하지만 같은지, 다른지, 더한지는 검증하고 수사한 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검찰과 언론은 조국 전 장관 때와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불공정과 편파에 기대 정호영 후보자가 조국 전 장관보다 낫다는 주장이 먹혀든다고 생각하는지 묻고싶다.

허들 높이보다 선수 자질이 문제

음주운전, 성범죄, 위장 전입, 병역 비리,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검증 기준이다. 물론 국민의힘 주장처럼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인수위에서는 이를 상회하는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 기준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수십 억 사외이사 보수와 석연찮은 재산 증식 의혹에 어떻게 적용될지 두고 볼 일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농지 투기 의혹과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에 검찰이 조국 전 장관 때와 같은 잣대를 들어댈지도 관심사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발탁된 내각 인사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실현할 최고 관료의 자격을 검증하는 자리다.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다는 게 윤석열 정부 인사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했든 아빠 찬스,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 전입,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십 억 연봉 사외 이사 역임 등은 윤석열 정부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예비 여당의 바른 면모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보다 낫다는 건 국민의힘 주장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인사청문회 등을 보고 내릴 수 있는 판단의 영역이다.

인사청문회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은 괴롭다. 박수로 환영할 일보다는 번번이 권력층의 탐욕과 범법을 확인했던 게 인사청문회다. 이번에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능력보다는 탐욕과 불법, 추문이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온다. 실망이다.

이런 가운데 인사청문회 무용론을 주장하거나 인사 기준의 허들이 너무 높다고 참견하는 언론들이 부쩍 많아졌다. 속 보이는 짓이다. 대다수 국민은 이런 허들을 넘을 기회도 없지만 잘 지켜가며 산다. 하물며 공정과 상식의 최전선에 서야 할 윤석열 정부의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이런 허들에 턱턱 걸려서야 창피하고 민망해야 할 일 아닌가? 허들의 높이보다 선수의 자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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