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08 07:13최종 업데이트 21.06.08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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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재무장관회의 참석자들. ⓒ 연합뉴스/EPA

 
G7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다국적 기업 법인세 최저 15%안이 합의돼 정상들의 최종 합의만 남겨 놓았다. 다국적 기업 법인세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제기된 이래 사회적 공유, 시민운동, OECD 개혁안까지 무려 20년 동안 논의됐다. 오랫동안 구심점을 못 찾았지만, 올해부터 급물살을 탔다. 전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두 장면이 있다.

2020년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4월에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에 적용되는) 디지털 서비스 세금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를 두고 "만약 우리 디지털 회사에 임의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우리도 (영국)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4월 영국 상원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다국적 기업 법인세 개혁안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미국의 제안이란, 모든 국가가 세계 100대 다국적 기업에 최저 21% 법인세율을 적용하자는 안이다. 녹색당은 "빠르게 지지 표명을 한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과 달리 왜 영국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머뭇거리는가?"라고 물었다. 보수당은 제안을 환영하나 "구체적인 수치율을 지지한다고 발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두 장면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보호에서 단속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국적 기업에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이 다수다. 이 때문에 2020년의 트럼프는 시장 경제와 미국 우선주의를 결합해 자국 기업 보호 논리를 펼쳤다. 이에 반해 2021년의 바이든은 트럼프의 자국+시장 우선주의를 보류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시장 규제로 개념 축을 옮기며 국제 정치 지형 변화를 꾀했다.
 

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로고) ⓒ FAANG

 
바이든 구상의 첫 단추는 이번 G7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다국적 기업 세금 개혁안이다. 바이든은 G7 결과를 바탕으로 140여 국의 서명을 받고 미 의회 통과까지 내년 미국 중간 선거전에 끝내고자 한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바이든은 국내 개혁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하고 국제 사회에서 확실한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위 장면에서 희미하게 드러나듯 바이든 개혁안은 영국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다국적 기업 세금 개혁안에는 찬성하지만 보리스 존슨 내각은 최소 퍼센트 확정에는 망설였다.

그러나 결국 영국도 지난 5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동의했다. 트럼프와 앙숙이던 바이든이 외교적 상징성이 있는 첫 해외 순방지로 영국을 택해 트럼프와 돈독했던 보리스 존슨에게 호의를 표시했다. 또 다국적 기업의 반칙을 저지한다는 대의와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UN 기후변화회의를 고려할 때 영국 홀로 판을 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재무장관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상들이 G7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서명하면, 1920년대 만들어진 국제 세금법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는 시장과 국가의 관계가 역전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공분을 산 다국적 기업의 세금 계산법

2021년 2월 26일 국제 법인세 개혁을 위한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for the Reform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는 바이든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아주 오랫동안 국제기구는 세계화의 가장 독소적인 측면, 즉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해결하지 못했다. … 이들은 이익을 조세 천국으로 옮기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년 2400억 달러(약 270조 원)를 정부로부터 빼돌렸다.

편지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 및 공중 보건을 위해 법인세가 절실한 남반구의 개발국에 치명적임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미국 기업의 수입 50%가 조세 천국으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에 최강국인 미국 정부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의 대표적인 세금 전략은 '이익 옮기기'(profit shifting)이다. 예를 들어 A국가 세율이 25%이고 B국가 세율이 10%라고 하자. 기업은 B국가에 회사를 차리고 지적 재산권을 이곳에 등록한다. 자회사 형식으로 A국에서 사업을 한 후, 본사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로열티를 막대하게 청구하고 A국에서 번 수입을 B국으로 옮긴다. 그리고 1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이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으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이 경쟁적으로 최저 세금을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2000년 32.2%이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법인세 평균이 2020년에는 23.3%로 떨어졌다. 유럽의 경우 세금이 낮은 곳이 헝가리(9%), 아일랜드(12.5%), 리히텐슈타인(12.5%)이고, 세계적인 조세 천국은 영국령 버뮤다 및 버진 아일랜드다.

문제 인식과 논의

다국적 기업이 내는 세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초다.

