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9 12:24최종 업데이트 21.12.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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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코로나로 대학생이 보이지 않는 캠퍼스가 스산하다. 어쩌면 코로나가 아니어도 가까운 미래에 대학에 학생이 없을 수 있겠다.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이 횡행했다. 하지만 최근엔 "그것도 옛말이다. 동시에 다 망할 거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고등교육정책 전문가인 케빈 커레이(Kevin Carey)는 지난 2015년에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디지털 학습 플랫폼의 출현으로 지난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 교육이 위협받고 있다. 희귀하고 비싼 장소로서의 특권에 의존하던 교육기관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의 대학만 진정한 고등교육을 제공한다는 뿌리 깊은 문화적 신념을 극복해야 한다.

대학의 위기는 이미 이십 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하지만 대학의 경영 주체들은 이를 외면했고 정부의 재정 지원에만 의존해 왔다. 그렇게 차일피일 문제를 대면하는 것을 미뤘지만, 이제 기술혁명 가속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 등 구조적인 문제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가 한꺼번에 얽히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되었다.

대학은 이제 환골탈태의 노력 없이는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강의실 ⓒ Pixabay

 
대학 장벽이 무너진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대학이 국가와 기업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최근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학은 산업현장의 변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교수, 조교 등 전문 인력은 물론 컴퓨팅 자원 등이 턱 없이 부족하니 기업이 요구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 분야의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반면에 고가의 최신 장비와 기술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대학을 제쳐두고 첨단기술 분야 고급·전문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SSAFY(2018년~), SK하이닉의 청년 Hy-Five(2020년~), 포스코의 포유드림(2018년~) 등 민간 기업 주도의 인력양성 프로그램들이 청년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으며, 정부는 기업들에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야 부랴부랴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대학과 기업이 주도하여 설립한 디지털 기반 공유학습 플랫폼(M00Cs)을 활성화해왔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대의 코세라(Coursera), 하버드대와 MIT가 공동 설립한 에드엑스(eDX) 등 학습 플랫폼은 대학생은 물론 취준생, 이직 준비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등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학위 프로그램들을 다변화해왔다.

이제 우리나라도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서울 소재 공과대학 유명교수의 강좌를 그 학교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울산에 있는 재직자나 호주에 있는 취업준비생이 청강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교육의 모든 장벽이 무너졌고 대학과 교수의 완전 경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대학 교육 무용론이 확산되고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대학의 경영위기는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 국립대조차 자퇴생 급증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도권과 지방대학 간 교육·인재의 양극화이며, 이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수도권과 지방 간 학령인구 불균형과 국가재정지원 격차를 들 수 있다.

먼저 학령인구 불균형은 총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의 인구 유출, 특히 청년(19~34세) 인구의 수도권으로의 이동 및 집중에 의해 확대되고 있다. 2020년 수도권 연령집단별 순이동을 살펴보면, 수도권 순유입은 청년인구의 순이동만으로도 전체 순유입을 넘어설 정도로 청년인구에서 가장 많았다(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

여기에는 급감하고 있는 고등교육 학령인구가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 올해 대학 미충원이 수도권 대학보다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대학 중도 탈락이 가속화하는 가운데(2017년 중도탈락률 4.1% → 2019년 4.6%), 최근 3년간 지방 국립대에서조차 자퇴생이 급증하고 있다(경북대 2017~2019년 2050명).

게다가 현행 입학정원 하에서 2024년 예상되는 미충원 입학생은 약 12.4만 명으로(교육부, 2019년), 지역 대학의 미충원과 중도 탈락률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으로의 고등교육 학력인구 집중은 가속화될 것이고, 벚꽃 피는 순서로 지역 대학이 소멸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화될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취업 게시판 앞 2020.9.16 ⓒ 연합뉴스

 
다음으로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국가 재정 지원 격차도 교육·인재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2019년 교육비 총액은 수도권 대학 약 13.76조 원, 비수도권 대학 약 13.27조 원으로 수도권이 더 많았고, 최근 3년간 그 격차가 커지고 있다. 또한 2019년 학생 1인당 교육비도 수도권 대학(약 1785만 원)이 비수도권 대학(약 1427만 원) 보다 많다.

이 외에도 지역불균형이 교육 양극화의 원인으로 인식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에 1000대 기업 본사 75.4%(754개소)와 인구 50.2%(2604만 명)가 밀집되어 있고, 이에 따라 신용카드 사용액이 72.1%(389조 원)나 되고, 지역 내 총생산(GRDP)은 52.0%(1001조 원)에 이른다.

또한 지역불균형은 자본과 소득의 양극화로 나타난다. 매출 천 억 벤처기업의 수도권 비율이 62.2%(384개)이며, 1000억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수도권 비율이 92.6%(148개)나 되며, 창업 투자회사의 수도권 비율이 91.3%(136개)다.

그래서 지역 총소득의 수도권 비중이 55.6%(1080조 원)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과밀화와 경쟁 격화는 수도권 청년들의 고통과 지방 소멸위기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 교육정책 새판 짜기

청년 교육정책 새판 짜기는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가장 핵심이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는 안정적인 재정지원,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 폐지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 위주로 제안한다.

첫째, 첨단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39년 전에 만들어진 정원, 교원, 교육과정, 시설 등 대학 설립 요건을 종합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 수업이 일반화 된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캠퍼스 중심의 대학 설립 및 운영 요건은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 간 학사 교류, 공유형 연합대학, 공동학위제 등 대학 정책들에 비춰 봐도 기존 대학 설립 및 운영 요건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특히 첨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서 신산업 분야 대학(원)의 설치 요건을 완화하고, 신산업 분야 학과는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둘째, 신기술분야 융복합 교육과 학제 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신기술분야 융복합 교육은 학·석사 연계 패스트트랙을 신설하여 첨단분야 고급 인재의 조기 양성 및 사회진출을 도울 수 있다. '대학 간' 또는 '대학 내' 학과 간 협업을 통하여 일반 또는 이공계 학과(3.5년)와 SW·AI 석사과정(1.5년)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정하여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기존의 '대학 내'에서 '대학 간'으로 학·석사 연계 과정을 확대하여 대학 간 벽을 허물고 첨단기술과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다.

셋째, 문화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부족한 지역에서 도시 수준의 생활과 업무가 가능한 캠퍼스 혁신 파크를 설치하거나, 대학 캠퍼스에 친환경·첨단 도시형 공장이 설립되고 제품 생산까지 할 수 있게 대학 내 도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독일 베를린의 '위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단순한 과학 산업단지가 아니고 도심 공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 여가 활동을 자연환경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도시 안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대학뿐 아니라 위락시설, 쇼핑시설, 의료시설을 갖춰 생활과 업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도시의 개념이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9개 단체가 12일 충북도청 앞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1.5.12 ⓒ 충북인뉴스

 
뉴 노멀 시대에 교육부와 고등교육이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특히 가장 핵심적인 교수들이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기금이 바닥나게 될 것이다. 직접 인력을 양성하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기업마저 우수한 인재를 찾아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도 버티지 못하고 지역 불균형이 가속화될 것이므로 지방대학의 몰락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국가와 지역 사회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 대학, 정부, 지자체, 기업, 연구소, 지역 주민이 상생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 필자 소개: 송수종은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정책허브센터에 재직 중이며, 청년정책 연구개발 및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산업인력개발학을 전공하여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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