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2 09:16최종 업데이트 22.02.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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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경북 상주시 풍물시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권교체론에 관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역설이 상당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난 15일 대전을 찾은 그는 "대전을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무도한, 무능한 정권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한 뒤 "저는 어떠한 부당한 기득권도 타파하고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외쳤다.

'무도·무능'보다 강한 표현도 나왔다. 18일 경북 상주 유세에서는 "상주시민 여러분과 경북인께서 저 윤석열을 불러내서 부패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박살내라고 불러주고 키워주신 게 아닙니까?"라고 연설했다. 문재인 정권을 '박살'내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공언이다.

이명박의 정권교체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도 정권교체론을 역설했다. 그해 8월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제17대 대선후보로 확정된 그는 9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교체론을 본격적으로 띄웠다.

기자회견 때 그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명대사를 연상시켰다.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 이것이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라며 "정권교체를 통해서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을 것"이라고 한 뒤 "1987년 체제를 넘어 2008년 체제를 열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8년 체제는 선진국 진입을 가져올 신(新)발전 체제"라며 "성장의 과실이 서민에게 가장 큰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제, 이것이 제가 꿈꾸는 2008년 체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당시의 이명박. ⓒ 유성호

 
그해 11월 27일자 <노컷뉴스>의 <'해도 해도 너무한 정권', 이명박 첫 유세 전투모드로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기사는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데에도 주력했다"며 "이 후보는 '지난 5년간은 해도 해도 너무한 무능한 정권이었다'면서 '그뿐만이 아니라 책임감도 너무 없었다'고 정권교체를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이명박이 정권교체론을 공식 표방하기 하루 전날, 보수 언론인 <중앙 선데이>가 그의 의도를 설명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9월 8일자 인터넷판 기사인 '정권교체냐 정권유지냐 이명박이 그은 전선'이라는 기사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선을 '정권교체' 대 '정권유지' 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기로 했다"로 시작하는 <중앙 선데이> 기사는 "전선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고 한 뒤 "이대로라면 올 대선은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결이 된다"고 전망했다. 이명박이 상대 후보인 정동영보다는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과의 대결에 방점을 찍게 되리라는 전망이었다.

기자회견 4일 전,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명박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청와대를 겨냥해 각종 거짓 주장을 퍼트리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중앙 선데이>는 "청와대가 자신을 검찰에 고소한 데 대한 정면 돌파의 의도가 감지된다"며 이명박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응하려고 노무현을 집중 겨냥하며 정권교체 구호를 표방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앙 선데이>는 "정치에 있어 '적 만들기'는 고전적 수단이라며 '특히 정책 선거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미움의 대상에 대한 반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한다"는 말로 이명박 진영의 선거전략을 조명했다.

이회창의 문제제기

그의 정권교체론을 지켜보면서 같은 보수 진영의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제기한 문제점이 있다. 이회창은 '정권교체의 질'을 문제 삼았다.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바뀌는 정권교체의 '품질'을 문제시한 것이다.

그해 11월 13일자 <중앙일보> '이명박 리더십 신뢰 못해, 정권교체의 질이 문제다'에 따르면, 이회창은 뉴라이트 대전 포럼 강연회에서 "정권교체의 질이 문제다"라며 "돈 잘 벌고 재주 좋고 출세한 사람", "돈 만능주의와 성공 만능주의에 빠진 타락한 세력", "거짓과 말 바꾸기,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정직과 신뢰를 타락시키는 세력"이라는 말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런 후보와 이런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질 좋은 정권교체겠느냐고 이회창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명박은 48.67%를 득표했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론에 동조한 셈이 되지만, 그 정권교체가 '질 좋은 정권교체였는가' 여부는 이명박이 현재 어디에 있는가라는 사실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뇌물수수·횡령·배임·조세포탈과 다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 연합뉴스

 
그는 4대강 사업과 각종 해외투자로도 국고를 탕진시켰다. 그래서 국민들의 삶을 악화시켰다. '성장의 과실이 서민에게 가장 큰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2008년 체제'를 만들려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 물거품 같은 주장들이었다.

정권교체의 품질

이명박은 한나라당 정치인들과 색다른 느낌을 풍겼다. 국민들은 그 점 때문에 이명박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명박 세력'을 형성한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전두환·노태우의 민정당을 계승한 민자당의 후계자들이었다.

이명박 사례에서 명징하게 증명됐듯이, 정권의 본질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둘러싼 세력에 의해 규정된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질 좋은 것이 되려면 정권을 담당할 주역들이 이전 정권보다 훨씬 건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질 나쁜 정권교체이고, 이런 정권교체가 되풀이되면 그때마다 대한민국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가 단순히 정치세력 간의 공수 교대로 끝난다면, 국민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주지 못한다. 이런 질 나쁜 정권교체가 계속 되풀이된다면, 국민들이 대통령선거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된다. 선거운동이 끝나는 3월 8일까지 윤석열 후보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정권교체가 이명박이 이루고자 했던 것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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