2003년 영국의 시민운동가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세금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를 발족했다. 초반에는 재정 부족과 관심 부족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2004년 <가디언>이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해 기사를 냈고, 이 소식을 들은 당시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지지 발언을 해 세간의 관심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문제를 공유하는 단체가 늘었다. 각국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가하는 국제법인세개혁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for the Reform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가 학술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했다. 1942년 조직된 영국 비영리 단체 옥스팜은 아프리카 내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를 고발했다.

이어 2019년 OECD는 두 가지 축(pillar)으로 이루어진 개혁안을 내놓는다. 한 축(Pillar1)은 다국적 기업이 회사 등록지가 아니라 이익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축(Pillar2)은 최소한의 세금율을 국제적으로 확정함으로써 '바닥을 향한 경쟁'을 막아서 '이익 옮기기'를 줄인다는 생각이다.

OECD 개혁안은 표류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이 없었고, 낮은 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한 국가들 역시 난색을 표했다. 누군가는 급진적이라고 했고, 옥스팜 등 비영리 단체는 OECD의 기본 시각이 선진국 중심이라 선진국과 개발국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여러 이유로 OECD안이 교착 상태에 빠진 와중에 영국과 프랑스는 독자 행보를 보였다. 영국은 디지털세, 프랑스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 장관의 무역 보복 발언이 뒤따랐고, IMF 역시 국가별 움직임보다 국제 협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바이든의 개입
 
미국 대통령이 급진적인 제안을 내면, 그 아이디어는 '좌파적'이 되는 것을 멈추고 갑자기 아주 명백하고 상식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의 말이다.

맞다. 미국의 개입으로 동력을 잃어가던 개혁안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미국은 4월 약 140여 국에 다국적 기업 세금 개혁에 대한 제안서를 보냈다. 처음에는 21%를 내세웠지만 빠른 합의를 위해 15%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수정했다. 덕분에 OECD는 "게임은 끝났다"며 각 국가의 동의를 무난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초대형 인프라 투자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추격을 내세우며 2조2천500억 달러(약 2천500조 원) 규모 초대형 인프라 투자 입법 및 법인세율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1.4.7 ⓒ 연합뉴스

 
현재 모든 국가가 코로나 위기 돌파를 위해 세수를 늘려야 하듯 미국도 마찬가지다. 인프라 쇄신, 사회 복지 강화, 새로운 에너지 개발을 바이든 행정부 비전으로 제시했을 때 문제는 비용이었고 바이든은 법인세로 이 비용을 마련하고자 한다. 법인세율이 무려 52%에 달했던 1950년대와 비교했을 때 현재 21%에 불과하다. 2021년 4월 7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메이드인 아메리카 세금 계획'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28%까지 올릴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정책이 삼중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첫째는 세수를 늘려 미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복지 영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식함으로써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자 한다. 마지막은 국제적인 공조 하에 시장 자본을 견제하고자 한다.

망설였던 영국 보수당,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 영국 보수당 내각의 세금 정책도 여느 국가와 다르지 않다. 2021년 3월 법인세를 기존 19%에서 25%로 올렸다. 이는 2000년대 28% 정도를 유지했던 노동당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해 꾸준히 세율을 낮추었던 보수당의 기본 흐름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법인세율을 15% 이하로 낮춰본 적이 없는 영국이 왜 바이든이 제시한 최저율 15%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일까. 여러 보도에 의하면 보리스 존슨 내각은 다국적 기업이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에 찬성하지만, 국제적으로 최저율을 정하는 것은 주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여겼다. 다시 말하면, 세율을 조절할 권리를 영국 정부가 온전히 갖기를 원했던 것이다.

바이든안에 찬성하는 쪽은 최저율을 정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가 다국적 기업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언론은 "한 세대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라며 "작은 이익보다 대의에 동참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요청에 의해 런던 정경대 그레이엄 연구소가 독립적으로 작성한 보고서 역시 이번 G7을 "기회와 의무" 양 측면에서 "역사상 특별한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국제 협력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G7에서 정상들이 최종 서명할 다국적 기업 세금 개혁안은 시장의 국가 운영에서 국가의 시장 운영으로 역전되는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초청국 자격으로 G7에 갈 문재인 대통령도 "역사상 특별한 순간"을 만끽하고 강한 지지를 표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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