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1 06:21최종 업데이트 22.02.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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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에 게양된 일장기. 2015.4.8 ⓒ 유성호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걸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무장관 및 차관 협의 등을 통해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중에도 한일관계에서만큼은 긴장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이 주선하는 자리에 한국과 동석하면서도 한국을 따로 불러내 험악한 인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지금 자민당 정권과 극우세력 사이에서는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 문제와 더불어 독도 이슈가 점점 크게 부각되고 있다. 독도 이슈의 경우에는,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되는 양상이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들은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도광산과 함께 독도를 더욱더 부각하려 하고 있다.


자민당 독도대응팀이 올여름까지 새로운 대책을 내놓겠다며 예비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에서, 극우세력은 이에 관한 논의를 가열시키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 나온 기사들만 봐도 그렇다.

독도 새우와 설 선물에 집착

2월 3일에는 <포브스> 일본판인 <포브스 재팬>에 그런 유형의 기사가 실렸다.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출신인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외교전문기자가 쓴 '음력 설날 선물에 다케시마 도안(旧正月のギフトに竹島イラスト)'이란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는 독도를 연상시키는 도안이 들어간 청와대 설날 선물을 주한일본대사관이 반송한 이번 사건을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 방문 때 '독도 새우'가 만찬 식탁에 올라간 일과 연관시켰다.

"만찬으로부터 4년 이상 흘러, 문재인 정권은 또다시 동일한 실패를 되풀이했다"라고 평가한 마키노 기자는 '실패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찾았다. 북한에만 매몰돼 다른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마키노는 '독도 새우'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그때 한국 대통령부(大統領府)도 외교부도 뒤치다꺼리로 애를 먹었다"라고 말한다. 북한에만 치우쳐 정부기관 내의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지 않아서 발생한 이 일로 인해 청와대와 외교부가 뒷수습하느라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한국정부 관계자 중 하나는 '문재인 정권의 머리에 있는 것은 북조선뿐이다. 북조선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미국이나 중국에는 신경을 쓰지만, 일본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을 화나게 하는 선물을 보낸 것은 북한에만 신경 쓰느라 일본을 홀대했기 때문이라는 게 마키노의 설명이다. 익명의 청와대 혹은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설 선물에 독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트집을 잡아 주한일본대사관이 선물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한일본대사관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명의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대사에게 보낸 설 선물 상자를 전날 그대로 반송했다. 반송 이유로는 선물 상자에 독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사진은 청와대가 설 명절을 맞아 사회 각계각층, 각국 대사 등에게 전통주와 밤 등을 담아 보낸 선물 상자 모습. 2022.1.22 ⓒ 연합뉴스

 
독도를 북한과 연계시키는 주장은 극우 매체인 <데일리 신초(デイリ新潮)>의 7일 자 기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날 <데일리 신초>에는 2014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정세를 분석하고 있는 하다 마요(羽田真代)의 글이 실렸다. 기사 제목이 '문 대통령의 다케시마 도안이 들어간 연말 선물에 미칠 듯 날뛰는 국민(文大統領の竹島イラスト付きの歳暮に狂喜乱舞の国民)'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글 역시 청와대의 설날 선물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기사는 선물 사건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배려라고 단언한다. 광양 매실액, 문경 오미자청, 부여 밤과 함께 선물상자에 들어간 김포 문배주를 대북 친화 정책의 근거로 제시한다.

기사는 '북조선에 대한 배려(北朝鮮への配慮)'라는 소제목 하에서 "문배주는 광복 이전에는 평양 대동강 유역의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이용해 만들었다고 한다"며 "북조선에 대한 배려만으로도 여념이 없다는 것일까?"라고 탄식한다. 김포 문배주를 선정한 데서 드러나듯이 북한을 지나치게 배려하느라 일본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독도 도안이 일본을 자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고 말한 것이다.

이에 더해, 이번 선물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획득 전략과도 연결시킨다. "실제로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 40%'로 보도된 것처럼, 이번 선물에 의한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은 그의 지지율을 상승시켰다"며 "대통령이 어디까지 효과를 의식해 이번 선물 플랜을 짜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레임덕이 운운된 지 오래된 정권에서 최후의 의욕을 보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위의 두 기사는 이번 선물 사건이 한국 정부가 북한에 경도돼 일본을 홀대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 두 기사가 이 같은 소극적 방식으로 독도와 북한을 연결시켰다면, 지금 소개할 세 번째 기사는 매우 대담한 방식으로 그것을 시도한다.

대북 적대감정 독도 문제에 활용

지난 3일 <Mag2 뉴스>에 실린 '센카쿠열도나 다케시마 문제를 어떻게 끝낼까? 세계적 전략가가 충격의 긴급 제언(尖閣諸島や竹島問題をどう終わらせる?世界的戦略家が衝撃の緊急提言)'이란 기사가 그것이다.

미국 군사전략가인 에드워드 루트왁(Edward N. Luttwak)이 쓴 <일본 4.0 국가전략의 새로운 리얼(日本4.0 国家戦略の新しいリアル)>의 서평 격인 이 기사는 본문 서두에서 "한국 대통령이 다케시마 사진이 들어간 선물을 일본대사관에 보내 항의를 받은 사실은 기억에 새롭지만, 일본은 앞으로 격화될지도 모르는 영토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까요?"라고 질문한 뒤 "세계적 전략가가 일본에 놀라운 방안을 제안했습니다"라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기사에 따르면, 루트왁은 조선 후기에 해당하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일본 1.0', 1868년 이후인 메이지유신 이후를 일본 2.0, 제2차 대전 종전 이후를 일본 3.0으로 규정한 뒤 현재의 일본을 4.0으로 규정했다.

그런 내용이 소개된 다음, 영토 및 안보 문제에 대한 루트왁의 제안이 설명된다. 기사는 "저자가 추천하는 일본 4.0은 과제에 대해 현실적·실무적·실전적 대응을 하는 국가"라며 "예를 들면, 센카쿠열도에는 무장한 환경보호조사원을 상주"시키고 "북조선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처럼 핵무기 시설을 공폭(空爆)"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이 기사가 루트왁의 글에서 인용한 부분은, 센카쿠열도에 무장요원을 상주시키는 것과 북한 핵시설을 공중 폭격하는 것이다. 독도와 관련해서는 루트왁의 글에서 인용된 내용이 없다.
  

동해해경 소속 3007함에서 고속단정이 독도를 향하고 있다. 2017.11.8 ⓒ 김점구

 
하지만 제목에 '센카쿠열도나 다케시마 문제를 어떻게 끝낼까? 세계적 전략가가 충격의 긴급 제언'이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본문 서두에 "일본은 앞으로 격화될지도 모르는 영토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까요?", "세계적 전략가가 일본에 놀라운 방안을 제안했습니다"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읽는 독자들로서는 독도에 대한 대응책으로 어떤 것이 제시됐는가를 궁금해하면서 글을 읽을 수밖에 없다. 본문에서 해법으로 제시된 '센카쿠열도에 대한 무장요원 상주'와 '북한 핵시설 공폭'이 일부 독자들에게 암시가 될 수도 있음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극우파 독자라면 그런 암시에 훨씬 쉽게 노출될 것이다.

자민당 독도 대응팀이 첫 회의를 가진 작년 12월 8일 이래로 일본 언론에서는 독도와 관련해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위의 세 기사는 '독도'와 '북한'을 연결시키는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 극우파의 대북 적대감정을 독도 이슈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해석될 소지가 농후하다. 독도에 대한 일본 극우세력의 눈빛이 점점 농후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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