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2 18:23최종 업데이트 21.12.2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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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지난해 사상 첫 인구 데드크로스 상황이 발생했다. 데드크로스는 한 해 동안 태어나는 신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로,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3만 3천 명이 자연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1970년 출생아 수가 100만 664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반세기 만에 약 4분의 3 가까이 줄었다.

당연히 과거 백만 명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제도와 지금의 교육제도는 달라져야 한다. 즉, 신생아 수 감소는 교육정책 특히 유아 교육정책의 새 판을 짜는 모멘텀이다.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지금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란 큰 변혁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등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더욱이 2020년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교육분야의 기술 발달과 활용의 속도가 유례없이 빨라지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현재 7세 이하의 유아가 사회에 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되면 65%가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갖게 되고, 앞으로 유아들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뺏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하였다.

세계경제포럼은 사람이 생애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역량, 특히 격변하는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문제 해결 역량 등을 기를 수 있는 토대로서 유아교육을 강조한 바 있고, 각종 뇌과학 연구들도 유아기가 두뇌 발달 속도가 가장 빠른 결정적 시기로, 인간의 사고 기능과 도덕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함을 밝힌 바 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유치원에서 수업을 듣는 어린이들. 2018.10.18 ⓒ 연합뉴스

 
교육과 보육의 격차

사실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이 초중등교육에 비해 주목받아 왔다고 하긴 힘들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다. 현재 의무교육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이며 유아는 여기서 제외되어 교육과 보육으로 분리되어 있다. 즉, 유아 분야의 보육은 신생아부터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주관의 어린이집에서, 교육은 만 3세부터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부 주관의 유치원에서 담당한다. 더욱이 보육은 영유아보육법, 교육은 유아교육법 소관이다.

이처럼 유아교육과 보육에 해당하는 부처, 기관, 법률 모두 다른 상황이다. 아이를 기관에 맡기고자 하는 부모는 혼란스럽다. 이렇게 담당 부처와 기관이 분절되면, 양질의 책임교육을 실현하기 어렵다.

물론 2012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 만 3, 4세까지 누리과정이 확대 도입되면서, 보편적인 교육·보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로써 어린이집과 유치원 양 기관의 교육과정 차이는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나, 여전히 교사 양성부터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과 행정지원까지 편차가 심한 상황이다.

가정형편이나 여러 상황에 따라 누구는 비싼 영어유치원을, 누구는 학원을, 누구는 놀이방을, 누구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다양한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고 볼 테지만, 실제 유아교육과 보육의 격차는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이쯤 되면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의무교육은 일정한 연령에 이른 아동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받아야 하는 기본교육을 말한다. 출생아 수도 갈수록 적어지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키워야 할 중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의무교육 체제 내에서 유아교육을 다뤄야 하는 것 아닐까?

국내 유아교육과 보육의 격차(이하 유보 격차)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높은 사립 유아 교육·보육 기관 비중이다. 사립 비중이 얼마나 높길래? 육아교육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유치원의 72%, 어린이집의 약 50%가 사립·민간기관이고, 국공립 비율은 유치원 28%, 어린이집 17% 정도로, 전체 중 대략 70%가 사립이다.

이 비율이 높은 게 왜 문제일까? 2018년 사립 유치원 비리를 생각해보자. 당시 감사결과 사립유치원에서 교비로 유치원장 핸드백을 사거나 노래방이나 숙박업소를 이용해 학부모들이 들끓었다. 박용진 국회의원은 당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5년간 감사결과를 공개했는데, 천여 개의 사립유치원에서 무려 5천 건 이상의 비리가 적발되었다.

