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1 07:13최종 업데이트 21.08.11 07:13
  • 본문듣기
전 세계가 가짜뉴스와 프로보커터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종 사회 이슈부터 정치담론에 이르기까지, 왜곡과 소란을 일으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합니다. 세계 각국에서 맹위를 떨친 가짜뉴스와 프로보커터들의 활동을 조명하고, 이에 대한 각 나라의 고민과 대안을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이 현상을 역사적으로 톺아봅니다.[편집자말]
2021년 7월 16일, 백악관 경내를 걷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 기자: 코비드 허위 정보와 관련,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에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 바이든: 그들은 사람을 죽이고 있어요. 팬데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바이든의 날선 비난에 페이스북 측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약 330만 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어디서 어떻게 맞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리 파인더 툴(finder tool)을 사용했다. 페이스북이 인명구조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7월 18일,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 비벡 머시(Vivek Murthy)는 "현실은 여전히 허위 정보가 테크놀로지 플랫폼의 도움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7월 19일, 바이든은 코비드 관련 허위 정보의 60%가 불과 12명에서 시작되었다는 보고서(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 보고서)를 최근에 읽었다며 페이스북 측에 자신의 발언을 "개인적으로" 듣지 말고 허위정보 방지에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원한다고 발언 수위를 조정했다.
 

2021년 5월 30일(미국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델라웨어 메모리얼 브릿지에서 열린 현충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AP

  
나흘간 벌어진 미 정부와 페이스북의 공방은 21세기 '가짜뉴스' 논쟁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정부 측은 허위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지점으로 소셜 미디어를 지적, 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반면, 소셜 미디어 측은 자신들의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기능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맞대응한다.

가짜 뉴스 확산의 책임을 소셜 미디어에 묻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한 예가 2019년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Committee, 이하 위원회라고 칭함)가 제출한 '가짜뉴스' 보고서다. 보수당 5명, 노동당 5명, 스코틀랜드당(SNP) 1명 등 총 11명의 의원이 참가해서 2017년부터 2019년 초까지 2년간 활동했다.

위원회 활동 범위는 포괄적이었다. 구글, 페이스북, 위키피디아, 비비시(BBC), 가디언 미디어그룹(Guardian News & Media), 미국언론연합, 영국언론연합, 영국편집인연합, 왕립통계협회, 선거위원회 등에서 약 150개에 달하는 답변서가 위원회로 전달되었다. 답변서를 바탕으로 위원회는 총 61명의 증인을 소환, 20회에 걸친 대면 질의에서 약 3500개의 질문을 던졌다.
  
혁신의 오용, 21세기형 뉴스 생태계

2010년대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배경으로 답변서들은 '새로운 뉴스 생태계'를 언급했다. 가디언 미디어그룹에 따르면, 새로운 뉴스 생태계란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연결을 바이러스처럼 확산시키는 디지털 플랫폼"이고, 가짜뉴스는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일어나는 "증상(symptom)"이다.

답변서들이 언급하는 21세기 뉴스 생태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정보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보이는 혁신성이 그 하나다. 대중이 정보의 소비 영역에 머문 게 20세기의 조건이라면, 21세기 뉴스 생태계에서는 생산과 유통의 영역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된 변화를 뜻한다.

혁신성은 구글, 페이스북 등 테크 회사들의 답변서에서 부각된다. 검색 엔진 구글은 전 세계 정보를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모든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은 생각의 다양성을 늘리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긍정적 힘으로 기능했다"고 했다. 위키피디아는 한발 더 나간다. "역사가 특정 강력한 존재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에서 벗어나, 지식 생성에 적극적인 주체와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북돋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번째 특징은 모든 언론사 기사를 한군데로 모으는 종합적 환경(aggregated atmosphere)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털로, 독자들이 굳이 신문사의 웹사이트에 직접 가지 않고도 포털을 통해 주요 사회 이슈를 알 수 있게 된 변화를 지칭한다.

기존 언론들은 이런 환경이 저널리즘을 약화시키고 뉴스의 질을 하향화시킨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디언그룹 답변서에 따르면 신문을 읽는 독자의 3분의 2가 구글과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보는데, 이로 인해 기성 저널리즘이 알고리즘의 작은 변화에도 휘둘릴 수 있는 취약한 위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가디언그룹은 "독자와 검증된(trusted) 뉴스 브랜드가 분리되고 있다"고 했다. 포털같은 환경 하에서 독자는 '신뢰할 만한' 뉴스 제공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를 구별하지 않고 뉴스를 읽게 되고, 이 과정에서 내용보다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었다는 주장이다.

종합하면, 21세기 뉴스 생태계는 가짜 뉴스의 구조적 양산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했다. 허위정보 생산자들은 뉴스 브랜드와 독자의 분리로 생긴 공백을 파고들어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고, 허위정보는 알고리즘을 통해 무한대로 팽창한다. 21세기 가짜 뉴스는 혁신이 오용된 구조적 결과물인 셈이다.
  
가짜뉴스 확산의 통로, 디지털 광고 자본

답변서들은 디지털 광고 자본이 허위 정보 확산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도 파악했다. 영국 정부의 의뢰로 컨설팅회사 플럼(Plum)이 2019년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약 5조 5천억 원이었던 영국의 디지털 광고 시장은 10년간 매년 14%씩 늘어, 2017년에는 17조 7500억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전체 광고 시장의 52%에 해당하는 액수다.  

