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24 12:39최종 업데이트 21.11.2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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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주택분) 고지서 발송을 시작한 22일 오후 한 납부 대상자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민은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 한 채를 11년 소유해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종부세 1천5백여만 원, 농어촌특별세 3백여만 원으로 합계 1천8백여만 원이 부과됐다. 이날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 94만7천 명 가운데 1세대 1주택자는 13만2천 명으로 지난해(12만 명)보다 1만2천 명(10%) 증가했다. 2021.11.22 ⓒ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고지서 발송 시즌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보수·경제 언론들은 종부세를 '세금 폭탄'이라 부르며 혹세무민에 여념 없다.

진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그에 맞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대한민국 2%도 채 되지 않으며, 실제 그들에게 부과되는 금액을 따져보면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종부세 대상자도 아닌 무주택자 서민들이 다주택자 등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를 걱정하는 현실에 통탄한다.


이 '도돌이표 전쟁'은 몇 가지 문제의식이 실종된 것에서 비롯된 일종의 '관성'이다. 오늘 나는 그 실종된 문제의식 중의 하나에 관해 말해보고자 한다. 그건 바로 무주택자 서민들의 고충이다. 차분히 생각해 보자. 정말 우리 무주택자 서민들은 '국민 대다수가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특히 무주택자인 본인들은 절대로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종부세는 세금 폭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당연히!) 그럴 리 없다.

무주택자 서민들이 진짜로 걱정하는 건 종부세 그 자체가 아니다. 임대인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비용 증가를 이유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 '염려'가 존재하는 한 무주택자 서민들이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마냥 반기긴 어렵다.

사실 종부세 부담 증가 → 임대료 인상의 흐름은 시장 작동 원리와 호응하지 않는다. 반대로 따지면 진실이 금방 드러난다. 대한민국 임대인들은 종부세 부담이 줄면(비용이 줄면) 임대료를 인하하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이에 관해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한마디로 말해 세금 부담을 핑계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은 임대인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임대료 올려 줘라. 싫으면 이사 나가고"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입니다. 약자인 임차인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요. (...) 이 현상은 경제학의 이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임대료 인상 요구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하등의 이유도 찾을 수 없습니다
- 이준구, 전월세 급등 현상은 보유세 중과와 아무런 논리적 관련이 없다, 2020.7.28

그러나 한국의 임차인들이 이러한 종류의 임대인 갑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종부세 논란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종부세 대상자의 억울함 여부나 규모 여부에 대한 논쟁을 벗어나 이러한 임대인 갑질을 임차인이 우려하는 상황 자체를 해소해주는 것이 아닐까.

말하자면 종부세 세금 폭탄론에 대한 진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대처 기조의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얘기다. 임대인 갑질이 사라져야 무주택자 서민들이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을 마음 놓고 지지할 수 있다.

임차인 보호 기간​​ 10년​​​​​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중랑천 주변 주택가. 2021.4.26 ⓒ 권우성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여 임차인 보호 기간을 현행 4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 법률에 의한 임차인 보호 기간에는 (임대인이 5%를 초과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니 최소 해당 기간에는 임차인이 임대료 인상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10년이라는 기간은 상가 임차인을 보호해 주는 법률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임차인 보호 기간과 맞춘 것이다.

계획이 발표되면 보수·경제 언론들이 즉시 저항할 것이다. 괜찮다. 어차피 그들이 할 말은 뻔하다. 저들은 먼저 '개업 공인중개사와 이사 업체 등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답해 주자.

"주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확대하여 얻게 되는 공익상의 이익이 개업 공인중개사 등의 현존 이익 감소보다 현저하게 크므로 마땅한 반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숨 한 번 쉬고 이어 말하자.

"무엇보다 개업 공인중개사 등이 얻는 기존 이익은 사회적 약자인 주거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을 원천으로 하는 것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성격의 것이다."

이어질 그들의 고리타분한 주장에 대한 반론은 <왜곡, 호도, 궤변··· 전세 기간 2년 연장 '반대론의 반대론'>(https://bit.ly/3DNYWqU)과 <임대차 3법에 의한 전세난은 가짜입니다>(https://bit.ly/3xc1xYT)라는 글에 담아두었다.

토론회에서는 구구절절 말하지 말자. 다만 상대에게 이렇게 묻자.

"주거 임차인을 상가 임차인보다 덜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럼 상대가 차별의 말들을 쏟아내다가 어느 순간에 깨닫게 될 것이다. 정말로 주거 임차인을 상가 임차인보다 덜 보호해 주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임차인 보호가 강화되어야 임차인들이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찬성할 수 있다.

필자 소개: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를 모토로 하는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소장으로 상위 10%의 부자들이 아닌, 90%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금융, 보험, 부동산, 소비 연구 및 컨설팅에 주력한다. 국내 최초의 <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응 매뉴얼>을 개발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범 진보 비례대표 연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매주 수요일 국악방송라디오 <창호에 드린 햇살>에서 '구본기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코너를 통해 국민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는 생활경제 꿀팁을 나누고 있다. 유튜브 방송 <새날>, <김성수TV성수대로>, <송작가TV>에 출연한다. 지은 책으로는  <표백의 도시 : 도시재생이 외면하는 것, 젠트리피케이션>, <집값의 딜레마 :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거짓말에 관하여>, <어서와, 전·월세는 처음이지?> 등이 있다. kubon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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