이후 분노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달래긴 어려웠지만, 국회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을 발의하고 2020년 이를 의결했다. 그런데 기관, 부처, 법률 등이 이원화되어있는 상황에서 유치원 3법의 통과만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건 증가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어린이집에는 반드시 CCTV를 설치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는데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이다(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지난 2015년 432건에서 2019년 1371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열악한 보육교사의 근무환경(감당해야 할 아동이 과도하게 많고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를 받는 것)과 이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보육 교사의 양성 체제를 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유치원 교사보다 자격 취득이 쉬워 진입 장벽이 낮기에 자질을 검증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낮은 진입 장벽과 열악한 근무 수준, 빈번한 아동 학대의 발생은 어쩌면 총체적으로 연관되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이러한 유보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 이전부터 꾸준히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해 관계자 간의 의견 차이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충남 1호 공립단설유치원인 천안일봉유치원 어린이들이 방과후 교정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다. ⓒ 정세연

 
새 판

유보통합의 패러다임에서 아동을 위한 보육과 교육을 제공한다는 그 본연의 목적, 프레임에 맞춰 교육정책의 새 판을 짜보면 어떨까? 이제 국가가 책임지고 양질의 유아교육과 보육을 제공할 때가 되었다. 실제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아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이 쟁점화되고 있다.

무상교육은 되지 않았지만, 2021년 현재 누리과정 지원 단가는 국공립유치원 기준으로 월 8만 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기준 월 26만 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월 2만 원이 오르는 등 정부가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충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을 따로 생각하기보다 의무교육을 우선 생각해보자. 무상교육은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면, 의무교육은 책임교육을 실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즉, 의무교육은 일정한 연령의 아동이 법령에 의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받아야 하는 기본교육이다. 의무교육은 당연히 헌법에 의해 무상으로 받게 되어있다.

이제는 아동이 기본교육으로서 유아 의무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필요성은 알겠는데 그럼 뭘 바꿔야 하는 걸까?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의 테두리 안에 포함해 양질의 국가책임 유아교육을 실현하자. 현재 의무교육은 총 9년(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으로 이를 확대하여 만 4-5세(약 6-7세)를 포함하자.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를 제안한 바 있고, 작년에 국회에 발의된 일명 유아학교법('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안으로 강득구 의원 대표발의)도 있다. 법안의 골자는 유아교육을 공교육 체제 내에 포함해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질적 강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과시켜 현행 초-중-고의 6-3-3 학제에 만 4-5세 유아학교를 포함하는 것이다. 유아학교가 도입되게 되면 현재 유보체제 내의 재정이나 운영상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2023년에 만 5세 유아학교 도입을 통해 점진적으로 유아학교를 공교육 내에 포함할 수 있다. 물론 예산(서울시교육청 추산에 따르면 전국 도입에 약 3조 4800억 원), 인력(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 문제) 등 여러 고민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22년 교육부 예산 및 기금이 약 89조 6천억 원 인 것을 감안하면, 결정적 시기에 놓인 유아의 교육을 위해 이러한 예산이 결코 무겁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물론, 이 연령대의 교육·보육기관인 사립 유치원 및 사립어린이집 등에 대해서 어떻게 공교육 체제 내에 포함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이때 적절한 국가차원의 교사 재교육과 재정지원 등을 통해 현 사립기관을 공교육 체제로 포함하는 것도 논의를 해보아야 한다.

만약, 유아학교 도입을 위해 유보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목적으로 보육교사에게 재교육을 실시할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유아가 받는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 기관운영 및 교사 질 관리 등을 추구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일일 수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국가는 유아교육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아교육 투자비율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미국 페리 프리스쿨 프로젝트(Perry Preeschool Project 2007)에서도 유아교육 1달러 투자 시 16.14 달러의 편익이 발생함을 밝힌 바 있다.

해외 도처에서도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각종 투자를 하고 있다. 올해 미국 민주당이 유아교육 지원을 포함하는 예산안 약 3조 5천억 달러(한화 약 4000조 원)의 사회경제법안(Build Back Better Act)을 발의하였고, 11월 미국 하원은 이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유아교육 무상화와 육아 가정의 감세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등 사회는 더욱더 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태어나는 30만 명이 채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한 국가의 의무는 무엇인가? 대전환의 시기에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정의를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태어난 국민 누구나가 존귀하기에, 그래서 마땅히 받아야 할 양질의 교육을 받아 적절한 시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역할 아닐까.

* 필자 소개: 교육시민단체인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의 정책실장. 교육행정과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혁신학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와 실천을 병행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초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탐색'(공저), '학교급 간 혁신교육 연계가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공저), '국가교육회의 숙의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본 교육정책 형성 과정과 과제'(공저), '포스트 Z세대를 위한 미래 교육평가의 방향'(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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