디지털 광고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한 구글과 페이스북은 이 영역의 절대 강자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영국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은 2016년 각각 약 53퍼센트와 36퍼센트다. 이 둘을 제외한 회사들이 나머지 11퍼센트를 분할 점유하고 있다. 광고주와 콘텐츠 생산자들을 연결시키는 두 거대 회사는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그 일부를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지불한다.

가짜뉴스와 연관되어서 디지털 광고가 문제되는 것은 프로그램화된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 방식 때문이다. 구독자 수와 '좋아요'로 표현된 숫자, 그리고 약간의 정보를 가지고 프로그램화시켜 광고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영국 인터넷 광고국(Internet Advertising Bureau)은 2015년 영국 디지털 광고의 60퍼센트가 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프로그램화된 광고 방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테크 회사가 각 사이트를 매번 방문해서 적합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광고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콘텐츠의 상시적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사이트 내용 확인 없이 구독자 크기에 따라 광고를 결정하는 방식이 가짜뉴스 사이트나 질이 낮은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타임스>(The Times)에 따르면 벤츠나 존 루이스 등 유명 기업의 광고가 테러리스트와 친 나치 그룹의 유튜브에도 등장한다. 광고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돈이 프로그램화된 광고를 따라 테러조직 유튜브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타임스>(The Times)에 따르면 벤츠나 존 루이스 등 유명 기업의 광고가 테러리스트와 친 나치 그룹의 유튜브에도 등장한다. 사진은 유튜브 광고에 관해 보도하는 sbs 뉴스 화면 ⓒ sbs

 
이 지점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기존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이 두 회사가 궁극적으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영리회사이기 때문에 권위 있는 언론사가 기초로 하는 저널리즘 윤리가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구글은 테크 회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글은 사이트 발행자(publisher)가 구글의 광고 정책을 어길 경우 광고를 멈추거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근거로 2016년 10만 개에 달하는 계정을 없앴고 부적절한 비디오 3억 개를 삭제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합법적 뉴스 사이트와 유사한 도메인을 등록하는 식의 허위 사이트를 완벽히 걸러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플랫폼인가 퍼블리셔인가

가짜뉴스 확산 책임론은 소셜 미디어인 페이스북으로 집중되었다. 위원회 내 논쟁의 핵심은 소셜 미디어가 플랫폼(platform)인가 발행인(publisher)인가에 있었다. 둘의 차이는 편집권의 유무이다. 편집권 없이 정보를 포스팅만 하는 플랫폼이라면 책임이 감소된다. 반면, 편집권이 있는 퍼블리셔로 정의될 경우, 가짜뉴스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책임이 부과된다.

서면 및 대면 질의에서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가 플랫폼이라는 입장을 견지, "거짓과 사실을 가리는 판단을 페이스북이 내리는 것을 사람들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거짓(hoax), 풍자(satire), 의견(opinion)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성과 사적인 회사 하나가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기존 언론과 시민 사회 측이다.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 CEO of Center for Humane Technology)는 현재(2016년) 페이스북 사용자가 20억으로 전 세계 기독교 신자와 비슷하고 유튜브를 보는 인구가 18억으로 이슬람 신자 수와 비슷하며 선진국의 경우 사람들이 하루 평균 150번 전화를 확인한다며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수치로 제시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은 다이얼을 정한다. 그들은 그들이 다이얼을 정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중립적인 플랫폼이다' 혹은 '우리는 중립적 기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설계에 의한 선택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볼 때 내가 보는 것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슬롯머신을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은 납치(hijacked)된다."
 
왕립통계협회도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소셜 미디어와 포털은 그들에게 편집 기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알고리즘을 고려했을 때 편집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소셜미디어 ⓒ twenty20photos


양쪽의 의견을 들은 후, 위원회는 소셜 미디어와 포털에 적용할 수 있는 제3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퍼블리셔'의 경우 테크 회사가 어떤 내용의 발행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의 모니카 비커트(Monika Bickert)의 위원회 증언, "우리 사회는 사적인 회사가 진실의 결정권자가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를 인용했다.

플랫폼의 경우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소셜 미디어에 지나치게 수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이란 단어는 회사 측이 정보를 그저 포스팅할 뿐, 사람들이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지만, 회사들이 콘텐츠의 우위를 결정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위원회는 판단했다. 이를 위해 조지 워싱턴대 프랭크 세스노(Frank Sesno)가 대면 질의에서 한 발언, "어떠한 콘텐츠도 생산하지는 않지만 유포에 책임감이 있는 그들(테크 회사)은 아주 이상하면서도 강력한, 잡종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를 인용했다. 

'최종 결론'은 아직...
 
"최종 보고서일 뿐 최종 결론(final words)은 아니다."
 
약 2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위원회가 2019년 2월에 제출한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이 시사하듯, 위원회는 소셜 미디어와 가짜뉴스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다만, 구글로부터 "양질의 뉴스 생태계(high-quality news ecosystem)", 페이스북으로부터는 "건강한 뉴스 생태계(healthy news ecosystem)"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약속받았다. 영-미 양국의 언론연합도 "가짜뉴스의 치료제는 진짜 뉴스(real news)"라며 수준 높은 뉴스 생산에 힘쓰겠다고 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는 2021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회적 관심이 뜨겁고 의견 대립이 첨예한 문제가 대두될수록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 문제의 기폭제 중 하나는 선거다. 

한국은 이미 내년에 있을 대선 정국으로 들어섰다. 쓰고 말하는 쪽과 읽고 듣는 쪽,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손상된 사실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개인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는 믿음은 회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 티모시 스나이더의 <독재에 대해> 중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프리미엄 가짜뉴스와 프로보커터가 지배하는 세상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10만인클럽후원하기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